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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지음 / 레제 출판

길위의집
2024-03-13
조회수 302

이 책은 토트나인 책친구님이 철학 수업에서 소개해주신 책입니다.  김연수 작가님이 낭독회를 하며 발표한 스무 편의 소설들을 모은 단편집으로 한 편 씩 나눠 읽을 수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목차를 보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해보게 되는 내용이 많아서 쉽게 다음 장으로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철학 수업에 소개해주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1. 두 번째 밤

전쟁을 겪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사람들은 전쟁의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죽을 결심을 한다.  그중 한 노인이 어린 시절에 겪은 전쟁을 이야기하며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권력자들은 늘 있었음을 들려준다.  전쟁의 두 번째 밤이라는 어리석음을 끝내기 위해서는 인류의 마지막 밤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는 아빠의 말에 노인은 지혜를 모을 때라고 말한다.  악을 막는 것은 선이며, 전쟁을 막는 유일한 길은 전쟁을 막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산산조각날 때 우리는 평범하고 흔한 지혜를 모아 세상을 다시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 여섯 쪽의 짧은 글이었지만 전쟁의 공포와 불안이 온전히 느꼈습니다. 작가님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쟁을 겪었던 우리가 찾아야 할 평범하고 흔한 지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2.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서 깨어난 사람들에 대한 면담 중 의료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유명한 소설가가 된 개그맨 신기철의 인터뷰 내용이다.   아내의 죽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비행기 안에서 공황을 겪으며 맞이한 암흑 속에서 불안보다 죽음을 택하기로 한다. 그 순간 암흑 속에서 불어온 바람에 깨어난 자신 옆에는 친절한 승무원의 보살핌이 있었고 이로 인해 안도감과 평화를 찾게 된다. 다시 맞이한 암흑 속에서 아내와의 행복하고도 불행했던 시간에 대한 추억에 젖었다가 깨어나면서 아내와 나의 관계에 대한 용서를 구하게 된다.  굳이 소설로 쓴 이유는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나온 내용을 언급한다.  글쓰기는 인식이며, 인식은 창조의 본질로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온다.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면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이라는 제목부터 신기합니다. 모든 일들은 결론으로 향하는 과정임을 알게 된다면 안심과 침묵만 남는다는 해석도요. 결론에 도달하기 전인 과정 중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불안을 해소할 수 있나 봅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몰랐던 가능성의 세계가 있고 원하면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다정한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3. 풍화에 대하여

학부시절 지훈은 교수였던 현진과 불미스러운 일로 각자 학교를 떠나게 된다. 자신의 자서전에서 가장 어두운 페이지라고 생각하던 그 시절을 지탱해준 것은 <겨울나그네> 테이프에 녹음 된 소리와 스며든 빛의 소리, 퇴근 길 대여한 비디오테이프였다. 서로의 소식을 모른 채 지내오다 며칠 전 전화를 걸어온 현진은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하면 만남을 약속한다. 만남의 시간에 현진이 아닌 다른 여자가 나타나 적대감을 드러내며 약속의 취소 만을 이야기하다 주저앉아 운다. 현진이 죽었다는 오싹한 느낌과 함께 과거를 떠올리며 그녀의 강의와 침묵의 집에서 <겨울나그네> 테이프에 녹음했던 풍화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한다.

 * 소실점(우리의 위치가 모든 걸 결정하며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 그 위치는 우리의 의지이며 멀어지면 소실점으로 사라진다는 것)과 풍화(파괴의 전 단계에서 일어나는 잠시의 풍요이며,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풍화되어야만 영혼이 드러나게 되고 저절로 드러난 영혼은 가장 어린 영혼이자 새로운 시작이다)에 대한 해석이 독특하네요.  특히 건축의 풍화를 새로운 해답으로 바라보는 새로움이 놀랍습니다.  반면 책은 정해진 이야기만 반복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독자에 의해 매번 다른 풍화를 겪는 것이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시원한 여름이 생각나는 표지에 에세이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네요.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이야기가 끝나기도 하고 뭔가 다음을 상상하게 만드는가 하면,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두께와 목차 만으로 가볍게 읽으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몇 번을 다시 읽은 이야기도 있는데 아직도 완전히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더 깊은 독서가 필요한가 봅니다.😭

작가의 말 뒤로 낭독회에서 사용한 곡의 플레이 리스트와 낭독회가 열렸던 서점과 도서관의 목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낭독회에서 듣게 되었다면 다른 느낌이었을까 하는 궁금함이 생기네요. 음악을 들으며 다시 읽어보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라 추천합니다.

 

소개된 플레이 리스트는 아래 링크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rss0YcayW9whwY0zwpUoq00ALPUGTXRG&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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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