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산책친구 회원들이 읽은 책, 함께 읽고 싶은 도서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책의 표지, 한 페이지 등 사진과 함께 공유해보세요.
※ 욕설, 비방, 게시판 목적과 무관한 내용은 관리자가 이동 또는 삭제할 수 있습니다.

핑거스미스

다이앤14
2024-01-18
조회수 1181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를 만들 때 참고한 원작 소설. 중반까지는 내용이 거의 비슷한데, 결론부가 확실히 차이난다. 박찬욱 감독이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머릿속으로 새롭게 잘 팔릴만한 이야기를 구상하며 살짝쌀짝 고수위와 퇴폐적인 사람들의 관음본능을 MSG처럼 첨가하면서 얼마나 신이 났을지 저절로 막 상상이 됐다. 원작 자체의 소재와 갈등 구성들이 너무나 신박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원작보다는 영화가 더 끌린다는. 엎치락 뒤치락도 원작보다는 몇 배나 더 등장하고, 무엇보다 배우들 연기가 너무 좋았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되어, 소매치기들 틈에서 자라난 수 트린더. 이 소설의 제목인 <핑거스미스>는 소매치기를 뜻하는 19세기 영국의 속어이자, 수가 사기를 치기 위해 사용한 이름 수전 스미스(<우리가 외우기 쉽고, 또 그들이 추적하기 어려운>)와 각운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같은 패거리의 <젠틀먼>이 수에게 임무를 준다. 시골에 사는 한 젊은 상속녀의 하녀로 들어가, 젠틀먼이 그녀에게 구혼하는 일을 돕는 것.

상속녀 모드는 수의 나이 또래이며 그녀와 묘하게 닮은 용모의 소유자로, 수가 <런던에서 왔다>는 것에 마냥 신기해하는 순진하고 병약한 여자였다. 이윽고 젠틀먼이 영지에 도착하고 그동안 모드에게 연애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가르치던 수는 가련한 먹잇감에 불과한 모드에 대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강렬한 감정에 빠지게 되어 놀란다. 

젠틀먼과 모드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만 모드는 이미 젠틀먼과의 결혼 생활에 아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오직 수의 관심과 손길만 요구하는 상황이 된다. 한편 젠틀먼은 원래 계획대로 모드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을 계획을 오차 없이 진행하고 있었는데…….

________


「수.」 모드가 말했다. 「이 집은 네 거야.」

「원하지 않아.」 내가 말했다.

「돈은 네 것이야. 네 어머니의 돈 반이 네 것이야. 원하면 전부 가져가. 난 하나도 청구하지 않았어. 넌 부자가 될 거야.」

「난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아. 부자가 되고 싶다고 바란 적 한 번도 없어. 내가 원하는 건 그저…….」

그러나 나는 주저했다. 심장이 너무나 묵직했다. 모드의 시선이 너무나 침착하게, 너무나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모드를 보았을 때가 어땠는지를 생각했다. 법정에서가 아니라, 젠틀먼이 죽던 날 밤에 말이다. 그때 모드의 눈은 번득이고 있었다. 이제는 번득이지 않았다. 그때는 머리털이 말려 있었는데 이제는 풀어져 있었고, 핀으로 찌르는 대신 단순한 리본으로 뒤에서 묶여 있었다. 손은 떨고 있지 않았다. 장갑을 끼지 않았고 이미 말한 바대로 잉크 방울이 튀고 번져 있었다. 이마에도 손으로 누르고 있던 부분에 잉크가 묻어 있었다. 드레스는 어두운색이었으며 길었지만 바닥에 닿을 정도는 아니었다. 비단이었지만 앞에서 묶는 옷이었다. 가장 위쪽 고리는 풀려 있었다. 풀린 고리 뒤로 모드의 목젖이 뛰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모드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원하는 건 너뿐이야.」 내가 말했다.


핑거스미스 | 세라 워터스, 최용준 저


#핑거스미스 #세라워터스 #열린책들 #영화_아가씨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a9fcbd684d70a.jpeg

01f960bf4f76b.png

36fc60187670b.png

63cca81541ac7.png

345afb274dd01.png

4 4
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