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56 "숫자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악은 괴담이든 아니든 내지르며 달려가면 그만이지만 선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숫자들로 악이 내지른 거짓들을 하나씩 하나씩 증명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선의 길은 고되고 힘듭니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숫자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을 믿고 우리는 또 지루하고 재미없는 숫자 이야기를 힘들게 해보겠습니다."
매 감상문마다 적는 것 같지만, 내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시기는 책모임을 하면서부터다. 신기하게도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는 더 많이 입밖으로 내 말을 꺼내는 사람이 되었다.분노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전에 없이 불화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 개인의 목소리를 어떠한 집단성에도 묻어두지 말고 이의 있다면 소리 내자는 결심이기도 하지만 채 1년이 안 된 그새, 불의한 시대, 불의한 논리에 대한 분노가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리라.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하는 분노 가중의 이유는....뭘 잘 모르고 막연히 화냈던 과거와 달리, 책이라도 읽어서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니까 더 화가 나는 거다!
읽는 내내 저자 역시 매우 차분하지만 '이래서는 안 되겠다, 나라도 입을 열어야겠구나'는 분노를 안에 품고 있구나 느껴졌다. 아니 분노라기 보다 현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P. 284 "요즘처럼 시장이 이상하게 느껴진 적....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닌 듯" 감지하는 두려움에 가깝다.
총 5장으로 나눠진 책은 각 장마다 매우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소 제목을 달고 있다.
특히 [1장 무당경제학의 굿판을 걷어차라]은 지금은 영면하신 시인의 논쟁적 칼럼 제목에서 따온 듯한 제목이다. 당시 칼럼과 지향점은 다르지만, 주요 언론(이라 쓰고 수구 언론이라 해석해야할)과 보수정당이 뿜어내는 프로파간다에서 제발 눈을 뜨라는 작가의 "조급함과 간절함"이 전달된다. 동시에 1장과 [2장 사람의 경제학을 위하여]에서는 경제학 이론과 숫자 뒤의 사람을 보게끔 한다는 점에서 책방지기 님의 또다른 추천서 <같이 가면 길이 된다>를 떠올리게도 한다.
'낙수 효과란 없다'는 풍자를 역으로 이용해서 대단한 경제이론처럼 내세운 신 자유주의시대에 대한 비판, GDP 숫자의 허상,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주를 가난하게 만들고 소득 감소시킬 거라는 미신.... 그 중에서도 흥미로웠던 점은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에 대한 장.
특정정치인을 지지 혹은 비토하는 층에서 기본소득/선별적 혹은 보편적 복지정책은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렇기에 지난 펜데믹 때 재난지원금 100%, 80% 지급 중 무엇이 당시 대통령님 '진짜 의중'에 더 맞는 건가에 대해 일부 지지자들 간에 논쟁 아닌 논쟁(?)을 나는 기억한다, 씁쓸하게. 최종 선택이었던 100% 지급이 대통령님 선택이 아닐 거라는 '진영' 근거한 추정이 그때도 참 의아하고 씁쓸했는데....언젠가 회고록이 나오면 알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현실 정치인에 대한 호오로 인해 문재인 정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진영'의 시각으로 오판한 것은 아니었을까. 도대체 진영이란 뭐고, 진영주의에 반대하는 또 다른 전체주의는 무엇일까.
당시 기본소득의 실패 예시로 알려진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P. 34 "중도 우파 연립정권의 시필레 총리가 기본소득 실험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기존의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시장 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작은 정부를 향한 가능성이었습니다. 즉 진보진영의 복지정책 강화실험이 아닌 전통적인 보수우파의 시장경제주의 실험이었던 것입니다.(중략) 이 실험의 성패는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한다는 보수우파의 전통적인 시장주의 경제정책의 성패로 봐야한다는 겁니다."
'낙수효과'와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과 정치집단은 이를 비틀어서 방만한 복지지원이 국가부채를 늘리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근거 없는 불안 부추키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더 나아가 작가는 펜데믹 시기 1차 지원 이후 재난지원금의 선별지급을 아쉬워하며 기재부의 반대 이유에도 의문 제기한다. 확정적 재정 정책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임에도 결과적으로 초과 세수가 걷힐 만큼 국가 돈을 '덜' 썼다는 것이다.
