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방지기님께 책모임 1월 책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 누구냐고요?
저요...🙋🏻♀️ (누가 보면 독서왕이라 생각하겠다…)

그러자 탁현민 비서관님께서 <사소한 추억의 힘>이 어떻겠냐고 책방지기님께 말씀하셨지만...
책방지기님은 그저 웃기만 하시다가 그 사이에 후다닥 고민하시고 <올드 코리아>를 추천해 주셨어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전 직장 상사...😂😂😂
<올드 코리아> 1월 책모임을 아주 즐겁게 잘 마쳤고, 어쩌다 보니 제가 2월 책을 <핵의 변곡점>으로 강제로 탕탕! 정한 사람이 되어서(?) 그래도 1월이 가기 전에 탁 비서관님이 추천해 주셨던 도서 <사소한 추억의 힘>을 읽어봐야 겠다 생각하고 책을 폈습니다. 재밌어서 금세 읽었어요!
<사소한 추억의 힘>은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당신의 서쪽에서>와 최근의 여러 회고를 추가한 에세이입니다.
원고를 합본하면서 저자는 절망과 위로, 그 모든 순간에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장치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성찰과 웃음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은 괴롭지만, 과정의 성찰은 위로였고, 괴롭고 힘든 상황에서 웃음은 탈출 버튼이었다고요. 또한 큰 사건이나 새로운 사상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그런 변화는 여러 사소한 기억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잘 기억할 것을 강조합니다.
1부 ‘사소한 추억의 힘’에서는 스승 신영복 선생님과 전 직장 상사인 문재인 대통령님(현 책방지기님)을 추억합니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실제로 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교무실 선생님 책상에 꽂혀 있던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매료되어 그가 있는 성공회대학교로 편입한 이야기, 신영복 선생님과 매주 함께 한 대화의 시간과 더불어 시간이 흐른 뒤 죽음을 앞둔 신영복 선생님과의 마지막 인사 등 자세하고 세세한 기억을 마주하니 마지막 인사 부분에서는 지하철에서 읽다가 눈물이 터졌어요. 삶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사소하지만 지탱할 수 있는 강한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값진 인생을 살았다고 기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부분도 참 재미있었어요. 저자가 히말라야 트래킹 중 산장에서 거머리에 이곳저곳 뜯긴 바람에 연고를 바르고 있었는데, 그때 문 전 대표님이 당신은 피가 차서 그런지 몸이 차서 그런지 모기도 잘 안 물린다고 하시더래요. 그러다 모두가 연고 바른다고 계속 난리통일 때 문 전 대표님께서 지금 책방지기님 모습처럼 조용히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하셨는데, 문득 보니 턱에 점이 보이길래 “원래 턱에 점이 있으셨어요?”라고 여쭸는데 아니 글쎄! 거머리가 피를 잔뜩 빨아서 그 부위가 퉁퉁 부어 있었대요. 평소에 얼마나 집중을 하시면 거머리가 붙어도 모르시는지...!
‘피가 차다거나 몸이 차서가 아니라 통증에 좀 둔감하셔서 물리고도 잘 모르시는 것 같았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히 거머리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연고를 발라 드렸다.’
트래킹 이후 저자가 앞으로 연설이든 뭐든 좀 더 시원하게 말씀하셨으면 좋겠다, 질러야 할 땐 좀 지르시고 아닐 땐 아니라고 단칼에 자르시기도 하고 그러셔야 고구마 소리를 안 듣는다고 말씀드리자 문 전 대표님께서 이유를 설명해 주셨고, 그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처음에 인권 변호사로 사무실을 차리셨을 당시 대부분 돈 없고, 힘없고, 어디서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말 한 마디 못 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그런 사람들은 변호사랑 마주 앉아도 화를 내거나, 울거나, 눈치만 보고 보통 말을 못했대요. 처음에는 ‘알겠습니다. 가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사람에게 핀잔도 주고 그랬지만 어느 날 보니까 당신이 그런 태도를 보이면 그 사람이 기가 팍 죽어서 말도 못하고 돌아가는 걸 알고 반성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때 다 알아도, 좀 귀찮고 힘들어도, 어떻게 해주지 못해도 말은 끝까지 들어주자, 그 사람 말하는 거라도 들어주자. 이게 세월이 지나 습관으로 굳어 느리고 시원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고 합니다.
그 외 국가 행사 관련된 사소한 에피소드도 즐겁게 읽었고, 특히 현 정부에 대해선 전임 대통령과 전 정부에 대한 콤플렉스, 증오, 분노를 버리는 것이 가장 먼저다, 마음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 부분 또한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니까요.
