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산책친구 회원들의 소통공간입니다. 우리동네 책방 소개, 평산책방 방문후기, 새싹친구 근황 등 일상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 욕설, 비방, 게시판 목적과 무관한 내용은 관리자가 이동 또는 삭제할 수 있습니다.

박노해 시

책방지기님사랑해요
2024-04-05
조회수 553

27b3f9f1f67ae.jpeg

530b98b5f7e88.jpeg

c3545fcdf6147.jpeg

오늘은 선거 날


오늘은 선거 날

투표소에 간다


신분증을 내밀고 투표용지를 받고 

좁은 기표소에 들어서 나 홀로

붉은 도장을 들어 찍으려는 순간


떨린다

이게 뭐라고 

마음도 손도 떨린다


행여 선을 넘을까

숨을 멈추고 

꾹 찍는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지인들과 나직이 속삭인다

아유 왜 이리 떨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려

그렇다, 권력은 전율이다


권력에는 생의 전율이 흐른다

국가 권력의 칼을, 내 삶의 결정권을,

그 손에 쥐여주는 것은 떨리는 일이다


이 나라는 떨고 있다

민주주의는 떨고 있다

삶의 자유는 떨고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

내 손에 이 투표용지 한 장을 쥐기 위해서

싸우고 갇히고 죽어간 수많은 벗들과

흰옷을 피로 물들이며 산처럼 쓰러져간

내 안의 선조들이 나와 같이 떨고 있다


이게 뭐라고

실망하고 또 실망할 걸 알면서도

난 지금 떨고 있다


오늘 나처럼 숙연한 떨림을 품고 

그래도 우리 함께 앞을 바라보는 

한 사람,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 곧고 선한 마음의 떨림들이 

세상을 조금씩 전진시키는 것이니


미래는 떨고 있다

희망은 떨고 있다

우리는 떨고 있다

9 1
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