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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변곡점> 시그프리드 헤커 지음 / 천지현 옮김 / 창비 출판

길위의집
2024-02-18
조회수 387

<작고 느린 책모임> 여덟 번째 책입니다.


뚜껍고 글씨 많고 그림도 없고.... 그래도 책방지기님께서 추천해주시고 우리(특히 도토리님요^^)의 선택을 응원해 주셔서 열심히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핵을 연구해온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님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7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이를 과학과 기술의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상세한 방문 기록과 이후 진행된 외교적, 정치적 결과까지 포함하여 30여 년간에 걸쳐 진행된 북한의 핵개발 연대기를 설명하고 나아가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헤커 박사님은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에 있어 외교와 폭탄 개발이라는 이중 경로 전략을 취해왔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핵개발에 쏟아부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성공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과의 거래에서 핵개발이 가져다주는 유연성을 외교에 잘 활용하여 체제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받고자 하는 실용적인 전략을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중 하나를, 때로는 동시에 추진해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위험/편익을 분석하기보다 단기간에 북한의 핵개발을 중지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북측의 반복적인 외교적 합의 위반 탓에 무위로 돌아갔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정보당국의 북한에 대한 중요한 평가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거나, 정확한 정보를 종합하는 데 실패, 정책입안자들에 의해 효율적으로 이용되거나 처리되지 못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대처할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해커박사님은 2002년 북미제네바합의 파기, 2005년 9월 공동성명 되돌리기, 2009년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규탄, 2012년 4월 윤달 합의의 파기, 2015년 1월 핵실험 모라토리엄 거절,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을 북한 핵개발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중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은 가장 심각한 변곡점으로 분석하였는데(이 대목에서 정말 깊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즈음 이미 북한의 핵무력이 규모와 정교화 면에서 막대하게 성장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2001년 이후 미국의 역대 세 정부의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과 그 동맹을 위협할 수 있는 단 3개국가 중 하나로 부상하는 사태를 초래, 평화와 안정은 요원해지고 남북한의 화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실용적인 면모,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경향을 희망적인 요소로 평가하면서도 김정은이 미국과 전략적 화해를 포기하고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는 경우 북한의 핵문제는 위협적인 상황임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나쁜 계획은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해커 박사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우선될 때 일어나는 참담한 결과는 우리가 걱정하는 것 이상의 부정적인 효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 이데올로기의 승리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보는 의미가 없다는 것, 북한이 어떤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무도 진지하게 알아보고자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은 믿고 싶지 않지만 기억해야 할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세 사람의 이름도 잊지 않겠어요!) 

북한 핵 개발을 분석하기 위해 시작한 방문이었지만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오래되어 안전이 우려되는 핵 시설에서 일하는 북한 사람들이 방사능의 위험에 노출될 것을 걱정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한반도 상황이 한국전쟁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헤커 박사님은 김정은의 최근 언행은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지만, 전쟁으로 가는 전략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군사적 해결을 가리킨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서도 여전히 전쟁 억지력을 맹신하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재의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 이 상황을 새로 평가하고 대북 협상 전략을 전환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만큼 더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최종건 교수님의 ‘평화의 힘’을, 그리고 책방지기님의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인사말’이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 애쓰셨는지, 그럼에도 결국 멈추게 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안타까운 소회와 우려가 떠올라 새삼 마음이 무겁습니다.

 또 외교라는 것은 살얼음판 위를 걷듯이 끝없는 세심함과 소통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반도의 평화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고 우리가 주체가 되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책방지기님의 의지를 떠올려봅니다. 

지금껏 북한이 취해온 태도를 보면 말씀하신 이어달리기가 어쩌면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고 그러기를 바라며 그때를 위한 준비의 시작으로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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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