2부 ‘흔들리며 흔들거리며’는 저자의 2012년 대선 이후 파리 생활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모그바티스에 사는 사람들의 더불어 사는 삶과 여유로운 모습은 특히 요즘 같은 세상을 견뎌보니 더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실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탁 비서관님의 프랑스어 에피소드 보고 진짜 길에서 빵 터져서 어제 프랑스어 하는 친구들한테도 여기에 나온 에피소드 2개 말하면서 같이 웃다가 오열했어요. 혹시 감상문 탁 비서관님이 보실까요? 큰웃음 주셔서 정말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웃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라도 다음에 뵐 일이 있다면 얼굴 보자마자 ‘오흐부아!(안녕히 계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하거나 ‘라디씨옹 실부플레!(영수증 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3부 ‘당신의 서쪽에서’는 2014년 제주살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낚시 성공기부터 시작해서 외로움에 맞서는 방법, 그리고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온기가 가득합니다. 남편을 집 앞 바다에서 순식간에 잃었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혜심언니의 모습, 직장생활을 하며 귀가 닳도록 들은 ‘빨리빨리’에 지쳐 제주도에 와서 자신의 속도대로 살고 있는 ‘추’의 모습, 사람 사는 냄새가 절로 나는 만수 형님네 가게, 특히 제주도에 오면 시간이 아닌 ‘날씨’로 대화를 하게 된다는 부분을 보며 저는 최근에 읽은 <정원가의 열두 달>에 다시 공감하는 사소한 추억 또한 새겼습니다.
나는 문득, 이 집이 '추의 작은 집'이 아니라 '추의 느린 집'이었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도시에서의 속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달려왔던 속도보다 느린 집. 느릿느릿 일어나서 느릿느릿 밤을 먹고 쫓기지 않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느지막이 잠들 수 있는 그런 집. 다만 며칠이라도 그런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집이었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느릿하게 저쪽으로 걸어가는 '추'를 보며 한마디 했다.
"그럼, 추, 서둘러, 어서 서둘러. 빨리하지 말고 서둘러서 하라고.”
이 부분은 <작고 느린 책모임>이 생각나는 구절이었어요.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천천히, 겹겹이 쌓인 사소한 추억이 여러분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저한텐 평산책방 사랑방에서 이렇게 오순도순 책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 또한 사소한 추억의 힘입니다.💙
책방지기님께 책모임 1월 책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 누구냐고요?
저요...🙋🏻♀️ (누가 보면 독서왕이라 생각하겠다…)
그러자 탁현민 비서관님께서 <사소한 추억의 힘>이 어떻겠냐고 책방지기님께 말씀하셨지만...
책방지기님은 그저 웃기만 하시다가 그 사이에 후다닥 고민하시고 <올드 코리아>를 추천해 주셨어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전 직장 상사...😂😂😂
<올드 코리아> 1월 책모임을 아주 즐겁게 잘 마쳤고, 어쩌다 보니 제가 2월 책을 <핵의 변곡점>으로 강제로 탕탕! 정한 사람이 되어서(?) 그래도 1월이 가기 전에 탁 비서관님이 추천해 주셨던 도서 <사소한 추억의 힘>을 읽어봐야 겠다 생각하고 책을 폈습니다. 재밌어서 금세 읽었어요!
<사소한 추억의 힘>은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당신의 서쪽에서>와 최근의 여러 회고를 추가한 에세이입니다.
원고를 합본하면서 저자는 절망과 위로, 그 모든 순간에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장치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성찰과 웃음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은 괴롭지만, 과정의 성찰은 위로였고, 괴롭고 힘든 상황에서 웃음은 탈출 버튼이었다고요. 또한 큰 사건이나 새로운 사상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그런 변화는 여러 사소한 기억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잘 기억할 것을 강조합니다.
1부 ‘사소한 추억의 힘’에서는 스승 신영복 선생님과 전 직장 상사인 문재인 대통령님(현 책방지기님)을 추억합니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실제로 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교무실 선생님 책상에 꽂혀 있던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매료되어 그가 있는 성공회대학교로 편입한 이야기, 신영복 선생님과 매주 함께 한 대화의 시간과 더불어 시간이 흐른 뒤 죽음을 앞둔 신영복 선생님과의 마지막 인사 등 자세하고 세세한 기억을 마주하니 마지막 인사 부분에서는 지하철에서 읽다가 눈물이 터졌어요. 삶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사소하지만 지탱할 수 있는 강한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값진 인생을 살았다고 기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부분도 참 재미있었어요. 저자가 히말라야 트래킹 중 산장에서 거머리에 이곳저곳 뜯긴 바람에 연고를 바르고 있었는데, 그때 문 전 대표님이 당신은 피가 차서 그런지 몸이 차서 그런지 모기도 잘 안 물린다고 하시더래요. 그러다 모두가 연고 바른다고 계속 난리통일 때 문 전 대표님께서 지금 책방지기님 모습처럼 조용히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하셨는데, 문득 보니 턱에 점이 보이길래 “원래 턱에 점이 있으셨어요?”라고 여쭸는데 아니 글쎄! 거머리가 피를 잔뜩 빨아서 그 부위가 퉁퉁 부어 있었대요. 평소에 얼마나 집중을 하시면 거머리가 붙어도 모르시는지...!
