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책친구 님과 게시판에서 댓글 나누다가 이 책이 생각났다.
어릴 때부터 책 속의 음식 묘사, 특히 내가 먹어보지 못했기에 궁금하고 선망(!)하던 서양식 음식, 디저트 묘사를 매우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던지 집에 있던 세계명작전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는 페이지는 다 접어놓거나 자주 찾아봐서 외우다시피 했다. 어릴 때부터 음식 특히 달콤한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도 같다 🍩🍪🍰🥧🍫🍬🍮
오죽하면 한글 읽고 쓰기를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간신히 한 내가 학령기 전에도 쓸 줄 알았던 글자가 '꿀, 우유'였겠는가.
🍯과 🍼는 실제 당시 내가 좋아하거나 자주 먹었던 음식은 아니었다. 어릴 때 그림 그리고 놀 때 창작한 주인공(요새 애들 말로 '자캐'라고 해야 하나?) 의 주식을 설정할 때, 내 기준 '몸에 좋고 맛있는 것'을 설정하다보니 고르게 된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림 주인공의 주식이 '꿀, 우유'였다는 것 역시 정신분석적으로 상징하는 바가 있어보이지만 넘어가고(....생각해보니 정신분석을 내가 모르는데? 🙄), 아무튼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달콤한 것들을 좋아한다.
다른 감상문에 썼었지만 내가 처음으로 읽은 그림 없는 책 <소공녀>. 이 책이 당시 나에게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곳곳에 나오는 신기한 디저트들이었는데 물론 압권은 다락방 파티를 열려다가 빼앗긴 주인공 친구 어멘가드의 과자 상자였다!
https://naver.me/F9zr3low
이 책 역시 P.4 "어렸을 때 세계 명작 소설이나 소녀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낯선 문물에 열광했다. 특히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사로잡았다."로 시작된다. 저자는 나 같은 어린이였나보다.
책은 [빵과 스프/주 요리/ 디저트와 그 밖의 음식]으로 총 3개 장으로 나눠져있다. 소설과 동화 속에 나오는 식재료와 음식을 주제 삼아 저자의 어린 시절을 그리기도 하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공명해보기도 한다. 또 '생강빵, 그레이비, 버터밀크'처럼 저자와 마찬가지로 어린 나에겐 낯설고 신기한 소설 속의 음식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P. 272 버터밀크: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 《비밀의 화원》
"도대체 버터밀크가 무엇이기에 책 속 아이들이 그토록 맛있게 꿀꺽꿀꺽 들이마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버터밀크'라는 단어만 보면 버터 맛이 나는 고소하고 달큼한 우유가 연상되었다.(중략) 버터밀크는 버터를 만들고 난 뒤 남은 액체를 말한다.(나처럼 버터 맛 우유를 상상했던 아이들에게는 참 실망스러운 일이지만)(중략)
그러니 메리 몸에 피 대신 버터밀크가 흐른다는 말은 메리가 그만큼 뚱하고 심술궂은 성격이라는 뜻이다."
버터밀크는 시큼하고(sour) 버터 들어냈기에 기름지지 않은 맛이라고 한다. 나 역시 버터밀크를 꿀+우유 조합으로 상상하며 궁금해했는데! 요즘 아이들이 <해리 포터> 에 나오는 버터맥주를 상상해보는 것처럼.
또한 이 책은 번역가인 저자가 국내엔 낯설거나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번역할 때 고충을 소개하는 목적도 있다.
이를테면 서양소설에 자주 나오는 '월귤'은,
P.252 월귤: 알프 프로이센 《호호 아줌마가 작아졌어요》
"손필드 저택에서 도망쳐 나온 제인 에어는 돈 한 푼 없이 '히스 수풀' 사이에서 '검은 옥구슬들'처럼 반짝이는 월귤나무 열매를 따먹는다. 《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의 딸은 풀밭에서 린턴과 대화를 나누다 심심해지자 월귤을 따 모아서 유모에게 나눠주며 손장난을 친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신사 숙녀들은 말린 월귤에 사탕수수 엿물로 단맛을 낸 후식을 즐기고....(중략)
어렸을 때 나는 월귤이란 이름에 '귤'이 들어가므로 귤과 비슷한 과일일거라고 상상했다.(중략) 하지만 사실 월귤은 링곤베리를 뜻한다. 링곤베리는 키 작은 나무에 맺히는 빨갛고 조그마한 열매이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 특히 영어 원서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국어로 중역한 서양소설에 나오는 '월귤'들은 블루베리인지 크랜베리인지 빌베리인지 한국 단어가 없는 관계로 혼용되어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나에게도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지만 단어로는 익숙한 월귤의 신비가 이러하다.
