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작고느린 책모임>에서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서 읽기로 한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분명하지 않아 보였다. 내 관심분야의 책이 아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달 책모임을 하고 다른 회원들의 감상문을 읽고서 이번 달에 다시 책을 읽어보니 내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침팬지와 보노보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라고 한다. 그래서 영장류학자인 저자는 이 두 종의 암컷과 수컷에서 나타나는 성차이, 즉 성역할과 행동의 차이를 탐구하여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성차이의 기원을 밝혀보려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다수 영장류에서 암수의 행동 차이는 극명하다. 수컷은 권력욕구가 강해 상대를 위협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 반면에 암컷은 관계와 가족을 중시해서 최대한 갈등을 억제하려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수컷과 암컷 사이에서 가끔 이해상충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방이 없으면 진화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따라서 수컷과 암컷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저자는 책에서 이러한 상호작용을 추론한다.
수컷 영장류는 폭력적이고 지배적다. 암컷 영장류는 수동적이다. 그러나 현명한 암컷 우두머리가 '정치적'으로 개입하면 수컷들의 폭력성은 줄어든다. 암컷 침팬지이지만 수컷처럼 과시적인 행동을 하는 침팬지도 있다. 온몸이 근육질이지만 권력욕이 없는 '고독한' 수컷 침팬지도 있고, 어미를 잃은 새끼를 보호하는 것처럼 비상상황에서 부성애를 보여주는 수컷 침팬지도 있다.
이처럼 대다수 영장류에서 암수 성차이는 분명히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성차이와 양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영장류의 사회 생활을 흥미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따라서 '젠더 중립'이 아니라 성차이를 인정하자고 말한다. 이 세상은 남성과 여성 중 하나의 성을 본질적이고 우월한 성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이 세상은 남성과 여성을 모두 선택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 영장류학자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이러한 차이의 인정을 위해서는 여성불평등운동에 남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성이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동조자가 나오지 않는 한 기존 질서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저자의 이 말에 적극 공감한다.
🙉 이 책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4장은 젠더 문제를 다룬다. 5장-8장은 암컷이 지배하는 보노보와 수컷이 지배하는 침팬지를 중심으로 성과 폭력의 문제를 살펴본다. 9장-13장에서는 알파 수컷(우두머리 수컷)과 알파 암컷(우두머리 암컷)의 상호작용을 통해 침팬지 사회의 정치행위, 그리고 모성애와 새끼 양육의 문제, 동성애 문제 등을 다룬다.
다음은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내용들이다.
젠더
1955년에 성과학자 머니가 도입한 명칭이다. 그에 따르면 젠더란 "어떤 사람이 자신이 남자 아이나 남성, 혹은 여자 아이나 여성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젠더는 생물학적인 성과 구별되었는데, 둘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머니의 이 용어를 바탕으로 페미니즘에서는 젠더를 '사회적 구성물'이라 선언했고, 이어 트렌스젠더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젠더의 자기 사회화
그러나 머니의 명성은 '생물학적' 요소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추락했다. 머니는 사고로 생식기를 다친 남자아이를 성전환 수술을 시켜서 부모에게 여자 아이로 키우게 했다. 그러나 아이는 여자아이로 자라는데 실패하고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되찾았다.
이로써 젠더는 부모의 일방적인 가르침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자기 사회화'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즉 아이들 스스로 롤 모델을 선택하여 그를 모방하는 자기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딸 침팬지는 엄마 침팬지를 롤 모델로 채택하여 자기 사회화 과정을 밟는다. 반면에 아들 침팬지는 엄마 침팬지와 오랜 시간을 보내도 엄마 침팬지의 행동을 모방하지 않는다. 이처럼 젠더는 생물학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이루어진다.
젠더 스펙트럼
생물학적인 성은 남자와 여자, 즉 이분법적으로 분명하게 나뉜다. 그러나 젠더는 그렇지 않다. 젠더는 양극단에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이 위치하고 그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트렌스젠더와 뇌
한쪽 성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성에 속한다고 느끼는 개체를 말한다. 사람의 경우 '느낌'을 중요시해서 트렌스젠더인 사람은 "몸속에서 다른 성의 자신을 발견한다".
