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과 편지> 이후에 또 한 번 내 마음속에 분노와 혐오의 버튼을 누르게 한 작품. 이 작품 역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것에 놀랐다. 한 사람의 비뚤어진 망상이 얼마나 철저하게 여러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문학과 다른 동물들과의 정신적인 유대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강한 의지로 현실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어떤 돈 많은 정신병자가 자신의 아이를 ‘초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아내될 여자감의 소녀를 사서 대학까지 공부를 시키고, 조용한 시골에 넓은 집을 마련한 다음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서 아이를 양육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아이 ‘모드’의 교육은 철저하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서만 이루어진다. 악기를 가르칠 교사는 외부에서 불러오지만, 불행하게도 그 선생은 자신의 생활에서 오는 온갖 불평불만을 조그마한 아이에게 풀어대는 사람이었다. 더욱 심한 것은, 집 안에서 힘쓰는 일을 해주는 일꾼 하나로부터 어릴 때부터 지독한 성추행을 당했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완벽한 피조물이 될 딸을 파괴적인 세상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약속하던 아버지는 아무런 의심없이 딸을 그 남자에게 딸려보내 일을 돕게 하는 등의 일들이 계속된다. 심지어 아버지의 호랑이가죽 카페트를 다른 위치에 옮겨놓았어도 아버지는 눈치를 치지 못한다. 모드는 점차 전지전능하다고 믿어왔던 아버지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하나 둘씩 아버지의 규칙들을 깨는 일탈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아버지 몰래 읽기 시작하던 문학작품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을 읽으면서 모드는 마음을 다잡는다. 바깥세상은 아버지 말대로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폭력과 배신으로 물든 곳이긴 하지만, 작품속 인물들은 삶을 두려워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삶을 사랑하고 깊숙이 빠져버린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모드는 뭐든 두려워하지말고 겪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또한, 그녀는 개 한 마디, 조랑말 둘, 오리 한 마리와 따뜻한 교감을 나누며 사랑을 배운다. 동물과의 교감은 부모로부터 억압받고 모종의 행위를 강요받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왜?’라는 의문을 적극적으로 던지도록 그녀를 자극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왜?’라는 의문은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하며 앞으로의 행동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인간승리의 기록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영하 작가님의 추천도서라는데, 정말 읽기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________
아버지가 만들어낸 빈틈없는 체계는 반항의 싹이 돋아날 가능성 자체를 잘라버렸다. 하지만 나는 결국 자유의 길을 찾아냈다. 우선 나에게는 생명 넷으로부터 조건 없는 사랑과 애정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개 한 마리, 조랑말 둘, 그리고 오리다.
나에게 우정을 베풀어준 사람들도 있었다. 엄격했던 피아노 선생님, 겁에 질려 있던 미용사, 바칼로레아에 떨어진 여고생 말이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가르침에 도전하는 길을 생각과 감정과 상상력으로 열어준 책과 음악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주 조금씩 용기를 냈고, 돌을 하나씩 옮겨가며 나의 정신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나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상상의 대화 상대를 만들었고, 비밀 창고를 팠고, 금지된 이야기들을 글로 썼고, 나 스스로의 생각을 지닐 권리를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운명이 나에게 구세주를 보냈을 때, 나는 그의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몰랭 선생님은 어디서나 아름다움을 찾고 삶 앞에서 늘 경이를 느끼는, 무한한 선의를 지닌 분이었다. 선생님은 내 아버지와 정반대편에 선, 아버지가 틀렸음을 말해주는 증거였다. 인간들은 훌륭하다.
완벽한 아이 | 모드 쥘리앵, 윤진 저
#완벽한아이 #모드쥘리앵 #복복서가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아버지의 사과 편지> 이후에 또 한 번 내 마음속에 분노와 혐오의 버튼을 누르게 한 작품. 이 작품 역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것에 놀랐다. 한 사람의 비뚤어진 망상이 얼마나 철저하게 여러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문학과 다른 동물들과의 정신적인 유대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강한 의지로 현실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어떤 돈 많은 정신병자가 자신의 아이를 ‘초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아내될 여자감의 소녀를 사서 대학까지 공부를 시키고, 조용한 시골에 넓은 집을 마련한 다음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서 아이를 양육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아이 ‘모드’의 교육은 철저하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서만 이루어진다. 악기를 가르칠 교사는 외부에서 불러오지만, 불행하게도 그 선생은 자신의 생활에서 오는 온갖 불평불만을 조그마한 아이에게 풀어대는 사람이었다. 더욱 심한 것은, 집 안에서 힘쓰는 일을 해주는 일꾼 하나로부터 어릴 때부터 지독한 성추행을 당했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완벽한 피조물이 될 딸을 파괴적인 세상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약속하던 아버지는 아무런 의심없이 딸을 그 남자에게 딸려보내 일을 돕게 하는 등의 일들이 계속된다. 심지어 아버지의 호랑이가죽 카페트를 다른 위치에 옮겨놓았어도 아버지는 눈치를 치지 못한다. 모드는 점차 전지전능하다고 믿어왔던 아버지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하나 둘씩 아버지의 규칙들을 깨는 일탈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아버지 몰래 읽기 시작하던 문학작품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을 읽으면서 모드는 마음을 다잡는다. 바깥세상은 아버지 말대로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폭력과 배신으로 물든 곳이긴 하지만, 작품속 인물들은 삶을 두려워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삶을 사랑하고 깊숙이 빠져버린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모드는 뭐든 두려워하지말고 겪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또한, 그녀는 개 한 마디, 조랑말 둘, 오리 한 마리와 따뜻한 교감을 나누며 사랑을 배운다. 동물과의 교감은 부모로부터 억압받고 모종의 행위를 강요받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왜?’라는 의문을 적극적으로 던지도록 그녀를 자극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왜?’라는 의문은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하며 앞으로의 행동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인간승리의 기록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영하 작가님의 추천도서라는데, 정말 읽기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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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만들어낸 빈틈없는 체계는 반항의 싹이 돋아날 가능성 자체를 잘라버렸다. 하지만 나는 결국 자유의 길을 찾아냈다. 우선 나에게는 생명 넷으로부터 조건 없는 사랑과 애정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개 한 마리, 조랑말 둘, 그리고 오리다.
나에게 우정을 베풀어준 사람들도 있었다. 엄격했던 피아노 선생님, 겁에 질려 있던 미용사, 바칼로레아에 떨어진 여고생 말이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가르침에 도전하는 길을 생각과 감정과 상상력으로 열어준 책과 음악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주 조금씩 용기를 냈고, 돌을 하나씩 옮겨가며 나의 정신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나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상상의 대화 상대를 만들었고, 비밀 창고를 팠고, 금지된 이야기들을 글로 썼고, 나 스스로의 생각을 지닐 권리를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운명이 나에게 구세주를 보냈을 때, 나는 그의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몰랭 선생님은 어디서나 아름다움을 찾고 삶 앞에서 늘 경이를 느끼는, 무한한 선의를 지닌 분이었다. 선생님은 내 아버지와 정반대편에 선, 아버지가 틀렸음을 말해주는 증거였다. 인간들은 훌륭하다.
완벽한 아이 | 모드 쥘리앵, 윤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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