P.104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은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매우 양호합니다. 사실상 주요 선진 국가 중 가장 좋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닙니다. 재정건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이유는 위기 때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중략)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더라도 그들의 주장처럼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바로 높아지지 않습니다. 국가부채비율은 분자인 국가채무와 분모인 GDP 크기에 따라 그 비율이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분자가 증가하더라도 분모인 GDP도 그만큼 증가하면 국가부채비율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화폐승수효과로 소비가 더욱 활성화되면 GDP가 더욱 커지므로 오히려 국가부채비율은 더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재정건전성 관련해서 '국가부채는 무조건 적을수록 좋다'는 논제가 이념화되어 공포 야기하는 점에 대해서, P. 132 "문재인 정부 역시 돈을 너무 안써서 문제였습니다.(중략) 문재인 정부가 애초 확정적 재정 정책을 목표로 했다면 사실상 실패한 셈입니다. 재정 기득권 세력에 포위 당해 정부의 철학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니까요."라고 통렬한 비판을남기기도 한다. 선진국들은 21세기 들어서, 성장 둔화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부채 증가시켜서더라도 소비 촉진시키고 가계부채는 늘리지 않는 정책 쓴다고 한다.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간 관계는 경제 기본개념이겠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는 숫자'로 증명하는 경제라서 솔직히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했다. 부끄럽다.
책 안 읽은 분을 위해 첨언하자면, 전체 내용에서 작가는 지지자인 나조차 정확히 알지 못해 어물쩍 넘어간 문재인 정부를 향한 보수 언론과 일부 정치권의 잘못된 프레임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대통령님 지지자로써 제일 반갑고도 마음 아픈 장 중 하나는 [3장 정치가 밥 먹여준다]의 '중국 혼밥? 홀대' 일거다( P. 151).
대통령님께서 당시 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시고 그들처럼 음식 포장하고 나오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신 게 13억 인구 중국 국민들에게 폭발적일 만큼 감동을 줬다고 한다. 지금도 책방에 가면 만나뵐 수 있는 중국인 지지자분들이 그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하셨구나 알게 되는 덕후의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빠르게 복원되다 못해 발전된 한.중 관계로 임기 5년간 대중국 무역수지 실적이 1, 780억 달러를 기록한 역대 최고의 성과. 전체 무역의 약 30%를 차지하는 대중국 무역 성과를 현 정부 들어서자마자 부지런하게도 일일이 끌어내려서 임기 1년 만에 마이너스 183억 달러를 달성했다는 믿기 어려운 결과. 대규모 무역적자는 작년에도 올해에도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4장 투기 조장 정부 Vs. 투기 억제 정부], [5장 익숙한 것과 결별하기]는 아마 가장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로써는 가장 아픈 내용일 것이다.
나는 3년 전, 정치인 문재인에 관련한 '셀러브리티 포퓰리즘' 주제 논문에 참여자로 면담을 한 적 있다. 해당 논문은 지지자/비지지자 집단에서 자발적으로 모집한 참여자들과의 질적 연구였는데 그때 문재인 정부 정책 중 일반 여론에서는 또 다른 '뜨거운 감자'였던 부동산 관련된 생각도 나누게 되었다. 내 대답은 "대한민국에서 집을 소유한다는 것, 부동산 투자라는 것에 대한 욕망의 크기를 과소평가한 것이 유일한 패착"이었다. 경제 전문가인 작가도 부동산 이슈에 관련해서 일종의 괴로운(?) 독백과 분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0년 전에는 미분양 문제로 몸살 앓았던 강남 아파트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엔 주택 공급부족, 인구는 주는 대신 가구수 증가, 그리고
P.215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저금리와 풀린 돈의 영향으로 전 세계 집값 상승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금리와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마다 집값이 올랐던 것은 아닙니다. 2008년 8월 5.25%나 됐던 기준금리는 2009년 2월에는 2.00%까지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저금리 기조가 만들어졌고 시중에 유동성은 풍부했지만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금리와 유동성이 집값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 원인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보수-진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뒤바뀌는 정책의 시차로 사실상 투기판을 정부에서 권장했던 전 정부 정책이 문재인 정부 때 불 붙었고, 종부세의 사각지대였던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존치....