대표 음식과 함께 언급되는 소설들도 그립고 귀여운 것들이 많다. 《하이디》의 검은 빵,《소공녀》의 건포도빵,《작은 아씨들》의 비닷가재 샐러드,《빨간 머리 앤》의 나무딸기 쥬스.
굉장히 흥미로웠던 점 하나. 《작은 아씨들》속편에 등장하는 에이미 마치가 부잣집 친구들을 초대하는 애프터눈파티의 바닷가재가 당시엔 사치로운 고가 식재료는 아니었다고 한다. 19세기 초엔 극빈층이나 먹었던 바닷가재가 1860년대엔 레스토랑 흔한 인기메뉴였다고 하니, 흔히 허영심 있고 콧대 높은 캐릭터로 그려지는 에이미 이미지와는 별개로 손님 접대할 때 쓸 만한 현실적 메뉴였다는 것.
성격 급한 친구들 계실까봐 책에 대한 내 추천/비추천을 말씀드리자면, 내용이 살짝 아쉽다.
음식 관련 설명이 좀 더 자세했으면 어떨까 싶고.... 무엇보다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소금 절인 라임', 동화책에 흔히 나오는 '사탕과자'가 무엇인지도 안 나왔고 O. 헨리 소설 《마녀의 빵》에 나오는 건축설계도를 지우려고 사가는 '묵은 빵'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식빵으로 연필 지워보려다 도저히 불가능해서 좌절했던 적이 있다 🍞🤣)
역시 내겐 북핵보다는 빵 이야기가 더 신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문득 우리 책방지기 님도 가끔은 빵도 드시는지, 드신다면 팥빵일지 고로케일지 제주도에서 드신 찐빵일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 놀랍게도 나와 같은 취향의 어른이들은 더 있나보다. 감상문 쓰다보니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소금절인 레몬'의 비밀을 다룬 책이 얼마 전 출간되었나보다. 재미있겠다! 😋🍋
https://naver.me/FQROuwW8
어릴 때부터 책 속의 음식 묘사, 특히 내가 먹어보지 못했기에 궁금하고 선망(!)하던 서양식 음식, 디저트 묘사를 매우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던지 집에 있던 세계명작전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는 페이지는 다 접어놓거나 자주 찾아봐서 외우다시피 했다. 어릴 때부터 음식 특히 달콤한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도 같다 🍩🍪🍰🥧🍫🍬🍮
오죽하면 한글 읽고 쓰기를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간신히 한 내가 학령기 전에도 쓸 줄 알았던 글자가 '꿀, 우유'였겠는가.
🍯과 🍼는 실제 당시 내가 좋아하거나 자주 먹었던 음식은 아니었다. 어릴 때 그림 그리고 놀 때 창작한 주인공(요새 애들 말로 '자캐'라고 해야 하나?) 의 주식을 설정할 때, 내 기준 '몸에 좋고 맛있는 것'을 설정하다보니 고르게 된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림 주인공의 주식이 '꿀, 우유'였다는 것 역시 정신분석적으로 상징하는 바가 있어보이지만 넘어가고(....생각해보니 정신분석을 내가 모르는데? 🙄), 아무튼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달콤한 것들을 좋아한다.
다른 감상문에 썼었지만 내가 처음으로 읽은 그림 없는 책 <소공녀>. 이 책이 당시 나에게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곳곳에 나오는 신기한 디저트들이었는데 물론 압권은 다락방 파티를 열려다가 빼앗긴 주인공 친구 어멘가드의 과자 상자였다!
https://naver.me/F9zr3low
이 책 역시 P.4 "어렸을 때 세계 명작 소설이나 소녀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낯선 문물에 열광했다. 특히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사로잡았다."로 시작된다. 저자는 나 같은 어린이였나보다.
