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 대통령추천글<시와 함께한 산행> 어제 진주의 부부 몇쌍과 함께 함양에서 남원 실상사까지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이 생명과 평화 그리고 동서화합을 위해 지리산 둘레길 가운데 제일 먼저 개설했다는 구간입니다. 그리곤 다시 함양으로 돌아와 함양상림을 걸었습니다. 마침 일행 가운데 조경학 교수님도 계셔서 선한 사람들과 함께 하루종일 야생화와 나무들을 보며 설명 들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하나여서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을 비롯해서 단일사찰로는 문화재가 가장 많다는 곳입니다. 특히 3층석탑 2기는 신라석탑 가운데 상륜부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드문 경우여서 경주 불국사 석가탑 복원 때 모델이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에 가장 들었던 것은 약사전 신라철불의 배경으로 2015년에 봉안된 후불탱화입니다. 경남 산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한국화가 이호신 화백이 지리산의 봉우리들과 실상사를 비롯한 주변 마을의 사계절을 그린 진경 채색한국화인데, '지리산 생명 평화의 춤'이란 제목이 달린 엄청난 대작입니다. 춤추는 소나무가 작품의 중앙을 차지하고, 부처님과 대비되는 위치에 지리산 마고할미가 그려져 있어 민중미술같은 느낌도 줍니다. 탱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참으로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탱화입니다. 그의 또 다른 대작 '운주사 천불천탑골'이 대영박물관에 영구소장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인 만큼 실상사를 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 보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함양상림은 통일신라 진성여왕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를 하는 동안 하천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방수방품림입니다. 상림만 길이가 1.6Km이고 그동안 훼손됐다가 근래 상당부분 복원했다는 하림까지 합하면 5Km에 달한다고 하니 그 시대에 백성을 위해 그토록 방대한 인공림을 조성한 선조들의 위민정신이 놀랍습니다. 일행 가운데 시를 좋아하는 국어 여선생님이 있어서 평소 산행때마다 도종환 시인의 '여백'이란 시를 함께 낭송한 다음 산행을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도종환 의원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여러해 만에 함께 산행하게된 우리부부를 위해 부산출신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시를 한편 더 준비해왔습니다. 처음 경험한 일인데 그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시를 함께 낭송했더니 놀랍게도 산행 내내 시가 머리 속에 맴돌아 시와 함께하는 산행이 되었습니다. 그 시들을 소개합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대통령추천글
<시와 함께한 산행>
어제 진주의 부부 몇쌍과 함께 함양에서 남원 실상사까지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이 생명과 평화 그리고 동서화합을 위해 지리산 둘레길 가운데 제일 먼저 개설했다는 구간입니다. 그리곤 다시 함양으로 돌아와 함양상림을 걸었습니다. 마침 일행 가운데 조경학 교수님도 계셔서 선한 사람들과 함께 하루종일 야생화와 나무들을 보며 설명 들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하나여서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을 비롯해서 단일사찰로는 문화재가 가장 많다는 곳입니다. 특히 3층석탑 2기는 신라석탑 가운데 상륜부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드문 경우여서 경주 불국사 석가탑 복원 때 모델이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에 가장 들었던 것은 약사전 신라철불의 배경으로 2015년에 봉안된 후불탱화입니다.
경남 산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한국화가 이호신 화백이 지리산의 봉우리들과 실상사를 비롯한 주변 마을의 사계절을 그린 진경 채색한국화인데, '지리산 생명 평화의 춤'이란 제목이 달린 엄청난 대작입니다. 춤추는 소나무가 작품의 중앙을 차지하고, 부처님과 대비되는 위치에 지리산 마고할미가 그려져 있어 민중미술같은 느낌도 줍니다. 탱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참으로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탱화입니다. 그의 또 다른 대작 '운주사 천불천탑골'이 대영박물관에 영구소장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인 만큼 실상사를 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 보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함양상림은 통일신라 진성여왕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를 하는 동안 하천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방수방품림입니다. 상림만 길이가 1.6Km이고 그동안 훼손됐다가 근래 상당부분 복원했다는 하림까지 합하면 5Km에 달한다고 하니 그 시대에 백성을 위해 그토록 방대한 인공림을 조성한 선조들의 위민정신이 놀랍습니다.
일행 가운데 시를 좋아하는 국어 여선생님이 있어서 평소 산행때마다 도종환 시인의 '여백'이란 시를 함께 낭송한 다음 산행을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도종환 의원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여러해 만에 함께 산행하게된 우리부부를 위해 부산출신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시를 한편 더 준비해왔습니다. 처음 경험한 일인데 그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시를 함께 낭송했더니 놀랍게도 산행 내내 시가 머리 속에 맴돌아 시와 함께하는 산행이 되었습니다. 그 시들을 소개합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