트렌스젠더의 존재는 젠더가 임의적인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개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젠더 역할은 문화적 산물일 수도 있지만, 젠더 정체성 자체는 내부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트렌스젠더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일종의 '장애'로 보아서는 안된다.
뇌에는 '종말줄 침대핵'이라는 작은 지역이 존재하는데 이곳이 젠더 정체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렌스젠더 여성(생물학적 남성)의 종말줄 침대핵은 여성의 것과 비슷했고, 트렌스젠더 남성(생물학적 여성)의 것은 남성의 것과 비슷했다. 따라서 자신의 젠더를 더 잘 알려주는 지표는 생식기 해부학이 아니라 뇌인 것처럼 보이지만 단언할 수는 없다고 한다.
생식기와 뇌의 불일치 원인은 무엇일까? 추측에 의하면 태아의 생식기는 임신되고 나서 처음 몇 개월 동안 남성이나 여성으로 분화하는 반면, 뇌는 임신 후반기에 젠더에 따른 분화가 일어난다. 만약 이 과정들의 연결이 끊어진다면, 뇌는 한쪽 젠더를 취하는 반면 몸은 반대쪽 젠더를 취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다윈의 성 선택 이론
다윈은 성 선택 이론을 개발해 암컷의 행위 주체성을 처음으로 강조한 생물학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암컷을 수컷의 생식을 위한 용기로 간주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수컷이 화려하고 듣기 좋은 음성을 가진 것은 암컷이 이러한 수컷을 짝짓기 상대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컷은 최고의 자질을 갖춘 수컷과 짝짓기를 함으로써 진화를 조종한다. 그러나 다윈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암컷의 중요한 역할을 조롱했다.
둥지 조력자
둥지 주변에 머물면서 부모가 다음번 새끼를 먹이는 것을 돕는 청소년 새처럼 부모가 아니면서 새끼의 양육을 돕는 조력자를 가리키는 생물학적 용어이다. 사람의 경우 대표적인 둥지 조력자는 외할머니이다. 둥지 조력자는 협동 양육의 한 형태이다.
🙉 이밖에도 침팬지의 정치학과 모성애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남녀 성차이에 대한 진화론적 기원이 궁금하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젠더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작고느린 책모임>에서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서 읽기로 한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분명하지 않아 보였다. 내 관심분야의 책이 아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달 책모임을 하고 다른 회원들의 감상문을 읽고서 이번 달에 다시 책을 읽어보니 내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침팬지와 보노보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라고 한다. 그래서 영장류학자인 저자는 이 두 종의 암컷과 수컷에서 나타나는 성차이, 즉 성역할과 행동의 차이를 탐구하여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성차이의 기원을 밝혀보려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다수 영장류에서 암수의 행동 차이는 극명하다. 수컷은 권력욕구가 강해 상대를 위협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 반면에 암컷은 관계와 가족을 중시해서 최대한 갈등을 억제하려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수컷과 암컷 사이에서 가끔 이해상충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방이 없으면 진화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따라서 수컷과 암컷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저자는 책에서 이러한 상호작용을 추론한다.
수컷 영장류는 폭력적이고 지배적다. 암컷 영장류는 수동적이다. 그러나 현명한 암컷 우두머리가 '정치적'으로 개입하면 수컷들의 폭력성은 줄어든다. 암컷 침팬지이지만 수컷처럼 과시적인 행동을 하는 침팬지도 있다. 온몸이 근육질이지만 권력욕이 없는 '고독한' 수컷 침팬지도 있고, 어미를 잃은 새끼를 보호하는 것처럼 비상상황에서 부성애를 보여주는 수컷 침팬지도 있다.
이처럼 대다수 영장류에서 암수 성차이는 분명히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성차이와 양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영장류의 사회 생활을 흥미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따라서 '젠더 중립'이 아니라 성차이를 인정하자고 말한다. 이 세상은 남성과 여성 중 하나의 성을 본질적이고 우월한 성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이 세상은 남성과 여성을 모두 선택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 영장류학자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이러한 차이의 인정을 위해서는 여성불평등운동에 남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성이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동조자가 나오지 않는 한 기존 질서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저자의 이 말에 적극 공감한다.
