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내내 오래전 봤던 브레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가 생각났다. 에릭 바나가 연기했던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자 ‘헥토르’가 오히려 ‘아킬레스’보다 더 눈길을 끌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전쟁은 남자들을 살육하고 여자들을 노예가 되게 한다. 역사 속 영웅서사로만 알고있는 전쟁 속에서도 남편과 형제, 아들을 잃고 노예로서 다시 태어난 여자들이 있었다. 이 책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는 트로이아 전쟁을 배경으로, 더러워진 옷을 세탁하고, 베틀로 천을 짜고, 전사자를 염습하면서 병영의 세간을 떠받치던 수천 명의 여자 노예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브리세이스는 그들 중 한 명이자, 역사의 또 다른 증인이다.
소설 속에는 노예가 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여자도 있고, 적군의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는 여자도 있다. 피폐하고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새로운 노래를 염원하며, 남자들의 영웅담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주인공 브리세이스. 실로 ‘꺾여도 계속 하는’ 진정한 강인함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동료의 죽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에 빠진 아킬레우스가 회복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브리세이스의 태중에 자리잡은 그들의 아이를 위한 자장가를 연주하는 것이었다는 것, 이 토막 역시 여성의 잠재적인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듯.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 전쟁 물자를 조달하고자 또 하나의 도시국가를 함락시키고 브리세이스 왕비를 자기 노예로 삼는다. 브리세이스는 자연스럽게 이 위대한 영웅, 용서할 수 없는 원수, 무자비한 도살자, 어두운 영혼을 가진 가여운 자의 운명에 말려들게 된다.
아킬레우스와의 전투에서 헥토르가 죽임을 당한 뒤, 아들의 사체를 되돌려받기 위해서 비밀리에 무기도 없이 아킬레우스의 막사를 찾아온 트로이의 왕. 찡한 ‘아버지의 마음’에 감복한 아킬레우스는 결국 시체를 깨끗이 수습하여 돌려주기로 하고, 브리세이스는 헥토르의 시체와 함께 수레에 실려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도망을 포기하고, 모든 사실을 알았지만 도망을 눈감아주고 있던 아킬레우스와 전과는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된다. 브리세이스에게나 아킬레우스에게나 이제 둘이 함께 하기로 한 것은 강요가 아닌 서로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 되었기 때문에.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부하에게 임신한 브리세이스와 결혼해서 돌봐줄 것을 부탁하고, 전투 중에 전사한다. 유린당한 트로이와 트로이 여자들의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브리세이스는 아기의 태동을 느낀다. 남편과 함께 길을 떠나면서 그녀는 영웅 아킬레우스의 서사는 끝났지만, 이제부터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며 배에 오른다.
_________
나는 분했다. 그래, 전장에서 젊은이들의 죽음은 비극이다. 나도 형제 네 명을 잃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그 슬픔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애도해도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누가 더 최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여생이 갈가리 찢겨 앞으로 노예로 살아야 하는 여자, 안드로마케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노래가 필요해.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팻 바커, 고유라 저
#침묵은여자가되나니 #팻바커 #아킬레우스의노예가된왕비 #비에이블 #트로이전쟁 #아킬레우스 #헥토르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책을 읽으면서 내내 오래전 봤던 브레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가 생각났다. 에릭 바나가 연기했던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자 ‘헥토르’가 오히려 ‘아킬레스’보다 더 눈길을 끌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전쟁은 남자들을 살육하고 여자들을 노예가 되게 한다. 역사 속 영웅서사로만 알고있는 전쟁 속에서도 남편과 형제, 아들을 잃고 노예로서 다시 태어난 여자들이 있었다. 이 책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는 트로이아 전쟁을 배경으로, 더러워진 옷을 세탁하고, 베틀로 천을 짜고, 전사자를 염습하면서 병영의 세간을 떠받치던 수천 명의 여자 노예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브리세이스는 그들 중 한 명이자, 역사의 또 다른 증인이다.
소설 속에는 노예가 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여자도 있고, 적군의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는 여자도 있다. 피폐하고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새로운 노래를 염원하며, 남자들의 영웅담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주인공 브리세이스. 실로 ‘꺾여도 계속 하는’ 진정한 강인함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동료의 죽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에 빠진 아킬레우스가 회복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브리세이스의 태중에 자리잡은 그들의 아이를 위한 자장가를 연주하는 것이었다는 것, 이 토막 역시 여성의 잠재적인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듯.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 전쟁 물자를 조달하고자 또 하나의 도시국가를 함락시키고 브리세이스 왕비를 자기 노예로 삼는다. 브리세이스는 자연스럽게 이 위대한 영웅, 용서할 수 없는 원수, 무자비한 도살자, 어두운 영혼을 가진 가여운 자의 운명에 말려들게 된다.
아킬레우스와의 전투에서 헥토르가 죽임을 당한 뒤, 아들의 사체를 되돌려받기 위해서 비밀리에 무기도 없이 아킬레우스의 막사를 찾아온 트로이의 왕. 찡한 ‘아버지의 마음’에 감복한 아킬레우스는 결국 시체를 깨끗이 수습하여 돌려주기로 하고, 브리세이스는 헥토르의 시체와 함께 수레에 실려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도망을 포기하고, 모든 사실을 알았지만 도망을 눈감아주고 있던 아킬레우스와 전과는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된다. 브리세이스에게나 아킬레우스에게나 이제 둘이 함께 하기로 한 것은 강요가 아닌 서로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 되었기 때문에.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부하에게 임신한 브리세이스와 결혼해서 돌봐줄 것을 부탁하고, 전투 중에 전사한다. 유린당한 트로이와 트로이 여자들의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브리세이스는 아기의 태동을 느낀다. 남편과 함께 길을 떠나면서 그녀는 영웅 아킬레우스의 서사는 끝났지만, 이제부터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며 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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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했다. 그래, 전장에서 젊은이들의 죽음은 비극이다. 나도 형제 네 명을 잃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그 슬픔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애도해도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누가 더 최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여생이 갈가리 찢겨 앞으로 노예로 살아야 하는 여자, 안드로마케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노래가 필요해.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팻 바커, 고유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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