책은 [빵과 스프/주 요리/ 디저트와 그 밖의 음식]으로 총 3개 장으로 나눠져있다. 소설과 동화 속에 나오는 식재료와 음식을 주제 삼아 저자의 어린 시절을 그리기도 하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공명해보기도 한다. 또 '생강빵, 그레이비, 버터밀크'처럼 저자와 마찬가지로 어린 나에겐 낯설고 신기한 소설 속의 음식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P. 272 버터밀크: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 《비밀의 화원》
"도대체 버터밀크가 무엇이기에 책 속 아이들이 그토록 맛있게 꿀꺽꿀꺽 들이마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버터밀크'라는 단어만 보면 버터 맛이 나는 고소하고 달큼한 우유가 연상되었다.(중략) 버터밀크는 버터를 만들고 난 뒤 남은 액체를 말한다.(나처럼 버터 맛 우유를 상상했던 아이들에게는 참 실망스러운 일이지만)(중략)
그러니 메리 몸에 피 대신 버터밀크가 흐른다는 말은 메리가 그만큼 뚱하고 심술궂은 성격이라는 뜻이다."
버터밀크는 시큼하고(sour) 버터 들어냈기에 기름지지 않은 맛이라고 한다. 나 역시 버터밀크를 꿀+우유 조합으로 상상하며 궁금해했는데! 요즘 아이들이 <해리 포터> 에 나오는 버터맥주를 상상해보는 것처럼.
또한 이 책은 번역가인 저자가 국내엔 낯설거나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번역할 때 고충을 소개하는 목적도 있다.
이를테면 서양소설에 자주 나오는 '월귤'은,
P.252 월귤: 알프 프로이센 《호호 아줌마가 작아졌어요》
"손필드 저택에서 도망쳐 나온 제인 에어는 돈 한 푼 없이 '히스 수풀' 사이에서 '검은 옥구슬들'처럼 반짝이는 월귤나무 열매를 따먹는다. 《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의 딸은 풀밭에서 린턴과 대화를 나누다 심심해지자 월귤을 따 모아서 유모에게 나눠주며 손장난을 친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신사 숙녀들은 말린 월귤에 사탕수수 엿물로 단맛을 낸 후식을 즐기고....(중략)
어렸을 때 나는 월귤이란 이름에 '귤'이 들어가므로 귤과 비슷한 과일일거라고 상상했다.(중략) 하지만 사실 월귤은 링곤베리를 뜻한다. 링곤베리는 키 작은 나무에 맺히는 빨갛고 조그마한 열매이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 특히 영어 원서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국어로 중역한 서양소설에 나오는 '월귤'들은 블루베리인지 크랜베리인지 빌베리인지 한국 단어가 없는 관계로 혼용되어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나에게도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지만 단어로는 익숙한 월귤의 신비가 이러하다.
대표 음식과 함께 언급되는 소설들도 그립고 귀여운 것들이 많다. 《하이디》의 검은 빵,《소공녀》의 건포도빵,《작은 아씨들》의 비닷가재 샐러드,《빨간 머리 앤》의 나무딸기 쥬스.
굉장히 흥미로웠던 점 하나. 《작은 아씨들》속편에 등장하는 에이미 마치가 부잣집 친구들을 초대하는 애프터눈파티의 바닷가재가 당시엔 사치로운 고가 식재료는 아니었다고 한다. 19세기 초엔 극빈층이나 먹었던 바닷가재가 1860년대엔 레스토랑 흔한 인기메뉴였다고 하니, 흔히 허영심 있고 콧대 높은 캐릭터로 그려지는 에이미 이미지와는 별개로 손님 접대할 때 쓸 만한 현실적 메뉴였다는 것.
성격 급한 친구들 계실까봐 책에 대한 내 추천/비추천을 말씀드리자면, 내용이 살짝 아쉽다.
음식 관련 설명이 좀 더 자세했으면 어떨까 싶고.... 무엇보다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소금 절인 라임', 동화책에 흔히 나오는 '사탕과자'가 무엇인지도 안 나왔고 O. 헨리 소설 《마녀의 빵》에 나오는 건축설계도를 지우려고 사가는 '묵은 빵'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식빵으로 연필 지워보려다 도저히 불가능해서 좌절했던 적이 있다 🍞🤣)
역시 내겐 북핵보다는 빵 이야기가 더 신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문득 우리 책방지기 님도 가끔은 빵도 드시는지, 드신다면 팥빵일지 고로케일지 제주도에서 드신 찐빵일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 놀랍게도 나와 같은 취향의 어른이들은 더 있나보다. 감상문 쓰다보니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소금절인 레몬'의 비밀을 다룬 책이 얼마 전 출간되었나보다. 재미있겠다! 😋🍋
https://naver.me/FQROuwW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