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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다이앤14
2024-02-20
조회수 858

오래전 사진을 공부할 때, 건방지게도 ‘퓰리처상’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퓰리처상 수상작품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진들 중에서 굶주림에 죽어가던 흑인소녀를 바라보는 독수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케빈 카터(Kevin Carter)의 이 사진은 1993년 3월에 뉴욕 타임즈에 실렸고 1994년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동시에 죽어가는 소녀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작가를 비난하는 언론도 들끓었고, 결국 그는 자살했다.

과연 그의 행동은 윤리적인 것인가? 과연 그를 향한 비난은 정당한 것인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는 데에 많은 참고가 되었다. 


언론 같은 미디어 뿐 아니라 개인조차도 핸드폰들고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촬영해서 가림없이 일반에 공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무서운 시대. 무엇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가, 영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의 고민없이 그저 남의 고통을 소비하고 즐기는 문화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저자는 남의 고통을 찾아다니여 하는 기자로서 가져왔던 죄책감, 그들의 고통을 우리의 아픔으로 인식하는 측은지심, 피해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선에서만 고통을 드러내겠다는 윤리의식, 거기에다 그들의 고통을 가감없이 보도한 후에 일어날 일들에까지 신경쓰는 책임감을 이야기한다. 


타인의 고통을 드러내서 소비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에 이것이 어떠한 변화나 상황을 개선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몸짓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타인의 아픔을 야기한 원인이 무엇인지,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철저하게 알아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문제를 개선하려는 정치적인 노력 또한 잇따라야 한다. 이 중간에서 언론은 대중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저 조회수나 광고수익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정부의 눈치를 보며 쉬쉬하며 딸랑거릴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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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통을 보는 이유는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통해 느슨한 공동체를 일시적으로나마 가동하여 비슷한  아픔을  막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누가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알아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쳐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동료시민의 역할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얼마나, 어느 정도의 섬세함으로 머물러야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옮아가야  하는지까지가  이야기 되어야 한다. 기자의, 미디어의 카메라의  윤리가  결정되는 것도 이러한 지점에서다.


언론이 하는 일은 겪은 이들과 겪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기억의 연결고리가 깜빡이다 꺼지지 않도록 기능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공적인 애도에 대해 적으려면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야기가 때론 이야기에 불과하고, 지나치게 매끈히 다듬어진 이야기는 오히려 해체가 필요할지도 모르며,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위험성을 또렷이 기억하면서.

기억을 듣고, 이야기로 꿰어서, 이해로 마음을 집어넣는 일이 쉬워지면, 슬픔을 나눈 공동체를 상상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니까.

누군가의 애도가 우리의 애도가 되고 결국 우리를 바꿔놓을 수있도록.


고통 구경하는 사회 | 김인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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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