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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 김애란

서로 만나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애틋한 접촉 
이중 하나는 거짓말
저자 : 김애란 출판 : 문학동네 
추천일: 2024. 9.
<추천글>
젊은 거장 김애란의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로 그림과 비밀, 그리고 슬픔으로 서로 밀착되는 세 아이의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가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출판사 서평>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을 가리킨다. 새 학기가 되어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킴으로써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나는 핫도그 속 소시지는 안 먹고 빵만 먹는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학교 담장을 넘은 적이 있다’와 같은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 다른 학생들은 그중 과연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일지 추측함으로써 “그 과정 자체가 발표자에 대한 괜찮은 자기소개”(16쪽)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거짓말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재미삼아 함정처럼 파놓은 것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 문장을 통해서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슬그머니 섞어놓은 것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넘길 수 있”(18쪽)기를 바라며 혼자서 오랜 시간 감당해야 했던 어떤 비밀을 내뱉기도 한다. 소설의 세 주인공이 처음 서로를 의식하는 계기도 바로 각자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다.
우선 지우. 최근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지우에게 남은 존재라곤 반려 도마뱀 용식이뿐이다. 물론 엄마의 애인이자 한집에서 함께 산 지 삼 년이 된 선호 아저씨가 있지만, 남이나 다름없는 자신이 선호 아저씨에게 짐이 되리라고 여긴 지우는 겨울방학 동안 돈을 벌어 독립할 계획을 세운다. 환경에 예민한 용식이를 위험한 노동 현장에 데려갈 수는 없기에 지우는 잠시 동안 용식이를 친구에게 맡기기로 한다. 언젠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비쳤던, 반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수군대는 친구 소리에게.
그리고 소리.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려온 소리는 몇 가지 기묘한 경험을 겪으면서 타인과 손을 잡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게 되었다. 손에 펜이나 연필을 쥐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았기에 억지로라도 소리는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같은 반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대화해본 적 없는 지우에게서 문득 연락이 온다. 이번 방학 동안만 용식이를 맡아달라고 말이다. 소리는 작문 시간에 지우가 발표한 「눈송이」라는 글을 접한 뒤로 계속 그애에게 눈길이 간다.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67~68쪽)지만, 그날 수업시간에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85쪽)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어나가던 지우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에 고민 끝에 지우의 부탁에 응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운. 일 년 전 여름밤 ‘그 일’이 벌어진 후, 엄마는 지금 교도소에 수감중이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당숙으로부터 “담당의 말로 네 아버지 몸 상태가 처음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더라”(28쪽)는 말을 듣고 채운은 몹시 불안해진다. 아버지가 깨어날까봐, 다시 돌아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폭로할까봐 두렵다. 그러던 중 언젠가 학교 운동장에서 엉겁결에 반려견 뭉치의 앞발을 잡은 소리가 한 말이 신경 쓰인다. 그때 소리는 마치 뭉치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뭉치랑 최대한 많이 놀아주라고.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104쪽) 소리는 정말 누군가의 죽음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채운은 소리에게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봐줄 수 있는지 부탁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세 아이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거짓말, 그림과 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