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와 인간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
| 들개
| 저자 : 조원희 | 출판 : 롭 | 추천일: 2024. 12. | <추천글>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수상 연설문에서 “생명은 살고자 한다. 생명은 따뜻하다”는 글을 남겼다. 깊이 공감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살고자한다. 그림책 <들개>는 한강 작가의 이 문장과 닿아있다. 사랑으로 관계를 맺었다 마음이 변하자 내다버리는 인간과, 들개가 되어버린 유기견. 너무 흔해서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해서 가혹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원희 작가는 176쪽이라는 짧지 않은 분량을 할애해 한 줄의 글도 더하지 않고 그림만으로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생명은 살고자 한다고. 부디 이 따뜻함의 세계를 차갑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눈부시게 파란 빛깔의 표지가 인상적인데 본문에서 파랑은 따뜻함을 파괴하는 속박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이 그림책에 독자들이 각자의 언어를 얹어보면 좋겠다.
<출판사 서평> 편집자 노트 몇 년 전, 이 스케치 더미를 처음 보았을 때 내 눈에는 버려지고 도망치는 개보다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입양하고 유기하고 잡아가고 그 모든 걸 방관하는 검은 실루엣의 사람들! 그 사람들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주지하다시피 개나 고양이는 우리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글자가 없지만 이미지 하나하나가 마치 글자 같고 문장 같았다. 이미지 내러티브를 수정할 때 한 장면을 빼면 앞뒤로 십 여 장면씩 구도를 바꿔야 했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 프레임을 쳤다 뺐다 고심하는 사이 무려 2년 8개월이 흘렀다. 문득, 궁금하다. 작가님과 내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현실은 그때와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 책에 모든 색은 상징이다. 도시 불빛과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노랑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들개에게는 “위협”이다. 목줄에 파랑은 인간에 의한 “속박”이다. 표지를 디자인할 때는 들개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파랑 표지 밖으로 뛰쳐나가도록 배치했다. 이 책 마지막에서 들개는 또 다른 무리를 향해 간다. 산등성이 너머에는 과연 천국이 있을까? 이 책을 소개하면서 주인, 반려견, 애견 같은 단어는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끝으로 아르튀르 랭보의 시 [감각]을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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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수상 연설문에서 “생명은 살고자 한다. 생명은 따뜻하다”는 글을 남겼다. 깊이 공감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살고자한다. 그림책 <들개>는 한강 작가의 이 문장과 닿아있다. 사랑으로 관계를 맺었다 마음이 변하자 내다버리는 인간과, 들개가 되어버린 유기견. 너무 흔해서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해서 가혹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원희 작가는 176쪽이라는 짧지 않은 분량을 할애해 한 줄의 글도 더하지 않고 그림만으로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생명은 살고자 한다고. 부디 이 따뜻함의 세계를 차갑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눈부시게 파란 빛깔의 표지가 인상적인데 본문에서 파랑은 따뜻함을 파괴하는 속박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이 그림책에 독자들이 각자의 언어를 얹어보면 좋겠다.
<출판사 서평>
편집자 노트
몇 년 전, 이 스케치 더미를 처음 보았을 때 내 눈에는 버려지고 도망치는 개보다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입양하고 유기하고 잡아가고 그 모든 걸 방관하는 검은 실루엣의 사람들! 그 사람들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주지하다시피 개나 고양이는 우리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글자가 없지만 이미지 하나하나가 마치 글자 같고 문장 같았다. 이미지 내러티브를 수정할 때 한 장면을 빼면 앞뒤로 십 여 장면씩 구도를 바꿔야 했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 프레임을 쳤다 뺐다 고심하는 사이 무려 2년 8개월이 흘렀다. 문득, 궁금하다. 작가님과 내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현실은 그때와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 책에 모든 색은 상징이다. 도시 불빛과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노랑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들개에게는 “위협”이다. 목줄에 파랑은 인간에 의한 “속박”이다. 표지를 디자인할 때는 들개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파랑 표지 밖으로 뛰쳐나가도록 배치했다. 이 책 마지막에서 들개는 또 다른 무리를 향해 간다. 산등성이 너머에는 과연 천국이 있을까? 이 책을 소개하면서 주인, 반려견, 애견 같은 단어는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끝으로 아르튀르 랭보의 시 [감각]을 읊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