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암흑의 숲
전자적인 모든 기록과 대화가 외계인에게 노출되어 있지만 인간의 머릿속은 들여다볼 수 없으리라는 전제 하에, 인류는 가장 우수한 사람 넷을 '면벽(面壁)자'로 선발한다. 삼체인들은 이들의 의도를 하나씩 알아낸 뒤 '파벽자'들을 이용해 대항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려 면벽자들을 파멸하게 만든다. 마지막 남은 중국인 과학자인 면벽자 ‘뤄지’는 미래에 과학기술에 기대를 품고 장기 동면에 들어간다.
긴 세월이 흘러 뤄지가 깨어난 시기는 삼체인들이 걸어놓은 제약 하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기술 발달을 이룬 평화로운 시대였다. 외계 함대의 정찰선들이 태양계 근처까지 온 시점이지만, 기술을 발전시켜 나름 강력한 우주전함들을 수천 척씩 만든 해당 세대의 인간들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 시대의 지구인은 외계인 침공 대비 초기에 동면을 해서 막 깨어난 '비관적인 구세대인들'과, 이후 포스트 아포칼립스 비슷한 시대를 거쳐 문명을 재건한 '희망적인 신세대인'들이 섞여 있었다. 신세대인들의 희망찬 시각에 대해 구세대인들은 아무리 강력한 활을 만들어도 완전히 신기술인 총에는 이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인류는 동면에서 깨어난 사람 중 한 군인을 사령관으로 하여 외계 함대가 선봉으로 보낸 정찰선 한 대를 맞이하게 한다. 그러나 그는 배신하여 기함을 탈취해 우주로 무작정 도주하는데, 이 군인은 사실 외계 문명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패배주의자였으며, 인류 문명의 영속을 위해서는 인류의 일부를 살려서 외항성계로 도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도피주의자이기도 했다.
한편, 수천척의 우주전함으로 이루어진 지구 함대는 멸절되고 인류는 다시 한 번 공포와 절망에 휩싸인다. 이 와중에 앞서 도망쳤던 전함 한 척과 그 뒤를 쫓아가던 네 척의 전함들은, 인류에겐 생존의 희망이 없으니 자신들이 다른 항성계를 찾아내어 인류를 계승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성간 항행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모두 다 같이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결국 한정된 자원을 놓고 전투가 벌어진다.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두 척의 전함들은 다른 함선들의 자재와 연료를 노획한 후 다시금 길을 떠난다.
패배의식이 만연한 지구에서 면벽자의 지위를 잃은 뤄지는 소설 초반에 '우주에는 너희를 침공할 고도의 문명이 수두룩하니 섣불리 자신의 위치를 우주에 알리지 말라'던 삼체인의 경고 메시지를 힌트로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시험 삼아 임의로 골라잡은 어느 외계 항성계의 좌표를 전파로 우주에 뿌렸고, 이후의 천체 관측에서 그 항성계가 감쪽같이 소멸하였음을 발견한다. 그의 저주가 통한 것이다. 우주에는 태양계와 삼체 항성계 양측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며 언제라도 그들을 간단하게 멸망시킬 수 있는 초고위 문명들이 이미 가득했던 것이다.
2부의 제목인 '암흑의 숲'은 이러한 우주의 형세를 일컫는 말로서, 어둠의 숲 가설로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다. 때문에 뤄지는 태양을 이용하여 지구와 삼체 항성계의 좌표를 주변에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이용한 상호확증파괴 전술로 삼체 함대를 협박하여 휴전을 이끌어낸다. 삼체 항성과 지구의 위치가 둘 다 공개되면 삼체인들은 태양계와 삼체계 어디에서도 생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싸움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___________
그렇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과학적으로는 불명확한 개념이지만 당신이 그 뒤에 한 말은 틀렸다. 당신은 말했다. 인류가 우주에서 유일하게 사랑을 아는 종족일 가능성이 크다고. 또 면벽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이런 생각을 하며 버틸 수 있었다고.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하자면…… 비유라고나 할까요.”
삼체 세계에도 사랑이 있다. 그것이 전체 문명의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에 싹이 트자마자 억눌러버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싹의 생명력이 워낙 강해서 어떤 개체에게서는 왕성하게 자라기도 한다.
