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초급 한국어>도 좋았지만, <중급 한국어>가 갑절은 더 좋다는 추천에 힘입어 바로 사서 읽었다. 역시나. 문지혁 작가님이 문학적으로도 정말 깊은 사고를 하시는 분이구나 ‘전문가’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행하신 글쓰기 강의 청강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 정도로.
<초급 한국어>가 스피킹 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면, <중급 한국어>는 라이팅 하는 방법에 집중한 책이다. 강의 중 사용하는 작품들이 내 구미에 맞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강의내용 부분에서 특히나 눈과 귀를 쫑긋 하게 됐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강의하는 부분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세 번째 서빙되는 검은 빵의 의미를 확인하게 되서 너무 좋았다. 원작의 감동이 다시금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감격스러운 느낌. 좋은 선생님을 안내자로 들이면 이런 감동이 아무렇지도 않게 올 수 있구나 싶다.
불임부부에서 각고의 노력끝에 어렵사리 딸을 낳게되고 그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이런저런 감정들. 그 스토리만으로도 정말 찡한 감동인데, 거기다가 자신이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의 내용과 가족과의 이야기, 일상의 경험들이 한 데 어우러져 훌륭한 소설로 완성된 독창적인 작품이다.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상이야기라 시시할 것 같지만 인용되는 개별 작품속 ‘인생’이라는 거대담론을 담고 있어서 지극히 일반적이며 영양가 있다.
응원하고 싶은 작가. 담백하고 영양가있는 글을 쓰며 위트를 제대로 가미할 줄 아는 사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육아일기이자 문학개론서, 검은 빵같은 인생을 온몸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기였다. 강추.
___________
“… …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소설은 카버라는 무뚝뚝한 빵집 주인이, 인생에서 무언가를 잃고 넘어지고 상처받은 우리에게 건네는 조그마한 시나몬롤빵인지도 몰라요. 카버는 한국어 ‘소설’의 의미를 알았을 리 없지만, 원래 소설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꾸민 말. 작은 이야기. 보잘것없는 속설. 어 스몰, 굿 싱.
각자의 삶에서 어떤 고통, 어떤 재난, 어떤 비극과 맞서 싸우고 있는 우리는 이 따뜻한 시나몬롤빵을 먹고 다시 삶으로 돌아가 자신 앞에 놓인, 인생이라는 이름의 검은 덩어리를 먹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이 ‘검은 빵’이 아닌 것은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진짜 삶은 소설 ‘바깥에’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카버가 보여 준 검은 덩어리는 결코 종이 위에 있지 않습니다. 내 검은 빵은 페이지 바깥에, 책을 덮고 난 다음에 비로소 존재하고 또 찾아올 거예요.”
중급 한국어 | 문지혁 저









전작 <초급 한국어>도 좋았지만, <중급 한국어>가 갑절은 더 좋다는 추천에 힘입어 바로 사서 읽었다. 역시나. 문지혁 작가님이 문학적으로도 정말 깊은 사고를 하시는 분이구나 ‘전문가’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행하신 글쓰기 강의 청강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 정도로.
<초급 한국어>가 스피킹 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면, <중급 한국어>는 라이팅 하는 방법에 집중한 책이다. 강의 중 사용하는 작품들이 내 구미에 맞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강의내용 부분에서 특히나 눈과 귀를 쫑긋 하게 됐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강의하는 부분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세 번째 서빙되는 검은 빵의 의미를 확인하게 되서 너무 좋았다. 원작의 감동이 다시금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감격스러운 느낌. 좋은 선생님을 안내자로 들이면 이런 감동이 아무렇지도 않게 올 수 있구나 싶다.
불임부부에서 각고의 노력끝에 어렵사리 딸을 낳게되고 그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이런저런 감정들. 그 스토리만으로도 정말 찡한 감동인데, 거기다가 자신이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의 내용과 가족과의 이야기, 일상의 경험들이 한 데 어우러져 훌륭한 소설로 완성된 독창적인 작품이다.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상이야기라 시시할 것 같지만 인용되는 개별 작품속 ‘인생’이라는 거대담론을 담고 있어서 지극히 일반적이며 영양가 있다.
응원하고 싶은 작가. 담백하고 영양가있는 글을 쓰며 위트를 제대로 가미할 줄 아는 사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육아일기이자 문학개론서, 검은 빵같은 인생을 온몸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기였다. 강추.
___________
“… …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소설은 카버라는 무뚝뚝한 빵집 주인이, 인생에서 무언가를 잃고 넘어지고 상처받은 우리에게 건네는 조그마한 시나몬롤빵인지도 몰라요. 카버는 한국어 ‘소설’의 의미를 알았을 리 없지만, 원래 소설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꾸민 말. 작은 이야기. 보잘것없는 속설. 어 스몰, 굿 싱.
각자의 삶에서 어떤 고통, 어떤 재난, 어떤 비극과 맞서 싸우고 있는 우리는 이 따뜻한 시나몬롤빵을 먹고 다시 삶으로 돌아가 자신 앞에 놓인, 인생이라는 이름의 검은 덩어리를 먹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이 ‘검은 빵’이 아닌 것은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진짜 삶은 소설 ‘바깥에’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카버가 보여 준 검은 덩어리는 결코 종이 위에 있지 않습니다. 내 검은 빵은 페이지 바깥에, 책을 덮고 난 다음에 비로소 존재하고 또 찾아올 거예요.”
중급 한국어 | 문지혁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