🙉 이 책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4장은 젠더 문제를 다룬다. 5장-8장은 암컷이 지배하는 보노보와 수컷이 지배하는 침팬지를 중심으로 성과 폭력의 문제를 살펴본다. 9장-13장에서는 알파 수컷(우두머리 수컷)과 알파 암컷(우두머리 암컷)의 상호작용을 통해 침팬지 사회의 정치행위, 그리고 모성애와 새끼 양육의 문제, 동성애 문제 등을 다룬다.
다음은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내용들이다.
젠더
1955년에 성과학자 머니가 도입한 명칭이다. 그에 따르면 젠더란 "어떤 사람이 자신이 남자 아이나 남성, 혹은 여자 아이나 여성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젠더는 생물학적인 성과 구별되었는데, 둘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머니의 이 용어를 바탕으로 페미니즘에서는 젠더를 '사회적 구성물'이라 선언했고, 이어 트렌스젠더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젠더의 자기 사회화
그러나 머니의 명성은 '생물학적' 요소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추락했다. 머니는 사고로 생식기를 다친 남자아이를 성전환 수술을 시켜서 부모에게 여자 아이로 키우게 했다. 그러나 아이는 여자아이로 자라는데 실패하고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되찾았다.
이로써 젠더는 부모의 일방적인 가르침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자기 사회화'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즉 아이들 스스로 롤 모델을 선택하여 그를 모방하는 자기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딸 침팬지는 엄마 침팬지를 롤 모델로 채택하여 자기 사회화 과정을 밟는다. 반면에 아들 침팬지는 엄마 침팬지와 오랜 시간을 보내도 엄마 침팬지의 행동을 모방하지 않는다. 이처럼 젠더는 생물학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이루어진다.
젠더 스펙트럼
생물학적인 성은 남자와 여자, 즉 이분법적으로 분명하게 나뉜다. 그러나 젠더는 그렇지 않다. 젠더는 양극단에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이 위치하고 그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트렌스젠더와 뇌
한쪽 성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성에 속한다고 느끼는 개체를 말한다. 사람의 경우 '느낌'을 중요시해서 트렌스젠더인 사람은 "몸속에서 다른 성의 자신을 발견한다".
트렌스젠더의 존재는 젠더가 임의적인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개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젠더 역할은 문화적 산물일 수도 있지만, 젠더 정체성 자체는 내부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트렌스젠더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일종의 '장애'로 보아서는 안된다.
뇌에는 '종말줄 침대핵'이라는 작은 지역이 존재하는데 이곳이 젠더 정체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렌스젠더 여성(생물학적 남성)의 종말줄 침대핵은 여성의 것과 비슷했고, 트렌스젠더 남성(생물학적 여성)의 것은 남성의 것과 비슷했다. 따라서 자신의 젠더를 더 잘 알려주는 지표는 생식기 해부학이 아니라 뇌인 것처럼 보이지만 단언할 수는 없다고 한다.
생식기와 뇌의 불일치 원인은 무엇일까? 추측에 의하면 태아의 생식기는 임신되고 나서 처음 몇 개월 동안 남성이나 여성으로 분화하는 반면, 뇌는 임신 후반기에 젠더에 따른 분화가 일어난다. 만약 이 과정들의 연결이 끊어진다면, 뇌는 한쪽 젠더를 취하는 반면 몸은 반대쪽 젠더를 취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다윈의 성 선택 이론
다윈은 성 선택 이론을 개발해 암컷의 행위 주체성을 처음으로 강조한 생물학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암컷을 수컷의 생식을 위한 용기로 간주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수컷이 화려하고 듣기 좋은 음성을 가진 것은 암컷이 이러한 수컷을 짝짓기 상대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컷은 최고의 자질을 갖춘 수컷과 짝짓기를 함으로써 진화를 조종한다. 그러나 다윈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암컷의 중요한 역할을 조롱했다.
둥지 조력자
둥지 주변에 머물면서 부모가 다음번 새끼를 먹이는 것을 돕는 청소년 새처럼 부모가 아니면서 새끼의 양육을 돕는 조력자를 가리키는 생물학적 용어이다. 사람의 경우 대표적인 둥지 조력자는 외할머니이다. 둥지 조력자는 협동 양육의 한 형태이다.
🙉 이밖에도 침팬지의 정치학과 모성애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남녀 성차이에 대한 진화론적 기원이 궁금하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