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직장에 남아공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졌다. 검은 피부인 사람도, 흰 피부인 사람도 있었다. 이름이 흔히 들어본 영어이름이 아니라 원주민들의 언어로 된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기억난다. 워낙 정보가 없던 나라이기도 해서 과연 남아공은 어떤 나라일까 궁금했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가장 최근에까지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남아있었던 나라, 넬슨 만델라, 그리고 관련된 영화 몇 편 뿐.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충격적인 현실을 알게되고 많이 놀랐다.

이 책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의 현실과 생활에 대해서 생생하게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자신의 정체성이란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며, 삶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찾아 현실에서 살아남을 방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남아공 출신 코미디언이자 미국 정치 풍자 뉴스 프로그램 《더 데일리 쇼》의 진행자인 트레버 노아의 자전적 에세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 남아공에서는 인종 간 성관계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범죄 행위였기 때문에, 코사족 흑인 어머니와 스위스인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트레버 노아는 부모의 범죄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여성이지만 여느 남아공 여인들과는 달리 독립적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노아의 어머니는 당시 연인이었던 노아의 아버지를 찾아가 아이를 낳고 싶다고 청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허락했고, 막상 아들을 낳고나서는 자신이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 가족으로 포함되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공원을 산책할 때 어린 노아가 ‘아빠’라고 말하며 다가오자 놀래서 도망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아뻐와 아이가 잡기놀이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소회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에 짠했다.
백인도 흑인도 유색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때문에 겪었던 억울한 이야기도 있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과 환경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며 살아남았던 작가의 똘똘함과 생활력에 감탄했다. 실수를 통해 얻어진 경험과 타고난 눈치와 센스를 이용해서 음식구매 대행업이나 불법복제업 등을 벌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와 벌인 소소한 절도, 구치소에서의 경험 등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어둡고 불우한 경험 속에서도 자신이 깨닫고 성찰한 것들, 자신을 믿어준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반성한 일화도 너무 감동적이다.
특히, 자신의 주변에 만연했던 폭행, 특히 계부에 의해서 이루어진 폭행으로 힘들었던 기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떠나지 못하는 아머니에 대한 원망도 털어놓는다. 왜 어머니는 그 남자를 떠나지 않는가? 그는 어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어디에도 도움받을 곳 없고 오히려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매맞는 여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안스러워하게 된다.
트레버 노아의 어린 시절은 가난한 생활과 계부의 학대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찾았다. 누군가의 물건을 빼앗는 대신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 주기로 했다. 코미디언으로서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을 때, 트레버는 한 통의 연락을 받는다. 계부가 엄마의 머리에 총을 쐈다는 것이다.
_________
밖에서 볼 때는, 여자를 탓하면서 “그냥 떠나면 되지”라고 말하기가 쉽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게 우리 집만은 아니다. 내가 자란 환경이 다 그랬다. 소웨토의 거리에서, 텔레비전에서,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랐다. 가정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사는 여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경찰도 도와주지 않는 곳에서? 가족조차 도와주지 않는데? 자신을 때리는 남자를 떠났지만 결국 다시 자신을 때리는 다른 남자, 오히려 첫 번째 남자보다 더 정도가 심할지도 모르는 남자를 또 만날 수밖에 없는 여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홀몸으로 세 자녀를 키우는 여자를, 남자 없이 지내는 여자를 내버리는 사회에서 사는 여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런 여자를 지조 없고 음탕한 여자로 여기는 그런 사회에서?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태어난 게 범죄 : 트레버 노아의 블랙 코미디 인생 | 트레버 노아, 김준수 저
#태어난게범죄 #트레버노아의블랙코미디인생 #트레버노아 #부키 #아파르트헤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얼마전부터 직장에 남아공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졌다. 검은 피부인 사람도, 흰 피부인 사람도 있었다. 이름이 흔히 들어본 영어이름이 아니라 원주민들의 언어로 된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기억난다. 워낙 정보가 없던 나라이기도 해서 과연 남아공은 어떤 나라일까 궁금했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가장 최근에까지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남아있었던 나라, 넬슨 만델라, 그리고 관련된 영화 몇 편 뿐.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충격적인 현실을 알게되고 많이 놀랐다.
이 책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의 현실과 생활에 대해서 생생하게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자신의 정체성이란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며, 삶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찾아 현실에서 살아남을 방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남아공 출신 코미디언이자 미국 정치 풍자 뉴스 프로그램 《더 데일리 쇼》의 진행자인 트레버 노아의 자전적 에세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 남아공에서는 인종 간 성관계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범죄 행위였기 때문에, 코사족 흑인 어머니와 스위스인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트레버 노아는 부모의 범죄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여성이지만 여느 남아공 여인들과는 달리 독립적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노아의 어머니는 당시 연인이었던 노아의 아버지를 찾아가 아이를 낳고 싶다고 청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허락했고, 막상 아들을 낳고나서는 자신이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 가족으로 포함되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공원을 산책할 때 어린 노아가 ‘아빠’라고 말하며 다가오자 놀래서 도망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아뻐와 아이가 잡기놀이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소회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에 짠했다.
백인도 흑인도 유색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때문에 겪었던 억울한 이야기도 있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과 환경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며 살아남았던 작가의 똘똘함과 생활력에 감탄했다. 실수를 통해 얻어진 경험과 타고난 눈치와 센스를 이용해서 음식구매 대행업이나 불법복제업 등을 벌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와 벌인 소소한 절도, 구치소에서의 경험 등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어둡고 불우한 경험 속에서도 자신이 깨닫고 성찰한 것들, 자신을 믿어준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반성한 일화도 너무 감동적이다.
특히, 자신의 주변에 만연했던 폭행, 특히 계부에 의해서 이루어진 폭행으로 힘들었던 기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떠나지 못하는 아머니에 대한 원망도 털어놓는다. 왜 어머니는 그 남자를 떠나지 않는가? 그는 어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어디에도 도움받을 곳 없고 오히려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매맞는 여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안스러워하게 된다.
트레버 노아의 어린 시절은 가난한 생활과 계부의 학대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찾았다. 누군가의 물건을 빼앗는 대신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 주기로 했다. 코미디언으로서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을 때, 트레버는 한 통의 연락을 받는다. 계부가 엄마의 머리에 총을 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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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볼 때는, 여자를 탓하면서 “그냥 떠나면 되지”라고 말하기가 쉽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게 우리 집만은 아니다. 내가 자란 환경이 다 그랬다. 소웨토의 거리에서, 텔레비전에서,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랐다. 가정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사는 여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경찰도 도와주지 않는 곳에서? 가족조차 도와주지 않는데? 자신을 때리는 남자를 떠났지만 결국 다시 자신을 때리는 다른 남자, 오히려 첫 번째 남자보다 더 정도가 심할지도 모르는 남자를 또 만날 수밖에 없는 여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홀몸으로 세 자녀를 키우는 여자를, 남자 없이 지내는 여자를 내버리는 사회에서 사는 여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런 여자를 지조 없고 음탕한 여자로 여기는 그런 사회에서?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태어난 게 범죄 : 트레버 노아의 블랙 코미디 인생 | 트레버 노아, 김준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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