나는 경제도 부동산도 몰라도 너무 모르지만 이것 하나는 자신할 수 있다.
P. 231 "여기에 언론은 어느 동네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매일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를 합니다. 언론은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더욱 부추겼고 그렇게 커진 불안은 집값 상승을 또 견인했습니다."
집값 상승의 광기가 트렌드인양 여겨지던 2021년 봄, 엄마랑 손 잡고 작고 초라한 내 집을 사겠다고 온 20대 매수자를 잊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20대 혹은 30대가 내 집 소유하지 못하는 게 뒤떨어지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라 보편적일 수 있고, 일생의 대부분 수입을 실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상급지 부동산 투자에 쏟아붓는 게 성공만은 아닐텐데.
5장을 읽는 것은 통계 숫자와 수치 뒤에 작가의 두려움이 그대로 읽혀져서 나도 두려웠다. 펜데믹으로 인한 양적 완화로 40년 만에 깨어난 인플레이션, 미 연준과 시장의 기대가 정반대로 교차되며 물가와 임금상승이 무한반복되면서 예견되는 스태그플레이션, 미국의 재채기 한번이 어떤 여파가 될 지 모르겠는데도 부자감세 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경제성장률과 무역수지 적자는 갈수록 내려가는 현 정부.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사과랑 대파 가격.
내용 이해가 쉽고 선명한 만큼, 한편으론 무섭고 심란하다. 그렇지만 외면하는 대신 제대로 봐야, 어떤 진영이나 집단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선택도 판단도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아주 조금은 전보다 똑똑해진 것 같다. 나 그리고 우리는 좀 더 똑똑해져야 할 것 같다.
P. 56 "숫자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악은 괴담이든 아니든 내지르며 달려가면 그만이지만 선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숫자들로 악이 내지른 거짓들을 하나씩 하나씩 증명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선의 길은 고되고 힘듭니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숫자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을 믿고 우리는 또 지루하고 재미없는 숫자 이야기를 힘들게 해보겠습니다."
매 감상문마다 적는 것 같지만, 내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시기는 책모임을 하면서부터다. 신기하게도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는 더 많이 입밖으로 내 말을 꺼내는 사람이 되었다.분노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전에 없이 불화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 개인의 목소리를 어떠한 집단성에도 묻어두지 말고 이의 있다면 소리 내자는 결심이기도 하지만 채 1년이 안 된 그새, 불의한 시대, 불의한 논리에 대한 분노가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리라.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하는 분노 가중의 이유는....뭘 잘 모르고 막연히 화냈던 과거와 달리, 책이라도 읽어서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니까 더 화가 나는 거다!
읽는 내내 저자 역시 매우 차분하지만 '이래서는 안 되겠다, 나라도 입을 열어야겠구나'는 분노를 안에 품고 있구나 느껴졌다. 아니 분노라기 보다 현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P. 284 "요즘처럼 시장이 이상하게 느껴진 적....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닌 듯" 감지하는 두려움에 가깝다.
총 5장으로 나눠진 책은 각 장마다 매우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소 제목을 달고 있다.
특히 [1장 무당경제학의 굿판을 걷어차라]은 지금은 영면하신 시인의 논쟁적 칼럼 제목에서 따온 듯한 제목이다. 당시 칼럼과 지향점은 다르지만, 주요 언론(이라 쓰고 수구 언론이라 해석해야할)과 보수정당이 뿜어내는 프로파간다에서 제발 눈을 뜨라는 작가의 "조급함과 간절함"이 전달된다. 동시에 1장과 [2장 사람의 경제학을 위하여]에서는 경제학 이론과 숫자 뒤의 사람을 보게끔 한다는 점에서 책방지기 님의 또다른 추천서 <같이 가면 길이 된다>를 떠올리게도 한다.
