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책방지기님께 다짐한 거 지키는 달이에요. 🌙💙
책방지기님이 응원해 주셨던 <핵의 변곡점>! 저희 작고 느린 책모임 2월의 책으로 정해서 같이 읽기로 했는데요. 그러고 보니 올해도 윤달로 2월 29일이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2012년 2월 29일 '윤달 합의' 부분을 보면서 12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하나 없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에 참 슬픕니다. 의도한 게 전혀 아닌데 이렇게 책 읽는 타이밍이 항상 운명이네요. :)
<핵의 변곡점>은 핵물리학자이자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가 우연치 않은 기회로 그가 이전까지 하나도 알지 못했던 북한이라는 곳을 2004년 1월부터 2010년까지 매년 방문해서 핵시설을 둘러보며, 북한의 여러 전문가를 만나며 느낀 생생한 기록과 더불어 클린턴, 부시, 오바마와 트럼프까지의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문제점을 복기하며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박사님이 말하는 핵의 변곡점은 2002년 북미제네바합의 파기, 2005년 공동성명 되돌리기, 2009년 북한의 로켓 발사 규탄, 2012년 윤달 합의 파기, 2015년 핵실험 모라토리엄 거절과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을 통해 미국과 북한은 대화의 탈선 열차를 탑니다. 현재 바이든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요.
가진 것 하나 제대로 없던 북한이 30년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동안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는 단 3개국에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은 항상 마지막에 뒤통수를 치는 나라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미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에서 미국 정부를 바라본 헤커 박사님의 분석 하나하나가 심장을 꿰뚫는 기분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며 감시하고, 압박하는 것이 왜 이해받지 못할 모습일까요?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부터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해결하라고 배우잖아요. 이러면 대화가 통해야 대화를 하지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통하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봤냐고 되묻는다면, 슬프게도 명쾌한 답을 받지 못할 거 같아요.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가 한 2002년 북미제네바합의를 파기한 것을 보며, 전 정부가 평화를 위해 노력한 모든 것들을 그저 짓밟으려고 하고, 평화가 주는 힘이 오히려 우리를 위협한다고 치부하는 다음 정부의 모습은 미국도 똑같다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매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직접 영변 핵무기 시설을 방문하여 그쪽 사람들과 소통하며 모든 것을 봐온 헤커 박사님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요.
크리스토퍼 힐이나 스티븐 비건처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분명 많지만, 책을 읽고 나니 미국 정부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입만 살아 있었어요. 각 정부마다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외교 분쟁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요. 국제 정세가 워낙 계속 엎치락 뒤치락이니까요. 미국 정부에도 아쉬움이 많지만, 그럴수록 미국 정부의 관심을 한반도 평화에 돌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전 정부들이 더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책에서도 미국 정부가 이렇게 대책 없을 때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아주 큰 기회를 가져다 준 것으로 나옵니다. 우리나라 주요 언론과 참 다른 해석이지요.
앞서 최종건 차관님이 쓰신 <평화의 힘>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대북 정책은 그 어느 외교 정책보다 더 세심하고 복잡하게 분석해야 해서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어쩌면 '자꾸 까불면 콱 때려버린다!'라고 맞받아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나 봅니다. 무엇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한국 파트너들 매칭이 안타까웠어요. 우리가 대화에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전략도 없으면서 무슨 '전략적 인내'인지...
바이든 정부 이번 2월 미국 국무부의 정 박 대북고위관리 인터뷰를 보니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전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있다는 말에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그저 인내한 적 없다고, 그런 말 그만해 달라고 했더라고요. 아래 기사도 같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기사 링크: [일문일답] 美 대북고위관리 "내 직함 바꿨다고 북핵 덜 신경 쓰지는 않아"
책에서 여러 빌런들을 보며 어제도 글을 썼지만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다음에 존 볼턴을 마주칠 기회가 있으면 제가 저 사람 콧수염 몇 가닥은 꼭 뽑아버릴게요..! 하노이 회담 탈선 열차를 밟는 과정을 보면서 화가 계속 치밀어서 한숨과 욕이 동시에 나왔어요. 상대가 하나를 먼저 낸다고 하는데, 그걸 의심하고 비난만 하면 무슨 협상이 되겠나요. 미국 정치적인 상황 또한 크게 작용했다고 해도 결국 트럼프의 선택이었으니 너무나도 절망스러웠어요. 이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우리나라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앞서 언급한 최종건 차관님의 <평화의 힘>을 통해 살펴보실 것을 꼭! 꼭! 권장합니다.