‘피가 차다거나 몸이 차서가 아니라 통증에 좀 둔감하셔서 물리고도 잘 모르시는 것 같았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히 거머리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연고를 발라 드렸다.’
트래킹 이후 저자가 앞으로 연설이든 뭐든 좀 더 시원하게 말씀하셨으면 좋겠다, 질러야 할 땐 좀 지르시고 아닐 땐 아니라고 단칼에 자르시기도 하고 그러셔야 고구마 소리를 안 듣는다고 말씀드리자 문 전 대표님께서 이유를 설명해 주셨고, 그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처음에 인권 변호사로 사무실을 차리셨을 당시 대부분 돈 없고, 힘없고, 어디서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말 한 마디 못 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그런 사람들은 변호사랑 마주 앉아도 화를 내거나, 울거나, 눈치만 보고 보통 말을 못했대요. 처음에는 ‘알겠습니다. 가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사람에게 핀잔도 주고 그랬지만 어느 날 보니까 당신이 그런 태도를 보이면 그 사람이 기가 팍 죽어서 말도 못하고 돌아가는 걸 알고 반성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때 다 알아도, 좀 귀찮고 힘들어도, 어떻게 해주지 못해도 말은 끝까지 들어주자, 그 사람 말하는 거라도 들어주자. 이게 세월이 지나 습관으로 굳어 느리고 시원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고 합니다.
그 외 국가 행사 관련된 사소한 에피소드도 즐겁게 읽었고, 특히 현 정부에 대해선 전임 대통령과 전 정부에 대한 콤플렉스, 증오, 분노를 버리는 것이 가장 먼저다, 마음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 부분 또한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니까요.
2부 ‘흔들리며 흔들거리며’는 저자의 2012년 대선 이후 파리 생활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모그바티스에 사는 사람들의 더불어 사는 삶과 여유로운 모습은 특히 요즘 같은 세상을 견뎌보니 더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실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탁 비서관님의 프랑스어 에피소드 보고 진짜 길에서 빵 터져서 어제 프랑스어 하는 친구들한테도 여기에 나온 에피소드 2개 말하면서 같이 웃다가 오열했어요. 혹시 감상문 탁 비서관님이 보실까요? 큰웃음 주셔서 정말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웃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라도 다음에 뵐 일이 있다면 얼굴 보자마자 ‘오흐부아!(안녕히 계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하거나 ‘라디씨옹 실부플레!(영수증 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3부 ‘당신의 서쪽에서’는 2014년 제주살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낚시 성공기부터 시작해서 외로움에 맞서는 방법, 그리고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온기가 가득합니다. 남편을 집 앞 바다에서 순식간에 잃었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혜심언니의 모습, 직장생활을 하며 귀가 닳도록 들은 ‘빨리빨리’에 지쳐 제주도에 와서 자신의 속도대로 살고 있는 ‘추’의 모습, 사람 사는 냄새가 절로 나는 만수 형님네 가게, 특히 제주도에 오면 시간이 아닌 ‘날씨’로 대화를 하게 된다는 부분을 보며 저는 최근에 읽은 <정원가의 열두 달>에 다시 공감하는 사소한 추억 또한 새겼습니다.
나는 문득, 이 집이 '추의 작은 집'이 아니라 '추의 느린 집'이었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도시에서의 속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달려왔던 속도보다 느린 집. 느릿느릿 일어나서 느릿느릿 밤을 먹고 쫓기지 않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느지막이 잠들 수 있는 그런 집. 다만 며칠이라도 그런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집이었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느릿하게 저쪽으로 걸어가는 '추'를 보며 한마디 했다.
"그럼, 추, 서둘러, 어서 서둘러. 빨리하지 말고 서둘러서 하라고.”
이 부분은 <작고 느린 책모임>이 생각나는 구절이었어요.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천천히, 겹겹이 쌓인 사소한 추억이 여러분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저한텐 평산책방 사랑방에서 이렇게 오순도순 책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 또한 사소한 추억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