'낙수 효과란 없다'는 풍자를 역으로 이용해서 대단한 경제이론처럼 내세운 신 자유주의시대에 대한 비판, GDP 숫자의 허상,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주를 가난하게 만들고 소득 감소시킬 거라는 미신.... 그 중에서도 흥미로웠던 점은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에 대한 장.
특정정치인을 지지 혹은 비토하는 층에서 기본소득/선별적 혹은 보편적 복지정책은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렇기에 지난 펜데믹 때 재난지원금 100%, 80% 지급 중 무엇이 당시 대통령님 '진짜 의중'에 더 맞는 건가에 대해 일부 지지자들 간에 논쟁 아닌 논쟁(?)을 나는 기억한다, 씁쓸하게. 최종 선택이었던 100% 지급이 대통령님 선택이 아닐 거라는 '진영' 근거한 추정이 그때도 참 의아하고 씁쓸했는데....언젠가 회고록이 나오면 알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현실 정치인에 대한 호오로 인해 문재인 정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진영'의 시각으로 오판한 것은 아니었을까. 도대체 진영이란 뭐고, 진영주의에 반대하는 또 다른 전체주의는 무엇일까.
당시 기본소득의 실패 예시로 알려진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P. 34 "중도 우파 연립정권의 시필레 총리가 기본소득 실험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기존의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시장 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작은 정부를 향한 가능성이었습니다. 즉 진보진영의 복지정책 강화실험이 아닌 전통적인 보수우파의 시장경제주의 실험이었던 것입니다.(중략) 이 실험의 성패는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한다는 보수우파의 전통적인 시장주의 경제정책의 성패로 봐야한다는 겁니다."
'낙수효과'와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과 정치집단은 이를 비틀어서 방만한 복지지원이 국가부채를 늘리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근거 없는 불안 부추키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더 나아가 작가는 펜데믹 시기 1차 지원 이후 재난지원금의 선별지급을 아쉬워하며 기재부의 반대 이유에도 의문 제기한다. 확정적 재정 정책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임에도 결과적으로 초과 세수가 걷힐 만큼 국가 돈을 '덜' 썼다는 것이다.
P.104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은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매우 양호합니다. 사실상 주요 선진 국가 중 가장 좋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닙니다. 재정건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이유는 위기 때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중략)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더라도 그들의 주장처럼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바로 높아지지 않습니다. 국가부채비율은 분자인 국가채무와 분모인 GDP 크기에 따라 그 비율이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분자가 증가하더라도 분모인 GDP도 그만큼 증가하면 국가부채비율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화폐승수효과로 소비가 더욱 활성화되면 GDP가 더욱 커지므로 오히려 국가부채비율은 더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재정건전성 관련해서 '국가부채는 무조건 적을수록 좋다'는 논제가 이념화되어 공포 야기하는 점에 대해서, P. 132 "문재인 정부 역시 돈을 너무 안써서 문제였습니다.(중략) 문재인 정부가 애초 확정적 재정 정책을 목표로 했다면 사실상 실패한 셈입니다. 재정 기득권 세력에 포위 당해 정부의 철학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니까요."라고 통렬한 비판을남기기도 한다. 선진국들은 21세기 들어서, 성장 둔화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부채 증가시켜서더라도 소비 촉진시키고 가계부채는 늘리지 않는 정책 쓴다고 한다.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간 관계는 경제 기본개념이겠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는 숫자'로 증명하는 경제라서 솔직히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했다. 부끄럽다.
책 안 읽은 분을 위해 첨언하자면, 전체 내용에서 작가는 지지자인 나조차 정확히 알지 못해 어물쩍 넘어간 문재인 정부를 향한 보수 언론과 일부 정치권의 잘못된 프레임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대통령님 지지자로써 제일 반갑고도 마음 아픈 장 중 하나는 [3장 정치가 밥 먹여준다]의 '중국 혼밥? 홀대' 일거다( P. 151).
