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창비 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가 있는 단편들이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주인공들의 너무나 사실적이면서 웃픈 이야기들. 생생한 대사들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입사동기와의 결혼을 앞둔 여사원인 ‘나’와 멋모르는 민폐캐릭터 직장선배언니 이야기 ‘잘 살겠습니다’, 중고거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 사원이 수상한 거래자를 만나 듣게되는 또 다른 직장인의 비애 이야기 ‘일의 기쁨과 슬픔’, 한때 마음에 있었던 여자가 미망인이 된 후에 다시 만나 작업걸려다 스타일 구기는 남자 이야기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101번째 입사지원이 통과된 후 꿈에 부푼 첫 새벽 출근길에 벌어지는 이야기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오피스텔에 버젓이 차려진 불법성매매업소들 때문에 불안에 떠는 독신여성들의 이야기 ‘새벽의 방문자들’ 등등. 모두모두 재미있고 술술 읽혔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작품 ‘탐페레 공항’이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싶었던 취준쟁인 ‘나’는 졸업학기를 앞두고 어학연수 대신 더블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된다. 경유지인 탐페레 공항에서 우연히 핀란드 노인을 만나 팍팍한 현실을 잊고 자신의 꿈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나는 현실에 꺾여 꿈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장을 전전한다. 대학 졸업 6년만에 신입 피디 공채에 도전할까 하다가 포기한 날, ‘나’는 핀란드에서 만난 노인이 오래전 보내준 사진과 편지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바쁘고 냉혹한 생존을 핑계로 미루어왔던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현실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거기서 타인과 따스하게 연결된 우리의 모습을 찾아내 보여주는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고맙다. 팍팍한 현실이나마 견디고 숨쉴 수 있는 처마같은 무엇이 아직 남아있다는 희망적인 메세지. 수록된 단편들 모두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_______
“오, 당신을 기억해요. 나는 얀의 아내입니다. 당신이 도와줬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마워요. 얀이 곧 일어나면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겠어요.”
나는 봉투에 적혀 있는 주소가 맞는지 여러번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노인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부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아침밥도 먹고, 늦잠도 자면서.
나는 눈물을 닦고 내가 가진 가장 커다란 노트와 마커펜을 꺼냈다. 그리고 큼직한 글씨로 미루고 미뤘던 편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Dear.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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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창비 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가 있는 단편들이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주인공들의 너무나 사실적이면서 웃픈 이야기들. 생생한 대사들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입사동기와의 결혼을 앞둔 여사원인 ‘나’와 멋모르는 민폐캐릭터 직장선배언니 이야기 ‘잘 살겠습니다’, 중고거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 사원이 수상한 거래자를 만나 듣게되는 또 다른 직장인의 비애 이야기 ‘일의 기쁨과 슬픔’, 한때 마음에 있었던 여자가 미망인이 된 후에 다시 만나 작업걸려다 스타일 구기는 남자 이야기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101번째 입사지원이 통과된 후 꿈에 부푼 첫 새벽 출근길에 벌어지는 이야기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오피스텔에 버젓이 차려진 불법성매매업소들 때문에 불안에 떠는 독신여성들의 이야기 ‘새벽의 방문자들’ 등등. 모두모두 재미있고 술술 읽혔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작품 ‘탐페레 공항’이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싶었던 취준쟁인 ‘나’는 졸업학기를 앞두고 어학연수 대신 더블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된다. 경유지인 탐페레 공항에서 우연히 핀란드 노인을 만나 팍팍한 현실을 잊고 자신의 꿈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나는 현실에 꺾여 꿈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장을 전전한다. 대학 졸업 6년만에 신입 피디 공채에 도전할까 하다가 포기한 날, ‘나’는 핀란드에서 만난 노인이 오래전 보내준 사진과 편지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바쁘고 냉혹한 생존을 핑계로 미루어왔던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현실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거기서 타인과 따스하게 연결된 우리의 모습을 찾아내 보여주는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고맙다. 팍팍한 현실이나마 견디고 숨쉴 수 있는 처마같은 무엇이 아직 남아있다는 희망적인 메세지. 수록된 단편들 모두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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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을 기억해요. 나는 얀의 아내입니다. 당신이 도와줬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마워요. 얀이 곧 일어나면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겠어요.”
나는 봉투에 적혀 있는 주소가 맞는지 여러번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노인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부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아침밥도 먹고, 늦잠도 자면서.
나는 눈물을 닦고 내가 가진 가장 커다란 노트와 마커펜을 꺼냈다. 그리고 큼직한 글씨로 미루고 미뤘던 편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Dear.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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