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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다이앤14
2024-01-30
조회수 967

다시한 번 더 읽는 것인데도 몰입감이 장난아니다. 처음 읽을 때는 쇼킹한 줄거리에 놀라 이런저런 생각 못하고 읽었는데, 작가의 실제 인생을 녹여낸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읽으니 느낌이 달라진다. 전쟁 때문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착취당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가난과 비참함, 그 와중에도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만의 도덕과 규율을 만들고 단련하듯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와 근친상간, 배다른 오누이간의 사랑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곳곳에 담겨있기도 해서 가슴이 콩닥콩닥 배덕한 기분이 들기도하지만, 소설 1, 2부 속 쌍둥이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실제 그들의 삶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어모아 짜깁기한 것이라는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아하—‘ 하는 감탄이 들 정도다. 


3부는 쌍둥이들의 실제 삶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의 배신으로 권총으로 남편을 쏘아죽이고 쌍둥이 아들 중 한 명 루카스에게 중상을 입힌 후 정신병에 걸린 엄마. 총상을 입은 루카스는 치료를 위해 병원과 요양원으로 옮겨지고 그 와중에 폭격으로 행방이 묘연해진다. 

보호자가 없어진 또 다른 아들 클라우스는 아버지와 내연관계에 있던 여자와 함께 살게되고, 그녀는 딸을 출신한다. 배다른 여동생 사라를 돌보며 살던 클라우스는 사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예전 어릴때 가족들과 함께 살던 집을 우연히 발견하고 거기에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가 살고있음을 알고 사라를 떠나 어머니 집으로 들어간다. 

잃어버린 아들, 자신이 쏘아버린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어머니는 희생적인 클라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늘 루카스만을 기다린다. 클라우스는 쌍둥이 형제를 기다리면서도 늘 ’루카스가 될 수 없는‘ 자신을 안타까워 한다. 

심장병에 찌든 몸을 이끌고 국경을 넘어 형제와 어머니를 만나고싶다는 루카스. 물어물어 형제의 집을 찾아오지만 클라우스는 끝내 어머니의 존재를 숨기고 자신들의 형제관계임을 시인하지 않는다. 결국 루카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자신이 쓰던 노트를 이어서 써 줄 것과 자신을 부모님 묘지에 묻어줄 것을 요청한다. 형제의 마지막을 수습하던 클라우스 역시 자신도 형제와 같은 마무리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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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되어서 책을 쓰고 싶었거든. 그건 내 젊은 시절의 꿈이었어. 누나와 나는 종종 그 꿈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누나는 나를 믿었고, 나도 나 자신을 믿었는데, 결국 나는 책을 쓰겠다던 꿈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어.

나는 이제 쉰 살밖에 안 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배를 끊는다면,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거야. 몇 권 더 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용경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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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