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운명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힘자랑 혹은 자존심 대결에 달려있다는 점이 너무나 화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저자가 핵의 변곡점이라고 삼은 국면들이 이렇게나 여러 번이었다는 사실 역시 화나는 부분이다. 이런 기회들을 미국에 의해서 날아가버렸다니. 물론, 그 와중에 대한민국이 존재감이 없었던 것 또한 떳떳할 수 없는 일이긴 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손잡고 휴전선 넘는 광경을 보면서 환호하던 그때가 너무 그립다.
세계적 핵물리학자이자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명예소장)가 수년에 걸쳐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방문하며 관찰한 사실과 통찰을 모아 엮어낸 북미 핵협상 역사의 복원이다. 헤커는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플루토늄 과학 전문가다.
이 책에는 헤커가 2004년 1월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매년 북한의 핵시설을 둘러보고 북한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느낀 놀라움, 충격, 경각심, 깨달음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북한은 어떻게 핵폭탄 제조를 위한 자원을 그러모을 수 있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북한은 왜 미국의 핵 전문가를 불러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의 현황과 계획에 대해 설명했을까? 그리고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력을 완화할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왜 번번이 막지 못했을까? 이 모든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다른 길은 없었던 것인지 평양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북미 핵협상의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헤커의 통찰력 있는 분석은 북핵 위기의 해결에 단초가 될 쓰라린 교훈을 제시한다.
_______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식 분석 대부분은 북한만을 탓하며 실패한 외교 기획의 책임을 미국이 아니라 북한에 물었다. 이런 틀 짓기가 때로는 사실일 때도 있지만—그리고 이 책 내내 북한이 일을 망친 그런 경우들을 나도 지적해온 바이지만—미래에 미국이 더 나은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내부로 시선을 돌려 워싱턴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역사에 대한 정직한 기술은 워싱턴에 상냥하지 않다. 변곡점은 관리 가능한 정도의 위험만 감수하면 평양이 핵무기 폐기로 가는 외교의 길을 따라나서도록 워싱턴이 효과적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워싱턴이 결정한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의 핵 위험을 오히려 악화했다.
2002년 10월: 북미제네바합의를 파기하다
2005년 9월: 공동성명을 되돌리다
2009년 4월: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다
2012년 4월: 윤달 합의를 파기하다
2015년 1월: 핵실험 모라토리엄을 거절하다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의 판을 깨다
결국 2001년 이후 미국의 역대 세 정부의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과 그 동맹을 위협할 수 있는 단 3개국 중 하나로 부상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그런 정책들은 북한 일반 주민들을 가난으로부터 구해내는 데 도움이 되지도 못했고 그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시키지도 못했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된 상태였고, 점점 더 위험해져가는 동북아시아에서 위험한 장소로 남아 있었다.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는 아직도 요원했고 남북한의 화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 보였다. 2021년 바이든 정부가 물려받은 상황이 이러했다.
핵의 변곡점 : 핵물리학자가 들여다본 북핵의 실체 | 시그프리드 헤커, 엘리엇 세르빈, 천지현, 김동엽 저








우리나라의 운명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힘자랑 혹은 자존심 대결에 달려있다는 점이 너무나 화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저자가 핵의 변곡점이라고 삼은 국면들이 이렇게나 여러 번이었다는 사실 역시 화나는 부분이다. 이런 기회들을 미국에 의해서 날아가버렸다니. 물론, 그 와중에 대한민국이 존재감이 없었던 것 또한 떳떳할 수 없는 일이긴 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손잡고 휴전선 넘는 광경을 보면서 환호하던 그때가 너무 그립다.
세계적 핵물리학자이자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명예소장)가 수년에 걸쳐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방문하며 관찰한 사실과 통찰을 모아 엮어낸 북미 핵협상 역사의 복원이다. 헤커는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플루토늄 과학 전문가다.
이 책에는 헤커가 2004년 1월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매년 북한의 핵시설을 둘러보고 북한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느낀 놀라움, 충격, 경각심, 깨달음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북한은 어떻게 핵폭탄 제조를 위한 자원을 그러모을 수 있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북한은 왜 미국의 핵 전문가를 불러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의 현황과 계획에 대해 설명했을까? 그리고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력을 완화할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왜 번번이 막지 못했을까? 이 모든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다른 길은 없었던 것인지 평양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북미 핵협상의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헤커의 통찰력 있는 분석은 북핵 위기의 해결에 단초가 될 쓰라린 교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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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식 분석 대부분은 북한만을 탓하며 실패한 외교 기획의 책임을 미국이 아니라 북한에 물었다. 이런 틀 짓기가 때로는 사실일 때도 있지만—그리고 이 책 내내 북한이 일을 망친 그런 경우들을 나도 지적해온 바이지만—미래에 미국이 더 나은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내부로 시선을 돌려 워싱턴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역사에 대한 정직한 기술은 워싱턴에 상냥하지 않다. 변곡점은 관리 가능한 정도의 위험만 감수하면 평양이 핵무기 폐기로 가는 외교의 길을 따라나서도록 워싱턴이 효과적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워싱턴이 결정한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의 핵 위험을 오히려 악화했다.
2002년 10월: 북미제네바합의를 파기하다
2005년 9월: 공동성명을 되돌리다
2009년 4월: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다
2012년 4월: 윤달 합의를 파기하다
2015년 1월: 핵실험 모라토리엄을 거절하다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의 판을 깨다
결국 2001년 이후 미국의 역대 세 정부의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과 그 동맹을 위협할 수 있는 단 3개국 중 하나로 부상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그런 정책들은 북한 일반 주민들을 가난으로부터 구해내는 데 도움이 되지도 못했고 그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시키지도 못했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된 상태였고, 점점 더 위험해져가는 동북아시아에서 위험한 장소로 남아 있었다.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는 아직도 요원했고 남북한의 화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 보였다. 2021년 바이든 정부가 물려받은 상황이 이러했다.
핵의 변곡점 : 핵물리학자가 들여다본 북핵의 실체 | 시그프리드 헤커, 엘리엇 세르빈, 천지현, 김동엽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