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엘리자베스 키스. 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지음, 송영달 옮김, 책과 함께.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감격적인, 책방지기 님의 추천도서. 아직도 감흥이 생생한데 시간은 정말 그새 한 달이 또 갔고, 또 해병대 동계훈련 하듯 책을 읽어냈다.
책방지기 님 추천대로 그림이 절반이 넘고!
또 그 그림이 예쁘다!!!고 하셔서!!!!!

호기롭게 화집 보듯 훌훌 넘길 심산으로 일요일 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글이 많았다. 또 내용 자체도 깊이 있고 생각해 볼 대목들이 많았다.
우선 엘스펫 키스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자란 서구 여성이라는 작가의 시선으로 당시 '코리아'를 그려낸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혹은 이분법적 시각으로 그려내는 대신 애정을 담아, 동생 엘리자베스의 그림처럼 최대한 현상을 세밀하게 그려내려고 한다. 특히 일본에서 5년 가까이 거주하면서 일본 문화와 사람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을 자매가 자신들이 본 일본의 장점 뒤에 가려진 폭력성, 야만성, 그리고 정신이 결여된 물질주의를 언급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만 평가하기엔 그녀들이 한국에 대해 느낀 호감과 친밀감은 더 깊지 않을까.
.P 212 " 그들은 오직 물질문명만 중시했고 정신적 측면은 등한시했습니다. 그래서 근대화된 일본은 순전히 물질주의에 기초를 두게 되었습니다.(중략)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의 명예나 감정은 정말 소중한 가치인데 이런 것을 일본 정부가 일괄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어떤 일본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도덕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손으로 들어볼 수도 없는 것, 보거나 만질 수도 없는 것, 다른 사람에게서 뺏어올 수도 없는 것이고, 물론 팔 수도 없는 것입니다. 당신은 물질, 그것 밖에는 관심이 없습니까?'
그리고 아마도 유관순 열사님으로 추측되는 "학생 중에서 제일 똑똑한 학생" 루스를 이화학당장 룰루 프라이와 같이 서대문 형무소로 면회를 갔던 장면. 루스는 슬프기보다 환희에 찬 표정으로 자신이 3.1만세운동에 참여한 이유와 과정을 설명했는데,
P. 164 "동정을 구하는 표정이라기보다는 승리한 자의 모습이었다. 선생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울었지만 루스는 조용하고 침착했다."
거기에, 하와이 거주 한국인들을 묘사하면서 보여주는 은근하면서 놀라운 선지자적 통찰력까지!
P. 294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에 제일 특이한 인물은 이승만 박사다. (중략) 그는 1916년에 한인 교회를 만들었는데 그 교회는 여러 해 전부터 한인들의 교회였던 감리교 등 다른 종파의 사람들을 포함했기 때문에 분란이 일었다. 이 박사를 따르지 않는 사람의 숫자가 이제는 더 많으며, 통일 한인 위원회도 그중 하나다. 최근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에서 모든 한인은 단합하라는 훈시가 전달되었다.(중략) 모든 단체가 총 한인위원회에 참가했으나 동지회만은 참가하지 않았다. 이 글이 인쇄되기 전에 동지회도 총 한인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조국을 찾는데 합심하기 바란다."
현재에서 과거 역사를 자평하는 입장도 아닌, 이미 100여년 전 벽안의 이방인에게 보여지는 한국인 지도자의 모습도 미래를 예언한 듯 하지 않은가. 그가 목청껏 외치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와 반대로 아닌 분열과 진영주의에 매몰된 모습을 키스는 특별히 정치 식견 없이 그대로읽어낸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미덕은, 때로는 그리고 싶은 대상을 쫒아가며 관찰하다가 물에 빠지기도 했었다는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에 대한 사랑이다. 수채화의 특성 상 색감이 많이 날아갔음에도 "분홍 장미색, 남색, 옥색"의 고유한 한복 색감이 생생하다. 또 '얼굴이 작고 부드러우며, 발이 어느 민족보다 예쁘고 남성에 비해 하대 받지만 3.1 만세운동 할 때는 여느 남성보다 적극적이고 용감하다'는 당시 조선 여성에 대한 묘사며, 빨랫 같은 힘든 가사를 도맡는 여성 역할로 인해 '여유 있고 점잖고 예의 바른' 지식인 조선남성 역할이만들어짐은 글 읽지 않아도 키스의 그림 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일본과 한국 외에 필리핀 같은 아시아를 여행하며 그림을 남긴 용감한 영국 여성 엘리자베스 키스도 실은 당대 유럽에서는 비혼, 여성이라는 비주류에 속한다. 전달의 젠더 이슈 책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제인 오스틴의 여성 주인공들이 거리로 내몰리거나 굶지 않기 위해 결혼이라는 생존 전략에 고군분투하던 시기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던 때. 그렇기에 키스는 당시 제국주의 열강 사이에서 핍박과 척살 당하던 대한제국이라는 국가에 더 애착 가고 공감하지 않았을지.
책 말미 <이순신 장군 초상화> 추정 그림을 우연히 발견하고 손에 넣게 되는 에피소드는 마치 한국 문화에 매혹되는 엘리자베스 키스처럼, 이민자로 살면서 조국이 서구 시각에서 왜곡되어 그려지는 것에 안타깝게 여기고 키스의 그림 수집하게 되었다는 역자 송영달 교수의 흥분이 느껴졌다.
외국인이지만 누구보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사랑했고, 당대 일제에 의해 말살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키스는 1956년 사망했다. 어쩌면 마지막까지 보고 듣게 된 한국의 소식은 남과 북으로 나눠지고 동족상잔의 전쟁에 휘말렸다는 것일테니, 한국에 대해 애달픈 감정으로 가셨을 것 같다.
