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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이야기 / 임주영 지음 / 민들레북 출판

길위의집
2024-04-23
조회수 341

<작고 느린 책모임> 열 번째 책입니다. 그동안 나름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라 읽어 왔는데 경제 분야는 처음이라 약간의 긴장감으로 시작했습니다. 전문용어들이 낯설기는 하지만 작가님이 이야기하듯 쉽게 설명해주셔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리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누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경제 사안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1장. 무당 경제학의 굿판을 걷어차라

2장. 사람의 경제학을 위하여

3장. 정치가 밥 먹여 준다

4장. 투기 조장 정부 vs 투기 억제 정부

5장.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국민연금 고갈, 실업급여와 최저임금에 대한 오해, 부정부패가 주는 영향, 중국과의 무역, 우리의 합리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어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1988년 만들어질 때부터 일정 시기가 되면 기금이 고갈되고, 수령자가 납입자 보다 많아지면 기금은 적자가 발생하며 그때부터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변경된다는 것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은 받을 수 있고 고갈 시점까지는 여러 방안을 마련하여 강구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시점이 오면 국가재정을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국민연금을 지급하게 됩니다. 언젠가 적자가 되고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이 오지만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적자를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과도한 불안 조성보다는 정확히 인식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복지 프로그램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가 감소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하여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일자리가 6만 9천 개 감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경연은 <최저임금의 쟁점과 경제적 영향>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우리나라 GDP와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감소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은 16.4% 인상되었고, 2019년에는 10.9% 인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근로 일자리는 2018년 연간 평균 약 29만 개 증가했고, 2019년에 전체 취업자는 전년 대비 30.1만 명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늘어나자 2018년 임금근로자 전체 소득증가율은 전년 대비 7.5% 증가하였고 소득불평등 지표도 개선되었습니다. 최저임금제를 폐지했다 심각한 위기를 겪은 영국은 최저임금제 부활을 가정 성공한 경제정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에서 세금과 4대 보험을 공제한 금액과 실업급여를 비교하는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실업급여의 하한선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면세인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업급여는 임금노동자가 월급에서 납입했던 고용보험에서 받는 돈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심지어 수급률도 21.3%(임시, 일용직은 15.8%, 30세 미만은 6.9%)에 불과합니다. 제대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국가재정이 부담해야 하는 직업훈련과 출산휴가 지원도 고용보험으로 부담하다 보니 실업급여의 기능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캐나다 중부 도핀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1974년부터 5년간 진행한 ‘민컴(Mincom) 프로그램’은 주정부의 기본소득 공식 프로그램입니다. 빈곤선 이하의 소득 1,300가구를 무작위로 선정해 일자리 유무에 상관없이 매년 3,300 달러를 지급하고 변화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시행 이후 전체 노동시간은 조금 줄었지만, 그 시간은 자기계발, 가족 돌봄, 출산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는 병원 입원률 감소, 사회 범죄 감소, 빈곤률 감소, 아이들의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성공한 정책으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대우해양조선의 분식회계는 10조 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했고, 삼성의 불법 승계는 1,3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부담하게 했습니다. 같은 내용의 추가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고 론스타, 이란계 기업 등에도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재벌들의 불법에 소모된 엄청난 금액의 공적자금과 손해배상금은 피할 수 있는 손실이었습니다. 이런 부패만 없어져도 GDP 5%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부정부패는 반드시 없애야 할 비리입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 기득권 카르텔의 부정부패를 막지 못하면서 무너졌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위태로워진 대중국 무역입니다. 코로나 위기에도 6조 규모 무역과 6,700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던 중국과의 무역은 2021년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으로 중국의 경제보복 난제를 풀어낸 것입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현 정부의 지속적인 ‘탈중국’ 선언으로 그동안 지켜온 균형은 무너지고 대중국 무역은 위기를 맞고 있으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무역에서 이제 대규모 적자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떤 외교든, 외교에서 자국의 국익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이념이 아닌 실리적인 접근과 오로지 국익에 따라 가장 유리한 협의체를 선택하는 외교 행보가 절실합니다.


우리는 합리적일까요. 최초이자 가장 황당한 버블 사건은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입니다. 튤립 구근 한 개가 집 한 채 가격까지 오르면서 부의 상징이 되었지만 최고 가격에 도달한 지 4개월 만에 휴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았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때에 버블은 터졌습니다. 마찬가지로 2008년 금융위기도 2000년 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던 시점에서 폭락이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먼저 사겠다고 달려간 이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늘 시장 가격에는 사람의 심리가 들어갑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합리적이니 않습니다.


첫 장부터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른 설명에 단편적인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경제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주제가 많았는데 저는 무엇을 이해했던 것일까요. 국내외의 정치적 상황이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세테리스 패러버스’로 계산된 무수한 경제적 주장은 숱한 경제 위기에 해답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다 어려운데 '나홀로 호황'…모든 예측 빗나간 '美 미스터리' (daum.net)

미국 경제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긴축 후폭풍으로 대부분 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국은 예외다.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소비는 여전히 활황이다. 원격근무 확산 속에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지 오래지만 침체는 오지 않고 있다. 기존의 경제 이론과 법칙으로 설명하기 힘든 미스터리라는 평가가 나온다.(중략)


위 내용은 최근 접한 경제 기사로 경제는 실체는 없지만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제 상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예측하거나 대책을 세우기는 어려우면서도 우리 생활에는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중요한 경제 상황과 정책에 대해 언젠가부터 언론이 진실보다 논란에 집중하는 것을 보며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기사 내용에 대한 확신을 갖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경제 분야는 잘 모르기도 하고 숫자가 주는 신뢰에 매몰되어 언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기에 브렉시트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선택한 영국 국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제라도 경제 주체로서 경각심을 가지고 어떤 관점으로 정책을 판단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는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우선 책방지기님께서 추천해주신 경제 분야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사람들의 선택은 틀리기 십상이고 결정도 엉망으로 한다고 합니다. 본능적으로 ‘깊이 생각하기’보다 ‘대충 생각하기’를 선호한다는 겁니다. 모든 일을 다 생각할 수 없는 뇌의 이런 습관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휴리스틱’이라 합니다. 저도 대충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일수록 더 깊이 생각하고 진실한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강점을 발전시킬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 책입니다. 수차례 경제 위기로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그 어떤 가치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 우리 경제를 살리는 근본은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러니 정치도 경제도 결국 사람들이 다 함께 잘살기 위해 설계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을 정치를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도 꼭 가졌으면 하는 실낱같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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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