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컸었나? 올해의 소설로 회자되는 책이라서 믿고 읽어봤는데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미국 월스트릿의 대부호 가정의 이야기를 놓고 네 명의 사람이 각자의 입장에서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첫 번째 이야기 <채권>은 해럴드 배너라는 작가가 쓴 소설이다.
그는 앤드루와 그의 부인 밀드레드를 벤저민과 헬렌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그려내서 철저한 배금주의자인 앤드루를 비난하고 그의 부인을 정신병에 걸린 불쌍한 여자로 그려낸다.
두 번째 이야기 <나의 인생>은 <채권>에 대한 반발로 앤드루가 작가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걸며 집필한 자서전이다. 앤드루는 대필작가를 구해 자서전을 쓰게 되는데, 여기서 자신의 선견지명과 탁월한 돈에대한 감각을 찬양하게 한다. 자신의 부인에 대해서도 자고지순하고 동정심 많은 여자, 그러면서도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성이 있는 여자로 표현해 낼 것을 주문한다.
세 번째 이야기 <회고록을 기억하며>는 <나의 인생>을 대필해준 작가가 중견작가가 된 이후에 당시를 회상하며 남긴 글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돈에 대해 경멸적인 교육을 받아왔던 아이다는 아버지가 경멸하는 웰스트릿의 부자를 위해 일하게 된 것이 대해 고민스러워했다. 그러다가 앤드루가 사실을 옮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원하는 것에 점점 의문을 품게 되고, 자료조사 중 <채권>을 썼던 작가의 글이 도서관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사실을 보고 돈의 위력에 기가 질린다. 그의 아내 밀드레드의 일기가 발견되면서 그녀에게 흥미를 갖게된다.
마지막 이야기 <선물>은 밀드레드의 일기 내용이다.
일기라고 보기에는 워낙 자유스러운 형식이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야기의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수학적인 능력이 탁월하고 문학과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남편 앤드루가 후원금으로 준 작은 돈으로 당시 거품많던 주식시장을 교묘히 이용해서 큰 실적을 냈고, 이 사실을 안 남편이 적극적으로 아내의 사업적 머리를 이용하게 된다. 1926년, 그녀의 방식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룬 앤드루를 비난하며 사이가 벌어진다. 이후 속죄하는 기분으로 문화 예술 등의 분야에 많은 후원을 하기 시작한다. 암이 발병하여 요양을 하는 중에도 남편의 사업자문 역할을 한다.
돈의 흐름이나 주식, 1929년 미국대공홍등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가 어두워서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없어 아쉬었다. 소설 속 네 작품 모두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돈으로 마음에 들지않는 작가의 흔적을 싹 없앨 수도 있고, 평소 가져왔던 물욕없는 삶과도 미련없이 결별할 수 있게 한다. 아내의 재능을 마치 자신의 선견지명, 혹은 대대로 내려온 가문의 경제교육 때문이라 내세우고 자신의 부 축척은 모두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야기들이 정신없고 잘 이해안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읽기 쉽지 않았다. 막판 반전은 좀 놀랍긴 했지만, 그것 빼고는 그닥 들어오는 부분은 없었던 소설.
__________
내가 무슨 정보를 내놓을 수 있을까? 베벨의 공갈. 몇 년 전에 언론이 다룬 거래. 베벨이 전혀 몰랐던 것처럼 보이는 아내에 대한 모호하고 비일관적인 이야기. 게다가 그 이야기는 어쨌든 금방 공개될 터였다. 전부 베벨의 책에 나올 테니까. 게다가 그중 아주 많은 부분이 허구였다. 베벨은 내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목소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내가 직접 지어낸 이야기로 아내에 관한 몇 가지 빈 칸을 채워달라고 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내 직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밀어붙였을 때처럼, 넥타이를 매지 않은 남자에게도 또하나의 허구를 지어주면 안 될까? 그래, 그게 해결책이었다. 나는 진짜 베벨에게 허구의 베벨을 만들어주었다. 내 아버지에게도 허구의 베벨을 만들어주었다. 협박범에게도 허구의 베벨을 쉽게 하나 더 만들어줄 수 있었다.
