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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다이앤14
2024-04-12
조회수 419

1차세계대전에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혹은 귀환 후에도 고작 52프랑이나 낡은 코트 한 벌을 받았을 뿐인 프랑스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서는 각종 추모와 존경을 보내면서도 정작 살아돌아온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움과 혐오의 눈길을 보내는 당시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전장에서 죽은 군인들의 시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말 그대로 ‘시체팔이’를 통해서 개인의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다.

소설의 제목인 ‘오르부아르’는 헤어질 때 하는 인사로, ‘다시 만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쟁을 통해 억울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겪은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슬픈 느낌의 제목.


소설은 종전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총격 사건으로 시작한다. 프랑스군 정찰병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파문을 일으키고 프랑스군은 독일군 진지를 급습하기에 이른다. 전쟁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려는 욕심에 자신의 부하들을 처참하게 희생시킨 ‘앙리 도네프라델’, 그리고 전투 중에 이러한 총격 사건의 진상을 우연히 알게 된 병사 ‘알베르’는 포탄 구덩이에 파묻히고, 그를 구하려던 ‘에두아르’는 포탄 파편에 맞아 얼굴 반쪽을 잃는다.

알베르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목숨을 건진 에두아르는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의 생존사실을 숨기고 모르핀 같은 약물을 복용하며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참혹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두 친구는 사회에 복귀하지만, 다시 살아남기 위해 분투를 벌여야 한다. 전사자들은 추모하는 반면 골치 아픈 생존자들은 떨쳐 버리려 하는 국가의 위선 속에서 사회의 언저리로 내몰린 두 전우는 전후의 혼란상을 틈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기극을 꾸미기로 마음먹는다.

공훈을 인정받아 진급도 하고 승승장구하던 ‘도네프라델’은 전쟁이후 돈많은 부잣집 딸(에두아르의 누나)과 결혼하여 방탕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정부에서 전사자 시체수습을 위한 대대적인 사업을 시작하자 각종 비리를 일삼으며 돈을 긁어모으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깐깐한 공무원에게 적발당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뇌물을 안겨 입막음을 시도한다.  


프랑스 사회도 우리나라나 별반 다를게 없구나 싶었다가 다른 사람의 비극을 이용해서 인면수심 철면피처럼 자신의 부를 축적하려는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들의 수법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다시한번 놀랬다. 

프랑스에서 탈출한 알베르와 폴린은 베이루트에 정착하고, 국제적인 수배를 피해서 새로운 신분을 산다. 이들이 얼마전에 읽은 <대단한 세상>에 나오는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이 책 <오르부아르>는 ‘재앙의 아이들’ 3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다. 다음 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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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부에서는」 레옹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게 희한한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군. 이 보고서 안에 10만 프랑이 들어 있대. 전부 고액권 지폐들로. 그 지폐들을 모두 다 페이지들에 정성껏 붙여 놨다는 거야. 심지어는 지폐의 일련번호들을 적어 놓은 부록까지 있고.」

그자는 돈을 돌려준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이 정보에 머리가 멍해진 앙리는 퍼즐 조각들을 제대로 맞출 수 없었다. 보고서, 연금부, 돈, 폐쇄된 공사장들…….

이것들 사이의 연관 관계를 분명히 보여 주는 일은 레옹이 맡았다.

「감사관은 다르곤 공동묘지에서의 매우 심각한 사실들을 묘사하면서, 이 10만 프랑을 증거물로 공무원에 대한 매수 시도를 고발하고 있어. 이 돈이 곧 자백이 되는 셈이지. 이것은 보고서의 고발 내용들이 근거가 있음을 의미하는 바, 어떤 공무원을 이유 없이 매수하지는 않기 때문이야. 특히 이 정도의 액수로 말이야.」

파국이었다.


오르부아르 | 피에르 르메트르, 임호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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