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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 평산책방 3월추천책

다이앤14
2024-03-23
조회수 317

누군가의 아픔에, 희생에 연민과 아픔, 불편함과 부채감을 느끼며 끝내 외면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영혼들을 위한 위로의 책. 이야기의 시작은 슬프고 무거운 유화 느낌. 그러나 절망의 끝에서 찾아낸 이름모를 어떤 이의 삶을 한 장 한 장 되짚어 알아가면서 점차 자신의 심연에서 걸어나올 수 있는 용기와 깨달음을 얻게된다. 

그 인물의 이름은 로기완. 그는 어머니의 시체를 판 돈을 꽁꽁 싸매들고 북한을 탈출해서 꼭 살아남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것이 어머니에 대한 도리이며 보답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에게 망설임이나 절망, 죄책감은 사치에 불과했다. 

과거 고통스런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가 부탁하는대로 안락사를 방임했던 의사 ‘박’과의 대화애서, 화자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외면하지 않고 마음에 깊이 품고 마주하는 용기를 배운다.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돌본다’는 말이 떠오르는 소설. 다 읽고나서 마음이 뭉클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방송작가인 ’나‘는 ‘L’이라는 이니셜 하나를 붙잡고 무작정 벨기에로 갔다. 연길에서 만난 브로커에게 목숨 같은 돈을 지불하고 벨기에로 밀입국한 탈북인 난민 ’로기완‘의 사연, 시사잡지에서 본 그 사연에 이끌린 것이었다. 2007년 12월 4일 베를린발 버스에서 내려 브뤼셀 거리에 섰을 작고 마른 한 남자의 일기에 기록된 행적을, 호스텔과 유료 화장실로 이어지는 삶을 2010년 12월 정확히 따라 좇으며 작가는 그가 겪은 냉대와 외로움을 정확히 경험한다. 

방송작가인 ’나‘는 얼굴에 종양이 있는 소녀 윤주를 가장 주목받는 시간대에 방송하기 위해 그의 사연의 방영을 늦췄다. 수술이 늦어지는 사이 윤주의 종양은 악성이 되었고, 안그래도 불우한 환경의 어린 소녀가 감당해야 할 현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오히려 소녀에게 헛된 희망을 꿈꾸게했다는 죄책감에 견디기 힘들어하던 ‘나’는 윤주의 수술에서 도망쳐 벨기에로 가서 로기완의 행적을 만났다.


작가는 2024년 개정판에 새로쓴 작가의 말에서 외국을 떠도는 탈북자들의 상황 등 제대로 알고있지 못하던 세상에 대해 새로 알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을 읽으면서도 느낀거지만, 낯선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가지고 이야기를 상상해내어 세상에 내놓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재능은 정말 귀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된다. 이렇게 모르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으로부터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시작되게 되는 것일테니.

“ 저는 김작가를 통해 저를 돌아봤고 제가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고 보려 한 적도 없는 세상에 눈뜰 수 있었습니다. 알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다시 우리가 최선을 다해 공감해야 하는 것의 전제가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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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너의 오른쪽 귀는 내가 영원히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을게. 그 귀가 끝내 하지 못한 말, 그 말을 듣기 위해 나는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윤주야, 너는 이제 네 앞의 괴물과는 싸우지 마. 그건 승패가 없는, 이겨도 진 것과 같은 소모적인 게임일 뿐일 테니.


개정판 | 로기완을 만났다 | 조해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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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