그녀가 100년 전 방문했던 '코리아'와 지금의 대한민국은 상전벽해 저리가라 싶게 변했다. 그토록 찬사를 보내던 한국 고유의 정신성, 그리고 시대상은 과연 어떨까. 부쩍 퇴행하는 시기의 조국을 보고 있는 지라, 마음이 복잡하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감격적인, 책방지기 님의 추천도서. 아직도 감흥이 생생한데 시간은 정말 그새 한 달이 또 갔고, 또 해병대 동계훈련 하듯 책을 읽어냈다.
책방지기 님 추천대로 그림이 절반이 넘고!
우선 엘스펫 키스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자란 서구 여성이라는 작가의 시선으로 당시 '코리아'를 그려낸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혹은 이분법적 시각으로 그려내는 대신 애정을 담아, 동생 엘리자베스의 그림처럼 최대한 현상을 세밀하게 그려내려고 한다. 특히 일본에서 5년 가까이 거주하면서 일본 문화와 사람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을 자매가 자신들이 본 일본의 장점 뒤에 가려진 폭력성, 야만성, 그리고 정신이 결여된 물질주의를 언급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만 평가하기엔 그녀들이 한국에 대해 느낀 호감과 친밀감은 더 깊지 않을까.
.P 212 " 그들은 오직 물질문명만 중시했고 정신적 측면은 등한시했습니다. 그래서 근대화된 일본은 순전히 물질주의에 기초를 두게 되었습니다.(중략)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의 명예나 감정은 정말 소중한 가치인데 이런 것을 일본 정부가 일괄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어떤 일본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도덕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손으로 들어볼 수도 없는 것, 보거나 만질 수도 없는 것, 다른 사람에게서 뺏어올 수도 없는 것이고, 물론 팔 수도 없는 것입니다. 당신은 물질, 그것 밖에는 관심이 없습니까?'
그리고 아마도 유관순 열사님으로 추측되는 "학생 중에서 제일 똑똑한 학생" 루스를 이화학당장 룰루 프라이와 같이 서대문 형무소로 면회를 갔던 장면. 루스는 슬프기보다 환희에 찬 표정으로 자신이 3.1만세운동에 참여한 이유와 과정을 설명했는데,
P. 164 "동정을 구하는 표정이라기보다는 승리한 자의 모습이었다. 선생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울었지만 루스는 조용하고 침착했다."
거기에, 하와이 거주 한국인들을 묘사하면서 보여주는 은근하면서 놀라운 선지자적 통찰력까지!
P. 294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에 제일 특이한 인물은 이승만 박사다. (중략) 그는 1916년에 한인 교회를 만들었는데 그 교회는 여러 해 전부터 한인들의 교회였던 감리교 등 다른 종파의 사람들을 포함했기 때문에 분란이 일었다. 이 박사를 따르지 않는 사람의 숫자가 이제는 더 많으며, 통일 한인 위원회도 그중 하나다. 최근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에서 모든 한인은 단합하라는 훈시가 전달되었다.(중략) 모든 단체가 총 한인위원회에 참가했으나 동지회만은 참가하지 않았다. 이 글이 인쇄되기 전에 동지회도 총 한인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조국을 찾는데 합심하기 바란다."
현재에서 과거 역사를 자평하는 입장도 아닌, 이미 100여년 전 벽안의 이방인에게 보여지는 한국인 지도자의 모습도 미래를 예언한 듯 하지 않은가. 그가 목청껏 외치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와 반대로 아닌 분열과 진영주의에 매몰된 모습을 키스는 특별히 정치 식견 없이 그대로읽어낸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미덕은, 때로는 그리고 싶은 대상을 쫒아가며 관찰하다가 물에 빠지기도 했었다는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에 대한 사랑이다. 수채화의 특성 상 색감이 많이 날아갔음에도 "분홍 장미색, 남색, 옥색"의 고유한 한복 색감이 생생하다. 또 '얼굴이 작고 부드러우며, 발이 어느 민족보다 예쁘고 남성에 비해 하대 받지만 3.1 만세운동 할 때는 여느 남성보다 적극적이고 용감하다'는 당시 조선 여성에 대한 묘사며, 빨랫 같은 힘든 가사를 도맡는 여성 역할로 인해 '여유 있고 점잖고 예의 바른' 지식인 조선남성 역할이만들어짐은 글 읽지 않아도 키스의 그림 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책 말미 <이순신 장군 초상화> 추정 그림을 우연히 발견하고 손에 넣게 되는 에피소드는 마치 한국 문화에 매혹되는 엘리자베스 키스처럼, 이민자로 살면서 조국이 서구 시각에서 왜곡되어 그려지는 것에 안타깝게 여기고 키스의 그림 수집하게 되었다는 역자 송영달 교수의 흥분이 느껴졌다.
외국인이지만 누구보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사랑했고, 당대 일제에 의해 말살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키스는 1956년 사망했다. 어쩌면 마지막까지 보고 듣게 된 한국의 소식은 남과 북으로 나눠지고 동족상잔의 전쟁에 휘말렸다는 것일테니, 한국에 대해 애달픈 감정으로 가셨을 것 같다.
그녀가 100년 전 방문했던 '코리아'와 지금의 대한민국은 상전벽해 저리가라 싶게 변했다. 그토록 찬사를 보내던 한국 고유의 정신성, 그리고 시대상은 과연 어떨까. 부쩍 퇴행하는 시기의 조국을 보고 있는 지라, 마음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