트러스트 | 에르난 디아즈, 강동혁 저










기대가 너무 컸었나? 올해의 소설로 회자되는 책이라서 믿고 읽어봤는데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미국 월스트릿의 대부호 가정의 이야기를 놓고 네 명의 사람이 각자의 입장에서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첫 번째 이야기 <채권>은 해럴드 배너라는 작가가 쓴 소설이다.
그는 앤드루와 그의 부인 밀드레드를 벤저민과 헬렌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그려내서 철저한 배금주의자인 앤드루를 비난하고 그의 부인을 정신병에 걸린 불쌍한 여자로 그려낸다.
두 번째 이야기 <나의 인생>은 <채권>에 대한 반발로 앤드루가 작가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걸며 집필한 자서전이다. 앤드루는 대필작가를 구해 자서전을 쓰게 되는데, 여기서 자신의 선견지명과 탁월한 돈에대한 감각을 찬양하게 한다. 자신의 부인에 대해서도 자고지순하고 동정심 많은 여자, 그러면서도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성이 있는 여자로 표현해 낼 것을 주문한다.
세 번째 이야기 <회고록을 기억하며>는 <나의 인생>을 대필해준 작가가 중견작가가 된 이후에 당시를 회상하며 남긴 글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돈에 대해 경멸적인 교육을 받아왔던 아이다는 아버지가 경멸하는 웰스트릿의 부자를 위해 일하게 된 것이 대해 고민스러워했다. 그러다가 앤드루가 사실을 옮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원하는 것에 점점 의문을 품게 되고, 자료조사 중 <채권>을 썼던 작가의 글이 도서관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사실을 보고 돈의 위력에 기가 질린다. 그의 아내 밀드레드의 일기가 발견되면서 그녀에게 흥미를 갖게된다.
마지막 이야기 <선물>은 밀드레드의 일기 내용이다.
일기라고 보기에는 워낙 자유스러운 형식이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야기의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수학적인 능력이 탁월하고 문학과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남편 앤드루가 후원금으로 준 작은 돈으로 당시 거품많던 주식시장을 교묘히 이용해서 큰 실적을 냈고, 이 사실을 안 남편이 적극적으로 아내의 사업적 머리를 이용하게 된다. 1926년, 그녀의 방식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룬 앤드루를 비난하며 사이가 벌어진다. 이후 속죄하는 기분으로 문화 예술 등의 분야에 많은 후원을 하기 시작한다. 암이 발병하여 요양을 하는 중에도 남편의 사업자문 역할을 한다.
돈의 흐름이나 주식, 1929년 미국대공홍등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가 어두워서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없어 아쉬었다. 소설 속 네 작품 모두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돈으로 마음에 들지않는 작가의 흔적을 싹 없앨 수도 있고, 평소 가져왔던 물욕없는 삶과도 미련없이 결별할 수 있게 한다. 아내의 재능을 마치 자신의 선견지명, 혹은 대대로 내려온 가문의 경제교육 때문이라 내세우고 자신의 부 축척은 모두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야기들이 정신없고 잘 이해안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읽기 쉽지 않았다. 막판 반전은 좀 놀랍긴 했지만, 그것 빼고는 그닥 들어오는 부분은 없었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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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정보를 내놓을 수 있을까? 베벨의 공갈. 몇 년 전에 언론이 다룬 거래. 베벨이 전혀 몰랐던 것처럼 보이는 아내에 대한 모호하고 비일관적인 이야기. 게다가 그 이야기는 어쨌든 금방 공개될 터였다. 전부 베벨의 책에 나올 테니까. 게다가 그중 아주 많은 부분이 허구였다. 베벨은 내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목소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내가 직접 지어낸 이야기로 아내에 관한 몇 가지 빈 칸을 채워달라고 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내 직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밀어붙였을 때처럼, 넥타이를 매지 않은 남자에게도 또하나의 허구를 지어주면 안 될까? 그래, 그게 해결책이었다. 나는 진짜 베벨에게 허구의 베벨을 만들어주었다. 내 아버지에게도 허구의 베벨을 만들어주었다. 협박범에게도 허구의 베벨을 쉽게 하나 더 만들어줄 수 있었다.
트러스트 | 에르난 디아즈, 강동혁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