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과의 대화에 운좋게 당첨되었다는 기쁨과 제 때 책방 도착하고 제 때 집으로올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는 매료와 증오처럼 지난 주 내내 공존했다. 책 읽기는 그래서... 후순위였다!
다행히 전 날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단시간 내에 충분히 몰입해서 읽어내려갈 수 있을 만큼 서사가 유려했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우선 인상적인 점은 유독 <파견자들>은 읽는 내내 장면이나 인물들의 시각화가 아주 생생하게 그려진다는 것.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때 시각적으로 상상해서 기억하는 습관 있기는 하지만, <파견자들>은 이제프의 머리 스타일이나 색감, 태린의 얼굴, 크레이터 속 고치 속에 담겨진 광증 발현자들, 늪인들.... 인물과 설정, 배경까지 어떤 애니메이션 장면들처럼 아주 선명하게 그려지는 게 신기했다.작가 님께 이 부분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또, 또 흥분해서 잊어먹었다.
작가님 말씀하시길, <파견자들>은 전체적으로 두 개의 서사를 엮은 것이라고 하셨다. 하나는 '사랑하는 대상이 알고 보면 내 신념을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을 때 사랑과 정의 사이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였고, 또 하나는 인간이 타 생물과 다른 고유하고 우월한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자아, '나'라는 개체의 단일성에 대한 기존관념을 전복하는 것.
개인적으로 웬만한 애정 서사에 크게 관심 없는(...) 무감동형 인간이다 😅 그래서 후자의 설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사실 외계 생명체가 지구인 신체를 침습 강탈해서 변이한다는 주제는 기존 SF 영화(소설도 있겠지만 제가 모름)에서 많이 다뤄왔다. <파견자>들도 멀게는 <에이리언>이나 <디스트릭트9> 같은 내용의 외피를 닮았지만 그 외계침입자는 버섯 같은 균사체 에서 영감을 얻은 존재다.
P. 188
" 우리가 보기에 너희는 단수체가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렇게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몸을 가졌고, 이 몸은 온전히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 움직여.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여. 나는 여러 존재가 아니야. 하나의 몸으로 세상을 주관적으로 감각하는 단 하나의 개체야.'
너희는 이미 수많은 개체의 총합. 하나의 개체로는 너희를 설명할 수 없어. 네안에는 다른 생물들이 잔뜩 살고 있어.
'미생물들을 말하는 거야? 하지만 그것들은 나에게 의존해 살 뿐이지, 나와 이어져 있는 건 아니야. 내가 의식하는 나라는 개체는 단 하나인 걸.'
그 존재들은 너와 같이 살 뿐만 아니라, 너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의식이야말로 주관적 감각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야."
인간은 단일하고 고유한 자아를 가졌기에 우월하다는 전제의 전복.
연대나 공존을 원하고 원하지 않고를 앞서서 나 개인이 이미 연대와 공존이 되어져버린 다수체라니!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연대, 공존이 선택이나 의지에 문제가 아닌 이미 만들어진 것이라면 내가 내 코나 내 간을 혐오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것'에 대한 혐오는 존재기반이 약해진다. 타자 혐오는 나 자신의 부정이니까.
"아주 순간적으로 태린은 전체를 감각할 수 있었다. 자신과 연결된 수많은 가지와 가지들, 그 끝에 이르는 거대한 실타래와 거미줄 전체가 감지되었다."(P.108) 같은 대목에서 뉴런이 전기신호로 정보와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같은 느낌 받았는데.... 실제 균사체 중 일부는 우리 뇌 속 뉴런과 흡사한 방식으로 소위 '지적 활동'하기도 한단다!!!(by 김초엽 작가님)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그 잘난 자아의 발현도 생물학적으론 복잡다단한 뉴런 간의 정보 전달과 처리로 생겨나는 것일텐데 우리가 곰팡이와 같은 원리로 지적 문명을 건설했다니!!!!!
타자에 대한 공포, 불안이 생명 유지에 대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보편화되지 않은 것들을 두려워하고 배척한다.
또한 그렇게 때문에 자의적이거나 임의적 기준으로 우리 편을 만들고 거기에 속하지 않으면 적대시한다. 이 또한 오랜 시간 진화와 도태를 거쳐오며 만들어진 본능이리라.
그러나 우리 혹은 나라는 의식의 의지(?) 또한 우연하게 구획 나눠진 임의의 산물임을 인정한다면, 그래서 우리 혹은 나라는 자의식의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조금 겸손해진다면.
갈수록 거세어지고 극단적이 되는 혐오주의나 극단적 대립으로부터 조금은 유연해지지 않을까. 해방되지 않을까.
김초엽 작가님은 어떤 ~주의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기존 SF소설에서는 남성 인물들이 대다수인 작품이 많아서 가능하면 여성 인물들을 서사의 중심에 놓는다고 한다. 작가님의 담백한 자신감처럼 태린은 사랑과 정의 중 양자택일을 해야했음에도 무너지거나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경계자'로써의 유일무이한 길을 개척해 나간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서도 부디 기존 상식과 질서를 담백하게 뒤집어서 질문하는, 유연한 전복을 기대해 본다.
작가님 말씀하시길, <파견자들>은 전체적으로 두 개의 서사를 엮은 것이라고 하셨다. 하나는 '사랑하는 대상이 알고 보면 내 신념을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을 때 사랑과 정의 사이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였고, 또 하나는 인간이 타 생물과 다른 고유하고 우월한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자아, '나'라는 개체의 단일성에 대한 기존관념을 전복하는 것.
개인적으로 웬만한 애정 서사에 크게 관심 없는(...) 무감동형 인간이다 😅 그래서 후자의 설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P. 188
인간은 단일하고 고유한 자아를 가졌기에 우월하다는 전제의 전복.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그 잘난 자아의 발현도 생물학적으론 복잡다단한 뉴런 간의 정보 전달과 처리로 생겨나는 것일텐데 우리가 곰팡이와 같은 원리로 지적 문명을 건설했다니!!!!!
타자에 대한 공포, 불안이 생명 유지에 대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보편화되지 않은 것들을 두려워하고 배척한다.
그러나 우리 혹은 나라는 의식의 의지(?) 또한 우연하게 구획 나눠진 임의의 산물임을 인정한다면, 그래서 우리 혹은 나라는 자의식의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조금 겸손해진다면.
김초엽 작가님은 어떤 ~주의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기존 SF소설에서는 남성 인물들이 대다수인 작품이 많아서 가능하면 여성 인물들을 서사의 중심에 놓는다고 한다. 작가님의 담백한 자신감처럼 태린은 사랑과 정의 중 양자택일을 해야했음에도 무너지거나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경계자'로써의 유일무이한 길을 개척해 나간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서도 부디 기존 상식과 질서를 담백하게 뒤집어서 질문하는, 유연한 전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