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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람

다이앤14
2024-02-24
조회수 658

잃어버린 사람 | 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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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읽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66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께 때문이기도 했고, 작품 속 인물들이 걸어왔던 지난한 시간들이 간접 체험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해방 이후 혼란했던 한국현대사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들여다 본 작품이다. 우리나라 전체가 다 그랬지만 특별히 피란민들과 일본인, 중국인들이 다 함께 모여들었던 부산이 이야기의 무대다.

1947년 9월 16일의 부산. 그 시절 부산에는 돌아온 사람들, 돌아가다 그대로 머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들은 중국에서, 만주에서, 일본에서 해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조선으로 돌아왔다. 이른바 귀환 동포들이다. 그들은 거지 떼처럼 들어와 눌러앉아 골치를 썩이는 존재들로 취급받는다. 이 소설은 그들 온갖 귀향자들이 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의 주름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슬프고도 처연한, 처연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특정한 주인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처한 상황들이 오버랩 되면서 보여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결국 작품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전반적인 당시의 분위기라는 생각에 인물들의 이야기를 꿰어맞춰보려는 시도는 일찌감치 접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호화스러운 중식당 한쪽에 있는 어항 속 여덞 마리 금붕어를 보면서 완벽한 세계를 찾았다며 흡족해하는 약사 노인이었다. 실은 식당주인이 매일 죽어버린 금붕어를 대신하는 새 금붕어를 채워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난하고 비루한 인간들을 얕잡아보고 경멸하던 그 노인은 어느 날 금붕어가 한 마리 비는 것을 발견하곤 충격에 빠진다.


다 같이 가난하고 다 같이 비루한 현실에서 서로 기대고 보살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에 밟힌다. 길고 고통스러웠지만, 잘 모르고 있던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조망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된 작품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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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 중에 고관에서 약국을 하는 어른이 있는데, 동부인할 때도 있지만 주로 혼자 와서 정종을 반주로 닭고기잡채 요리를 드시고 가지요. 환갑노인이 세 사람 양인 닭고기잡채를 혼자 거뜬히 드시지요. 그 어른도 사해루의 어항 속 금봉어들이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줄 알고 있어요. 그 어른이 어항 속을 들여다보며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높고 떨리는 목소리로 탄복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저 물속이야말로 완벽한 세계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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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