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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는 여자

다이앤14
2024-01-31
조회수 526

<시녀이야기>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미니즘 소설. 1960년대 캐나다를 배경으로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점차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처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혼란과 갈등을 그렸다. 대부분의 여자를 약탈자로 간주하는 피터, 여자는 남자를 돌보는 도우미라고 생각하는 덩컨, 여자를 성적인 도구로 이용하거나 여신처럼 떠받들거나 둘 중 하나이며 뭐든 열일곱 살이 넘으면 늙었다고 생각하는 렌, 여자를 연약한 제물 취급하며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조 등등 다양한 남성캐릭터를 등장시켜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다양한 시선들을 보여준다. 인물간의 대화나 상황들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소설 속 배경이 1960년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소설의 주인공인 메리언 매캘핀은 “거의 비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정상”인 젊은 여성이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시모어 서베이스라는 설문조사 회사에서 설문지를 만드는 일을 한다. 변덕이 심한 룸메이트 에인슬리와 까다로운 집주인 사이에서 불안한 휴전을 유지하며, 외모며 직업이며 꽤 괜찮은 남자친구 피터와 데이트를 즐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식에 대해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먹을 수 없는 품목이 점점 늘어난다. 그런 증상이 시작된 시점은 프러포즈를 수락함으로써 그녀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변화가 생겼고 그 역할에 거부감이 생겼을 때부터였다.


대학 동창인 클래라는 대학을 중퇴하고 결혼하여 벌써 두 아이를 낳고, 세 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던 룸메이트 에인슬리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훌륭한 혈통에다가 외모가 좋은 남자와의 사이에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낳아 기르길 원한다. 메리언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두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결혼과 임신에 대한 불안을 드러내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를 고민한다.


《먹을 수 있는 여자》에서 다루는 주제는 남자, 사회, 음식, 먹는다는 행위와 여성의 관계다. 저자는 음식과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남성 위주의 현대사회를 향한 젊은 여성의 반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메리언은 사회에서 부여하는 역할과 스스로 느끼는 자아상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그런 갈등과 반항의 상징이 음식이다. 메리언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에게 강요되는 역할과 불공평한 시스템을 극복하고 살아남으려면 좀 더 강인하고 독립적인 자아를 구축해야 한다. 작품의 말미에서 그녀는 음식과 새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와 같은 자아를 부분적으로나마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여자의 모습으로 만든 케이크를 먹음으로써 거짓되고 공허한 정체성에서 탈출하고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다.


<시녀이야기>에서는 여성을 아기낳는 자궁으로만 바라보는 상상속 미래 디스토피아적 시대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했었는데,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너무나 재미나게 쓰는 작가라는 사실에 너무 감탄했다. 적당한 유머와 톡톡 튀는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들, 실감나는 대사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남자들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대체물을 만들어 먹이다니. 이 얼마나 충격적이면서 유쾌한 반전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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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부엌에서 성상이나 쿠션에 얹은 왕관같이 성스러운 물건을 들고 행진하는 연극배우처럼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접시를 들고 나왔다. 무릎을 꿇고 피터 앞에 놓인 커피 테이블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당신은 나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지?” 그녀는 물었다. “나를 동화시키려고 하고 있지? 하지만 내가 대역을 만들었어, 당신이 훨씬 더 좋아할 만한 걸로. 당신이 처음부터 진심으로 원했던 건 이거 아니야? 내가 포크 가져다줄게.” 그녀는 밋밋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터는 케이크에서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케이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정색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이 놀라서 동그래졌다. 그는 확실히 그녀를 철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여자 | 마거릿 애트우드, 이은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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