대통령님께서 당시 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시고 그들처럼 음식 포장하고 나오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신 게 13억 인구 중국 국민들에게 폭발적일 만큼 감동을 줬다고 한다. 지금도 책방에 가면 만나뵐 수 있는 중국인 지지자분들이 그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하셨구나 알게 되는 덕후의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빠르게 복원되다 못해 발전된 한.중 관계로 임기 5년간 대중국 무역수지 실적이 1, 780억 달러를 기록한 역대 최고의 성과. 전체 무역의 약 30%를 차지하는 대중국 무역 성과를 현 정부 들어서자마자 부지런하게도 일일이 끌어내려서 임기 1년 만에 마이너스 183억 달러를 달성했다는 믿기 어려운 결과. 대규모 무역적자는 작년에도 올해에도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4장 투기 조장 정부 Vs. 투기 억제 정부], [5장 익숙한 것과 결별하기]는 아마 가장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로써는 가장 아픈 내용일 것이다.
나는 3년 전, 정치인 문재인에 관련한 '셀러브리티 포퓰리즘' 주제 논문에 참여자로 면담을 한 적 있다. 해당 논문은 지지자/비지지자 집단에서 자발적으로 모집한 참여자들과의 질적 연구였는데 그때 문재인 정부 정책 중 일반 여론에서는 또 다른 '뜨거운 감자'였던 부동산 관련된 생각도 나누게 되었다. 내 대답은 "대한민국에서 집을 소유한다는 것, 부동산 투자라는 것에 대한 욕망의 크기를 과소평가한 것이 유일한 패착"이었다. 경제 전문가인 작가도 부동산 이슈에 관련해서 일종의 괴로운(?) 독백과 분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0년 전에는 미분양 문제로 몸살 앓았던 강남 아파트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엔 주택 공급부족, 인구는 주는 대신 가구수 증가, 그리고
P.215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저금리와 풀린 돈의 영향으로 전 세계 집값 상승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금리와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마다 집값이 올랐던 것은 아닙니다. 2008년 8월 5.25%나 됐던 기준금리는 2009년 2월에는 2.00%까지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저금리 기조가 만들어졌고 시중에 유동성은 풍부했지만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금리와 유동성이 집값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 원인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보수-진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뒤바뀌는 정책의 시차로 사실상 투기판을 정부에서 권장했던 전 정부 정책이 문재인 정부 때 불 붙었고, 종부세의 사각지대였던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존치....
나는 경제도 부동산도 몰라도 너무 모르지만 이것 하나는 자신할 수 있다.
P. 231 "여기에 언론은 어느 동네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매일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를 합니다. 언론은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더욱 부추겼고 그렇게 커진 불안은 집값 상승을 또 견인했습니다."
집값 상승의 광기가 트렌드인양 여겨지던 2021년 봄, 엄마랑 손 잡고 작고 초라한 내 집을 사겠다고 온 20대 매수자를 잊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20대 혹은 30대가 내 집 소유하지 못하는 게 뒤떨어지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라 보편적일 수 있고, 일생의 대부분 수입을 실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상급지 부동산 투자에 쏟아붓는 게 성공만은 아닐텐데.
5장을 읽는 것은 통계 숫자와 수치 뒤에 작가의 두려움이 그대로 읽혀져서 나도 두려웠다. 펜데믹으로 인한 양적 완화로 40년 만에 깨어난 인플레이션, 미 연준과 시장의 기대가 정반대로 교차되며 물가와 임금상승이 무한반복되면서 예견되는 스태그플레이션, 미국의 재채기 한번이 어떤 여파가 될 지 모르겠는데도 부자감세 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경제성장률과 무역수지 적자는 갈수록 내려가는 현 정부.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사과랑 대파 가격.
내용 이해가 쉽고 선명한 만큼, 한편으론 무섭고 심란하다. 그렇지만 외면하는 대신 제대로 봐야, 어떤 진영이나 집단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선택도 판단도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아주 조금은 전보다 똑똑해진 것 같다. 나 그리고 우리는 좀 더 똑똑해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