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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다이앤14
2024-03-31
조회수 441

도종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 송필용 그림


마음이 아플 정도로 너무 예쁜 글과 그림들. 2014년 개정판 서문에 시인이 쓴 시에 대한 글에서부터 너무나 마음을 울린다. 작품의 제목과는 상관없이 군데군데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다시 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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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명이라는 말 앞에 경건해지곤 합니다. 인생이라는 말 앞에 숙연해지곤 합니다. 시를 쓰는 일이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기를 바랍니다. 시를 통해 내 인생을 진지하게 통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시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시는 이미 내 오랜 운명입니다.  __5쪽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__24쪽


아무도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__26쪽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__29쪽


나무는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목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__42쪽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__46쪽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__61쪽


산다는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 __64쪽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__71쪽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__85쪽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__97쪽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아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_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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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