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직전부터 전후의 폐허가 된 프랑스를 배경으로 전개된 <재앙의 아이들> 3부작 중 제일 마지막 권이다.
프랑스를 기준으로 보면,
1940년 5월 10일
나치 독일군은 프랑스를 전격적으로 침공
1940년 6월 22일
독일의 열차 안에서 굴욕적인 휴전 조약에 조인
소설은 전쟁 한 달쯤 전인 1940년 4월 6일,
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1940년 6월 6일,
휴전협정 조인 직전인 1940년 6월 13일 세 시점으로 진행된다.
주요한 등장인물은 다섯 명.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루이즈, 미지노선에서 근무하던 군인이었다가 갑작스러운 독일군의 공격으로 전선이 무너지면서 탈영병이 된 가브리엘과 라울,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피란시키고 파리에 남았다가 엄청난 비밀이 담긴 가방을 얻게 된 기동헌병대원 페르낭, 변호사 였다가 정책 홍보관이었다가 목사가 되기도 하는 세기의 사기꾼 데지레.
각각 다른 배경과 다른 사건에 휘밀리는 이들이 종국에 가서는 연쇄적으로 맞물려 서로 연관된 관계임이 밝혀진다.
다소 정신없이 벌어지는 이야기 와중에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전쟁의 비극이다. 눈 앞에서 보고있는 듯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피란민의 물결, 군중 속에서 가족을 잃어버리고 배고픔과 물자의 부족에 허덕이는 사람들, 두려움에 총을 버리고 도망하는 군인들. 흡사 어른들에게 듣던 6.25 당시 상황과 다르지 않는 모습이라서 한국 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게 읽힐 수 있을듯.
“무엇보다도 가브리엘에게 충격적으로 와닿은 것은 이 군중을 이루는 잡다한 무리들에게서 손에 만져질 것처럼 선연하게 느껴지는 의기소침한 분위기였다. 흐트러진 복장으로 무기도 없이, 얼이 빠지고 체념한 얼굴로 발을 질질 끌며 걷고 있는 낙오한 병사들의 존재는 이 군중 전체에 난파와 포기의 느낌을 더했다. 독일군 공세에 의해 길바닥에 내던져진 주민들의 공황감에 점점 더 명백해져 가는 연합군의 와해가 덧붙여지고 있었다.”
이런 소란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안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성서에 나온다면서 각종 희망적인 말을 쏟아내는 신부가 사기꾼 데지레였다는 것이 다소 역설적이긴 했지만, ‘삶이란 장난기 많으면서도 우리를 지켜 주는 어떤 신이 짜나가는 거대한 농담이기라도 하다’는 그의 말대로 마냥 주저앉아있을 게 아니라는 메세지도 납득이 된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들을 쭉 읽어보니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각 인물에게 닥친 사고와 문제들을 구상하는 능력이 참 탁월하고 독특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55세의 나이에 이토록 방대한 양의 저술이라니. 다음 소설도 기대해보는 중.
________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이죠?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재난은 가장 저급한 본능들과 가장 더러운 이기주의, 그리고 가장 탐욕스러운 욕심들을 깨어나게 했어요.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 이 재난은 남을 돕고자 하는 욕구,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를 일깨웠고 연대의 의무를 부과했어요. 자, 주님은 지금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세요. 〈너의 진영을 선택하라!〉라고요. 너희는 자신만을 위하는 진영을 선택하여 너희에게로 오는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에게 너희의 문과 마음을 닫으려 하느냐? 아니면 너희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어렵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어려움 덕분에〉 두 팔을 벌리는 사람이 되려 하느냐? 이기주의와 내 것이 부족할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자신만을 생각하려는 본능에 맞설 수 있는 우리의 유일한 힘과 진정한 존엄은 바로 함께하는 것이에요.」
우리 슬픔의 거울 | 피에르 르메트르, 임호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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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직전부터 전후의 폐허가 된 프랑스를 배경으로 전개된 <재앙의 아이들> 3부작 중 제일 마지막 권이다.
프랑스를 기준으로 보면,
1940년 5월 10일
나치 독일군은 프랑스를 전격적으로 침공
1940년 6월 22일
독일의 열차 안에서 굴욕적인 휴전 조약에 조인
소설은 전쟁 한 달쯤 전인 1940년 4월 6일,
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1940년 6월 6일,
휴전협정 조인 직전인 1940년 6월 13일 세 시점으로 진행된다.
주요한 등장인물은 다섯 명.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루이즈, 미지노선에서 근무하던 군인이었다가 갑작스러운 독일군의 공격으로 전선이 무너지면서 탈영병이 된 가브리엘과 라울,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피란시키고 파리에 남았다가 엄청난 비밀이 담긴 가방을 얻게 된 기동헌병대원 페르낭, 변호사 였다가 정책 홍보관이었다가 목사가 되기도 하는 세기의 사기꾼 데지레.
각각 다른 배경과 다른 사건에 휘밀리는 이들이 종국에 가서는 연쇄적으로 맞물려 서로 연관된 관계임이 밝혀진다.
다소 정신없이 벌어지는 이야기 와중에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전쟁의 비극이다. 눈 앞에서 보고있는 듯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피란민의 물결, 군중 속에서 가족을 잃어버리고 배고픔과 물자의 부족에 허덕이는 사람들, 두려움에 총을 버리고 도망하는 군인들. 흡사 어른들에게 듣던 6.25 당시 상황과 다르지 않는 모습이라서 한국 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게 읽힐 수 있을듯.
“무엇보다도 가브리엘에게 충격적으로 와닿은 것은 이 군중을 이루는 잡다한 무리들에게서 손에 만져질 것처럼 선연하게 느껴지는 의기소침한 분위기였다. 흐트러진 복장으로 무기도 없이, 얼이 빠지고 체념한 얼굴로 발을 질질 끌며 걷고 있는 낙오한 병사들의 존재는 이 군중 전체에 난파와 포기의 느낌을 더했다. 독일군 공세에 의해 길바닥에 내던져진 주민들의 공황감에 점점 더 명백해져 가는 연합군의 와해가 덧붙여지고 있었다.”
이런 소란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안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성서에 나온다면서 각종 희망적인 말을 쏟아내는 신부가 사기꾼 데지레였다는 것이 다소 역설적이긴 했지만, ‘삶이란 장난기 많으면서도 우리를 지켜 주는 어떤 신이 짜나가는 거대한 농담이기라도 하다’는 그의 말대로 마냥 주저앉아있을 게 아니라는 메세지도 납득이 된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들을 쭉 읽어보니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각 인물에게 닥친 사고와 문제들을 구상하는 능력이 참 탁월하고 독특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55세의 나이에 이토록 방대한 양의 저술이라니. 다음 소설도 기대해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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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이죠?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재난은 가장 저급한 본능들과 가장 더러운 이기주의, 그리고 가장 탐욕스러운 욕심들을 깨어나게 했어요.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 이 재난은 남을 돕고자 하는 욕구,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를 일깨웠고 연대의 의무를 부과했어요. 자, 주님은 지금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세요. 〈너의 진영을 선택하라!〉라고요. 너희는 자신만을 위하는 진영을 선택하여 너희에게로 오는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에게 너희의 문과 마음을 닫으려 하느냐? 아니면 너희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어렵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어려움 덕분에〉 두 팔을 벌리는 사람이 되려 하느냐? 이기주의와 내 것이 부족할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자신만을 생각하려는 본능에 맞설 수 있는 우리의 유일한 힘과 진정한 존엄은 바로 함께하는 것이에요.」
우리 슬픔의 거울 | 피에르 르메트르, 임호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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