헤커 박사님이 최근에 한반도 최악의 상황이라는 사설을 쓰셨는데, 전쟁이 날 확률은 거의 없다는 칼럼들이 꽤 많이 보였어요. 전문가가 이번엔 잘못 판단했다는 거겠지요? 하지만 전쟁이 난다, 안 난다에 포커스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한반도가 위험한 상황이니 우리가 적절한 방법을 도모해야 한다는 끝맺음이 더 중요합니다.
여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인 대화를 하자고 계속 손을 내민 게 우리가 아닌 북한이었다는 사실이 새로운 충격이었어요. 북한이 외교와 핵개발이라는 이중경로 전략을 추구하는데, 계속해서 '외교'를 앞세웠음에도 상대가 속뜻을 헤아리지 않고, '외교'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는 데다가 '완전 비핵화'만 요구한다면 상황은 절대 더 나아지지 않을 거예요. 정치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그럼 핵을 인정하자는 거냐~~ 이렇게 이분법적인 사고로 해석되겠지요? 세상은 계속 발전하는데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적인 사고에 더 갇혀 있어서 슬퍼요. 그럴 때일수록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해 나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책과는 상관없지만, 트럼프 정부 때 볼턴이 '나의 훼방일지'를 쓰는 동안 누구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스티븐 비건 부장관님의 단골 맛집이라는 광화문 호텔 앞 닭한마리 가게 어딘지 너무 궁금해요!!! 마지막 방한 당시 최종건 차관님이 스티븐 비건이 좋아하는 닭한마리 식당 통째로 빌려서 크게 대접하셨지요. 역시 세심한 외교 끝판왕 문 정부💙
제가 생각해도 이번 감상문에 제 분노가 과하게 담겨 있었던 거 같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정말로 제 세계관이 엄청 커졌다고 느껴요. 사실 핵과 안보 관련 기사를 보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었고, 특히 이 주제로 말이 나오면 제 의견을 명확하게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책방지기님이 핵 관련 설명이 좀 복잡할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은 대충 읽고 넘기면 그 이후엔 술술 읽힌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분량이 참 방대한 책인데도 금방 읽었어요. 이번에도 좋은 책 추천해 주신 책방지기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 봅니다. 😊


2월은 책방지기님께 다짐한 거 지키는 달이에요. 🌙💙
책방지기님이 응원해 주셨던 <핵의 변곡점>! 저희 작고 느린 책모임 2월의 책으로 정해서 같이 읽기로 했는데요. 그러고 보니 올해도 윤달로 2월 29일이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2012년 2월 29일 '윤달 합의' 부분을 보면서 12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하나 없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에 참 슬픕니다. 의도한 게 전혀 아닌데 이렇게 책 읽는 타이밍이 항상 운명이네요. :)
<핵의 변곡점>은 핵물리학자이자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가 우연치 않은 기회로 그가 이전까지 하나도 알지 못했던 북한이라는 곳을 2004년 1월부터 2010년까지 매년 방문해서 핵시설을 둘러보며, 북한의 여러 전문가를 만나며 느낀 생생한 기록과 더불어 클린턴, 부시, 오바마와 트럼프까지의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문제점을 복기하며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박사님이 말하는 핵의 변곡점은 2002년 북미제네바합의 파기, 2005년 공동성명 되돌리기, 2009년 북한의 로켓 발사 규탄, 2012년 윤달 합의 파기, 2015년 핵실험 모라토리엄 거절과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을 통해 미국과 북한은 대화의 탈선 열차를 탑니다. 현재 바이든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요.
가진 것 하나 제대로 없던 북한이 30년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동안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는 단 3개국에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은 항상 마지막에 뒤통수를 치는 나라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미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에서 미국 정부를 바라본 헤커 박사님의 분석 하나하나가 심장을 꿰뚫는 기분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며 감시하고, 압박하는 것이 왜 이해받지 못할 모습일까요?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부터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해결하라고 배우잖아요. 이러면 대화가 통해야 대화를 하지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통하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봤냐고 되묻는다면, 슬프게도 명쾌한 답을 받지 못할 거 같아요.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가 한 2002년 북미제네바합의를 파기한 것을 보며, 전 정부가 평화를 위해 노력한 모든 것들을 그저 짓밟으려고 하고, 평화가 주는 힘이 오히려 우리를 위협한다고 치부하는 다음 정부의 모습은 미국도 똑같다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매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직접 영변 핵무기 시설을 방문하여 그쪽 사람들과 소통하며 모든 것을 봐온 헤커 박사님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요.
