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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천현우

구름이
2024-01-26
조회수 1079

지기님께서 꽤 오래 전에 추천해주셨던 책을 저는 최근에야 많이 읽고 있는데요. 이 책도 얼마 전에 읽었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신 천현우 작가님이 저와 동년배라, 고향에서 경험했던 일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 고향은 공업 대신 3차 산업이 많이 발달한 관광지입니다. 그래서 관광 쪽 일자리가 많지요. 달리 말하자면,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이 관광업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도 취업 전까지 참 다양한 관광업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주로 서빙, 안내, 청소, 조리 등의 일이었지요. 관광업이 발달한 대부분의 지방이 그렇듯,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일이었습니다. 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도 많이 열악했어요. 술에 취한 관광객들을 상대하다가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거나, 쉴 만한 휴게소가 없어서 큼직한 세제통을 의자 삼아 복도에서 쉬어야 한다거나, 직원과 하청을 차별하는 원청과 그에 영합하여 하청과 본인들을 구분짓고 하대하는 원청 직원들 등... 20대에 겪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도 저는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방학 몇 개월만 일하다 관 둘 수 있었어요. 그렇게 번 돈으로 학비나 생활비를 내기 위해 다시 고향을 떠나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잠깐 머물다 갔던 그 현장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고, 제 앞날을 위한 돈벌이 수단이 누군가에게는 당장의 생계를 위한 돈이었죠.

'이들의 삶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까?' 그 때 가장 제 마음을 걸리게 했던 의문이었어요. 그 안에는 저희 부모님도 있고, 제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어떻게든 배워 보겠다고 학비며 생활비며 직접 벌던 제 선택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 조차도 누구에게나 허락된 기회는 아니었죠. 다른 이들에게 허락된 현실은 조금 더 차갑다는 것을 사실 알고 있으면서도 제 삶에 집중하느라 모른 척 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잊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요. 그래서 많이 반성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별개로, 제 동년배의 청년이 겪은 사적인 경험과 생각들이 참 재밌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자기의 감상과 욕망이 있고, 그 안에서 좌절도 하고 극복도 하고 그러고 사는데... 요즘에는 수도권에 사는 사무직 혹은 예술계통 청년들의 생각만 이야기 하잖아요. 청년공 천현우의 경험과 생각도 얼마나 다채롭고 재미있던지요.


작가님이 이전에 기고했던 결혼과 관련된 칼럼이 있습니다. 결혼 자체가 돈이 많은 이들의 전유물이 되어 간다는 이야기가 한창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화제가 된, 결혼에 대한 지방 남성들의 욕망을 솔직하게 다룬 내용이었죠. 여성의 입장을 배제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사기도 했어요. 후에 인터뷰를 보니 작가님도 그 부분을 인정하시더군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지방 여성(중년 청년 모두)의 목소리가 아예 배제되어 담론 형성조차 어렵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지방 출신 여성으로서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욕망 그 자체가 정말 잘못된 것일까요? 인류는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며 오랫동안 생존해왔으니 이는 생존에 대한 본능이 아닐까요? 그 욕망이, 인간의 생애 주기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제한되는 사회문제를 다양한 목소리로 지적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지를 붙이고 붙여 여성의 입장도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나요? 지방 청년의 현실을 알리는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금, 지방 남성 청년과 지방 여성 청년의 입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니까요. 저는 이 책에서 은주의 삶이 가장 궁금했고, 은주가 편안하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횡설수설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 만큼 제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해 준 책입니다.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 적지 못한 감상들이 아직도 머리에 가득합니다.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천해주신 분께 감사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8 2
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