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다가 품은 언어, 섬이 길러낸 마음.
| 바다어 마음사전
| | 저자 : 한창훈 | 출판 : 걷는사람 | | 추천일: 2025. 10. | <작가의 말> 이 책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바닿 바ᄃᆞᆯ 바ᄅᆞᆯ. 신라 탈해왕과 가락국 허 황후가 건너온 곳. 피안의 세계. 풍요와 생명력의 공간이며 동시에 두려운 대상. 용龍이 사는 곳. 가랑이 넷을 본 처용의 본적. 고려 왕조 시조인 용녀 할머니의 고향. 보타락가산 해수관음海水觀音의 도량. 문무왕의 새집. 환생의 영역. 불로초 난다는 삼신산三神山이 있는 곳. 심청이가 죽었다가 부활한 장소. 지국총지국총 어사와의 현장. 그러면서 포세이돈의 영토. 오시리스와 결혼 한 달의 여신 이시스의 또 다른 이름. 우라노스의 잘린 남근이 거품 일으켜 아프로디테를 탄생시킨 자리. 성적 욕망의 공간. 버지니아 울프와 프로이트가 인간의 영혼(물고기)이 끌려 들어가는, 흐름, 죽음, 시간으로 본 상징의 대상.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아리랏다, 의 장소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런 것은 모두 배웠거나 읽었던 내용이다. 대신 이런 이야기이다. 나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태어나(간신히 걸음마 하여 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 그 한없는 넓이와 깊은 푸른색에 아! 탄식을 내뱉었다고 기억하는데 근거는 없다) 이곳에서 배운 언어와 정서로 소설과 산문을 써 왔다. 젊은 시절 어선과 작업선 타고 경남 남해도와 창신도, 여수 가막만과 돌산도, 금오도, 고흥 녹동, 완도에 속하는 생일도, 금일도에 그 너머 청산도까지 다녔다. 동시에 여러 바닷가 공장과 현장을 떠돌았고 지금은 고향 섬에서 살고 있다. 주로 거문도가 배경이 되겠지만, 그 섬과 바다에서 들었던 말과 속뜻이 바로 ‘바다어語 마음사전’이다. 내가 배웠던 언어는 바다와 섬의 정신이자 문화이다. 대물림으로 내려온 말의 버릇이자 대상을 대하는 공통의 자세, 공유되는 해석이며 자연과 사건에 대한 집단의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섬과 바다 사람들의 축적된 마음 이야기이다. 순간순간 소소하지만 되풀이되어 쌓여 왔던 그 마음들. 2025년 가을 한창훈
|
|
이 책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바닿 바ᄃᆞᆯ 바ᄅᆞᆯ. 신라 탈해왕과 가락국 허 황후가 건너온 곳. 피안의 세계. 풍요와 생명력의 공간이며 동시에 두려운 대상. 용龍이 사는 곳. 가랑이 넷을 본 처용의 본적. 고려 왕조 시조인 용녀 할머니의 고향. 보타락가산 해수관음海水觀音의 도량. 문무왕의 새집. 환생의 영역. 불로초 난다는 삼신산三神山이 있는 곳. 심청이가 죽었다가 부활한 장소. 지국총지국총 어사와의 현장. 그러면서 포세이돈의 영토. 오시리스와 결혼 한 달의 여신 이시스의 또 다른 이름. 우라노스의 잘린 남근이 거품 일으켜 아프로디테를 탄생시킨 자리. 성적 욕망의 공간. 버지니아 울프와 프로이트가 인간의 영혼(물고기)이 끌려 들어가는, 흐름, 죽음, 시간으로 본 상징의 대상.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아리랏다, 의 장소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런 것은 모두 배웠거나 읽었던 내용이다.
대신 이런 이야기이다.
나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태어나(간신히 걸음마 하여 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 그 한없는 넓이와 깊은 푸른색에 아! 탄식을 내뱉었다고 기억하는데 근거는 없다) 이곳에서 배운 언어와 정서로 소설과 산문을 써 왔다.
젊은 시절 어선과 작업선 타고 경남 남해도와 창신도, 여수 가막만과 돌산도, 금오도, 고흥 녹동, 완도에 속하는 생일도, 금일도에 그 너머 청산도까지 다녔다. 동시에 여러 바닷가 공장과 현장을 떠돌았고 지금은 고향 섬에서 살고 있다. 주로 거문도가 배경이 되겠지만, 그 섬과 바다에서 들었던 말과 속뜻이 바로 ‘바다어語 마음사전’이다.
내가 배웠던 언어는 바다와 섬의 정신이자 문화이다. 대물림으로 내려온 말의 버릇이자 대상을 대하는 공통의 자세, 공유되는 해석이며 자연과 사건에 대한 집단의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섬과 바다 사람들의 축적된 마음 이야기이다. 순간순간 소소하지만 되풀이되어 쌓여 왔던 그 마음들.
2025년 가을
한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