크리스토퍼 힐이나 스티븐 비건처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분명 많지만, 책을 읽고 나니 미국 정부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입만 살아 있었어요. 각 정부마다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외교 분쟁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요. 국제 정세가 워낙 계속 엎치락 뒤치락이니까요. 미국 정부에도 아쉬움이 많지만, 그럴수록 미국 정부의 관심을 한반도 평화에 돌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전 정부들이 더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책에서도 미국 정부가 이렇게 대책 없을 때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아주 큰 기회를 가져다 준 것으로 나옵니다. 우리나라 주요 언론과 참 다른 해석이지요.
앞서 최종건 차관님이 쓰신 <평화의 힘>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대북 정책은 그 어느 외교 정책보다 더 세심하고 복잡하게 분석해야 해서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어쩌면 '자꾸 까불면 콱 때려버린다!'라고 맞받아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나 봅니다. 무엇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한국 파트너들 매칭이 안타까웠어요. 우리가 대화에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전략도 없으면서 무슨 '전략적 인내'인지...
바이든 정부 이번 2월 미국 국무부의 정 박 대북고위관리 인터뷰를 보니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전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있다는 말에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그저 인내한 적 없다고, 그런 말 그만해 달라고 했더라고요. 아래 기사도 같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기사 링크: [일문일답] 美 대북고위관리 "내 직함 바꿨다고 북핵 덜 신경 쓰지는 않아"
책에서 여러 빌런들을 보며 어제도 글을 썼지만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다음에 존 볼턴을 마주칠 기회가 있으면 제가 저 사람 콧수염 몇 가닥은 꼭 뽑아버릴게요..! 하노이 회담 탈선 열차를 밟는 과정을 보면서 화가 계속 치밀어서 한숨과 욕이 동시에 나왔어요. 상대가 하나를 먼저 낸다고 하는데, 그걸 의심하고 비난만 하면 무슨 협상이 되겠나요. 미국 정치적인 상황 또한 크게 작용했다고 해도 결국 트럼프의 선택이었으니 너무나도 절망스러웠어요. 이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우리나라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앞서 언급한 최종건 차관님의 <평화의 힘>을 통해 살펴보실 것을 꼭! 꼭! 권장합니다.
헤커 박사님이 최근에 한반도 최악의 상황이라는 사설을 쓰셨는데, 전쟁이 날 확률은 거의 없다는 칼럼들이 꽤 많이 보였어요. 전문가가 이번엔 잘못 판단했다는 거겠지요? 하지만 전쟁이 난다, 안 난다에 포커스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한반도가 위험한 상황이니 우리가 적절한 방법을 도모해야 한다는 끝맺음이 더 중요합니다.
여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인 대화를 하자고 계속 손을 내민 게 우리가 아닌 북한이었다는 사실이 새로운 충격이었어요. 북한이 외교와 핵개발이라는 이중경로 전략을 추구하는데, 계속해서 '외교'를 앞세웠음에도 상대가 속뜻을 헤아리지 않고, '외교'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는 데다가 '완전 비핵화'만 요구한다면 상황은 절대 더 나아지지 않을 거예요. 정치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그럼 핵을 인정하자는 거냐~~ 이렇게 이분법적인 사고로 해석되겠지요? 세상은 계속 발전하는데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적인 사고에 더 갇혀 있어서 슬퍼요. 그럴 때일수록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해 나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책과는 상관없지만, 트럼프 정부 때 볼턴이 '나의 훼방일지'를 쓰는 동안 누구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스티븐 비건 부장관님의 단골 맛집이라는 광화문 호텔 앞 닭한마리 가게 어딘지 너무 궁금해요!!! 마지막 방한 당시 최종건 차관님이 스티븐 비건이 좋아하는 닭한마리 식당 통째로 빌려서 크게 대접하셨지요. 역시 세심한 외교 끝판왕 문 정부💙
제가 생각해도 이번 감상문에 제 분노가 과하게 담겨 있었던 거 같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정말로 제 세계관이 엄청 커졌다고 느껴요. 사실 핵과 안보 관련 기사를 보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었고, 특히 이 주제로 말이 나오면 제 의견을 명확하게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책방지기님이 핵 관련 설명이 좀 복잡할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은 대충 읽고 넘기면 그 이후엔 술술 읽힌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분량이 참 방대한 책인데도 금방 읽었어요. 이번에도 좋은 책 추천해 주신 책방지기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