개정판 | 류츠신 삼체 3부작 2권 | 류츠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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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암흑의 숲
전자적인 모든 기록과 대화가 외계인에게 노출되어 있지만 인간의 머릿속은 들여다볼 수 없으리라는 전제 하에, 인류는 가장 우수한 사람 넷을 '면벽(面壁)자'로 선발한다. 삼체인들은 이들의 의도를 하나씩 알아낸 뒤 '파벽자'들을 이용해 대항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려 면벽자들을 파멸하게 만든다. 마지막 남은 중국인 과학자인 면벽자 ‘뤄지’는 미래에 과학기술에 기대를 품고 장기 동면에 들어간다.
긴 세월이 흘러 뤄지가 깨어난 시기는 삼체인들이 걸어놓은 제약 하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기술 발달을 이룬 평화로운 시대였다. 외계 함대의 정찰선들이 태양계 근처까지 온 시점이지만, 기술을 발전시켜 나름 강력한 우주전함들을 수천 척씩 만든 해당 세대의 인간들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 시대의 지구인은 외계인 침공 대비 초기에 동면을 해서 막 깨어난 '비관적인 구세대인들'과, 이후 포스트 아포칼립스 비슷한 시대를 거쳐 문명을 재건한 '희망적인 신세대인'들이 섞여 있었다. 신세대인들의 희망찬 시각에 대해 구세대인들은 아무리 강력한 활을 만들어도 완전히 신기술인 총에는 이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인류는 동면에서 깨어난 사람 중 한 군인을 사령관으로 하여 외계 함대가 선봉으로 보낸 정찰선 한 대를 맞이하게 한다. 그러나 그는 배신하여 기함을 탈취해 우주로 무작정 도주하는데, 이 군인은 사실 외계 문명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패배주의자였으며, 인류 문명의 영속을 위해서는 인류의 일부를 살려서 외항성계로 도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도피주의자이기도 했다.
한편, 수천척의 우주전함으로 이루어진 지구 함대는 멸절되고 인류는 다시 한 번 공포와 절망에 휩싸인다. 이 와중에 앞서 도망쳤던 전함 한 척과 그 뒤를 쫓아가던 네 척의 전함들은, 인류에겐 생존의 희망이 없으니 자신들이 다른 항성계를 찾아내어 인류를 계승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성간 항행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모두 다 같이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결국 한정된 자원을 놓고 전투가 벌어진다.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두 척의 전함들은 다른 함선들의 자재와 연료를 노획한 후 다시금 길을 떠난다.
패배의식이 만연한 지구에서 면벽자의 지위를 잃은 뤄지는 소설 초반에 '우주에는 너희를 침공할 고도의 문명이 수두룩하니 섣불리 자신의 위치를 우주에 알리지 말라'던 삼체인의 경고 메시지를 힌트로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시험 삼아 임의로 골라잡은 어느 외계 항성계의 좌표를 전파로 우주에 뿌렸고, 이후의 천체 관측에서 그 항성계가 감쪽같이 소멸하였음을 발견한다. 그의 저주가 통한 것이다. 우주에는 태양계와 삼체 항성계 양측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며 언제라도 그들을 간단하게 멸망시킬 수 있는 초고위 문명들이 이미 가득했던 것이다.
2부의 제목인 '암흑의 숲'은 이러한 우주의 형세를 일컫는 말로서, 어둠의 숲 가설로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다. 때문에 뤄지는 태양을 이용하여 지구와 삼체 항성계의 좌표를 주변에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이용한 상호확증파괴 전술로 삼체 함대를 협박하여 휴전을 이끌어낸다. 삼체 항성과 지구의 위치가 둘 다 공개되면 삼체인들은 태양계와 삼체계 어디에서도 생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싸움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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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과학적으로는 불명확한 개념이지만 당신이 그 뒤에 한 말은 틀렸다. 당신은 말했다. 인류가 우주에서 유일하게 사랑을 아는 종족일 가능성이 크다고. 또 면벽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이런 생각을 하며 버틸 수 있었다고.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하자면…… 비유라고나 할까요.”
삼체 세계에도 사랑이 있다. 그것이 전체 문명의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에 싹이 트자마자 억눌러버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싹의 생명력이 워낙 강해서 어떤 개체에게서는 왕성하게 자라기도 한다.
개정판 | 류츠신 삼체 3부작 2권 | 류츠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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